[qrwerq, diary] 춤

in #kr6 years ago

Nov. 2018, Seoul, Nexus 5x


발레를 시작한지도 이제 4년은 넘었기에, 몸 동작의 선이나 부드러움에 집중을 하게되는 편이다. 춤으로 빚어내는 감정의 선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약간의 해석이 가능한 눈 정도는 키울 수 있게 되었다. 화려한 기교와 어려운 균형도 좋지만 팔이나 발을 내저을 때의 리듬감과 주기의 빈 공간에 좀 더 관심을 두고 보는 편이다. 어쩌면 전문 무용수들이나 할법한 자세나 동작보다는, 그냥 삶을 살아가면서 조금씩 쌓여가는 감정이나 기분을 나타내는 것에 마음이 가기에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춤을 왜 추냐고 물어보면, 나는 그냥 습관이 되어서 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춤 말고는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다든가 춤을 출 때에는 엄청 즐겁다라는 말을 꺼내놓기는 어렵고, 단지 습관이기 때문에 평소에 춤을 추지 않으면 뭔가 빠지고 불편한 느낌이 든다는 표현이 좀 더 알맞다. 그래서 나는 춤이 좋다. 다시 말하자면 춤이 없으면 아쉽고 싫다. 있으면 좋다와 없으면 아쉽고 싫다가 항상 같은 의미를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전자의 표현보다 후자의 표현이 좀 더 절박하다고 여긴다. 사람이란 으레, 싫고 아쉽고 부정적인 감정에 좀 더 민감한 법이다.

동작의 복잡함과 화려함이 사람들의 첫 시선을 사로잡지만, 내가 보기에 중요한 요소는 균형과 유지다. 기본 코어가 잘 잡혀있지 않으면 애초에 몸은 고꾸라지고 말 것이다. 최근 상당히 춤을 추듯이 살고 있는데, 균형을 유지 하지 못해서 한번 몸살이 났다. 균형은 정적보다는 동적에 가깝고, 한시라도 집중하고 있지 않으면 금세 쓰러지고 마는 것이다. 한 때 "춤추듯 살아라"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춤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의 시선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꾸준히 춤을 추고 있는 내 삶의 관점에서, 이 말은 상당히 어렵다. 동작을 완성하기 위한 노고가, 단련의 어려움이, 공연의 긴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단지 가볍고 즐거운 것이 춤이라면, 그건 단련과 무한의 고통으로부터 끌어낸 춤이라기 보다는 춤처럼 보이는 가벼운 몸짓 - 그 이면의 무거움을 벗어던진 몸재간에 조금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방향이든 그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없이 가볍던, 가볍게 보이지만 매우 무겁건 그건 각자의 방식과 받아들임에 달려 있기에, "춤"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 또한 자유롭다고 본다. 하긴, 각자의 춤이 별건가. 어떤 방식으로든, 제멋대로 추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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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를 4년이나 배우셨군요. 습관이자 없으면 싫고 허전한 행위가 발레라니 특별할 거 없이 평범하게 뱉어내는 그 말이 멋져요.
춤과 친하지 않은 몸이지만 춤만큼 솔직하게 결과가 드러나는 예술행위가 있을까요?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이 실시간 몸짓으로 그리는 예술행위, 속일 수가 없죠. 매일 칼을 갈듯 온 몸을 연마하는 고통스럽고 지루한 과정이 있기에 더 아름다워요.

춤이 없다면 아마 무척 심심할 것 같습니다. 물론 배우러 갈 때는 종종 귀찮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빠지고 싶을 때도 있지만요.

꽤 무의식에 근접한 행위라는 생각을 합니다. 굳이 생각하거나 신경쓰지 않아도 몸은 자연스레 나가지요. 사실은 그 과정이 다소 반복적이거나 지루하게 느껴질지라도 그만큼 한단계씩 나아가는 것을 보며 보람을 찾곤 합니다.

춤에 대한 깊은 식견이 돋보입니다.
우리는 그저 몸이 원하는 율동과 리듬으로^^

자연스러운 율동과 리듬 - 사실 그게 제일이지요. :)

무엇을 함으로서 그것에 국한된 배움만을 얻는 것이 아닌 그것과는 다른 것을 바라볼 때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발레라니, 멋지십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관점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저는 춤이라는 좀 더 특정되는 것이긴 하지만, 아마 다른 분들도 여러 관점을 지닐 것이라 봅니다. :)

최근 일주일정도 갑작스런 요가 집중 세션을 가졌습니다. 요가 입문 단계이기도 하지만, 오랜동안 몸을 돌보지 않았던지라 꽤 힘들었지만 ...

긴 호흡 따라 천천히 몸과 주변, 내 안에 들고 나는 들숨과 날숨의 바람길을 느끼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잡생각이 안들고 온전히 몸으로 숨쉬는 시간이랄까. 이것이 명상이 아닐까 ... 싶은 정도로. 발레는 호흡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궁금하네요 ^^

요가의 명상 부분은 저도 참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발레를 하기 전에 요가를 조금 했었더랬지요. 발레는 그보다는 좀 더 동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요가에서도 동적인 요가가 있지만요.)

발레의 경우에는 흉곽을 잘 잡은 상태에서 늘어나지 않은 상태로 숨을 꽉 채우는 것을 권장하는 듯 합니다. 저도 잘 하지는 못하지만, 몸의 부피가 커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인 듯 해요.

몸을 쓰는 즐거움이 참 좋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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