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essay] 무례함과 적절한 거리

in #kr7 years ago (edited)

최근에 무례함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에서 최소한의 예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재빨리 해결해야하는 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상황이 해결되고 난 뒤에, 한번쯤 어떻게 잘 해결되었는지에 관하여 연락을 주는 것이 예의다. 그렇지 않으면 나로서는, 이 관계를 정말로 이해타산의 관계로 여기고 거리를 멀찍이 두게 된다. 필요할 때에만 찾는 일방적 관계. 이러한 경우에 있어서 대체로 내가 아쉬운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내가 먼저 거리를 좁히려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bookkeeper 님의 '무례함에 대하여'라는 글은 한번쯤 찬찬히 읽어볼만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친하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연민이 이미 마련된 관계가 아니라, 그러한 것들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과정에 불과합니다.

친하다는 것은 언제나 나의 관점이며, 실제로 친함에 대한 거리와 친한 것처럼 보이는 거리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게다가 이러한 거리는 항상 조절된다. 정지된 채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기억의 한 때에서만 그러하다.

나는 사람들마다 관계를 맺을 때, 어느 거리까지가 적절한지를 가늠한다. 그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친하다'고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거리를 두면, 거리에 비례하는 완충 영역이 생긴다. 예를 들어 생판 모르는 남이 갑자기 나에게 욕을 하더라도, 나는 영향 받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애초에 거리가 멀고 영역이 넓기 때문이다. 무척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아쉬움을 표현하면, 나는 고민하게 될 것이다. 무엇이 그리 아쉬웠는지 곰곰히 생각하고 내 행동에 잘못된 점이 있었다면 (서서히라도) 고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바라보는 적절한 거리는 결국 상대방이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거나 행했을 때에 내가 감수할 수 있을 만큼의 영역을 나타내는 것과 동일하다. 나에 대해 누군가 무례하게 행동한다면 나는 그를 멀찍이 떼어놓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거리를 무한대에 준하게 놓을 수도 있겠다. 여기서 상당히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음의 값을 가진 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관계가 있다면 그냥 무한대로 놓으면 될 일이다. 예전에는 그 마이너스의 관계를 플러스로 되돌려 놓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면, 지금은 그냥 저멀리 놓아두면 그만이다.

무례함은 대체로, 상대방이 나에 대해 그리는 적절한 거리가 상대방에 대해 내가 그리는 적절한 거리보다 가까울 때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적절한 거리는 이만큼이므로, 이정도는 감수해야지'와 같은 (상대방이 나에 대해
가지는) 완충의 믿음으로부터 기인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거리 감각은 대체로 자주 소통할 때에 비로소 맞추어지는 것이다. 뜸하게 소통하더라도 거리 감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 상대방에 대한 성의와 애정이 있어야 - 적절한 거리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무례함은 대체로, "과거의" 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 지금의 실제 거리보다 더 가까운 거리라고 믿고 행동할 때에 일어난다. 각자 가지는 거리의 관점과 감각에 대한 탐색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과거의 감각만 믿고 관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무례함과 친근함은 사실 한 끝 차이다. 같은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결국 무례함을 가리게 되는 것은 관계에 대한 거리로부터 나온다. 일순간 무례를 범했다면, 적절한 거리를 더 가깝게 하려는 노력을 하면 된다. 상대방을 조금씩 알아가려할수록, 이해하려 할수록, 공감하려 할수록 거리는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보통은 무례는 무례대로 범하고 거리는 거리대로 내버려두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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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민감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계의 거리라는 것도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그 차이도 미세한 경우가 많아서 조심스러울 때가 많죠.

그렇습니다. 결국 대화와 소통과 만남을 통해 그 거리를 재는 '기준'의 차이를 서로간에 알게하고 가급적 같은 거리로 맞추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조심스러움"이 결국, 급격한 거리 변화나 변동을 막고 서로의 기대를 인정하고 알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참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문제는 각 사람마다 무례함에 대한 기준이 다른 이유도 있을 것같아요. 조금만 가까워져도 말을 반 정도 놓는다던지,, 좀 어색한 질문을 던진다던지,, 배려의 여유는 누구나에게 다 주어지는 건 아닌가봐요. 급해서 무례할 수는 있지만 그걸 아차,, 하는 사람과 뭐 그 정도가지고,,하는 사람이 있겠죠. 물론 저는 전자입니다. ㅎㅎ 화푸시고 인간을 좀더 알게 된 하루라 생각하시고 즐거운 휴일되세요.

무례함을 판단하는 기준도 아무래도 각자 다 다르겠지요. 저는 애초에 화를 낸다기 보다는 그냥 깔끔하게 무시하는 타입이다보니, 그러려니 하고 삽니다ㅎㅎ 어떻게 보면 화를 낸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감정 소모 처럼 느껴지는지라, 애초에 그러한 소모의 여지를 두지 않으려는 편이기도 합니다.

'음의 값을 가진 거리'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네요. 결국 상대방이 넘은 선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버리면 참 마음이 편할텐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아주 어릴적에는 음의 거리를 (음의 거리처럼 보이는 관계를) 양의 거리로 바꾸어보려고 무진장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거리는 그냥 거리일 뿐, 멀리 놓아두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어디까지 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너무 근접하게 훅 다가오면 저는 그만큼 밀치고, 살짝 다가오면 놓아두고 그렇습니다.

각자의 기준과 기분에도 차이가 있기에
너무 어렵고 민감한 문제라고 봅니다..
무례를 범하고 내버려두지 않도록
배려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상황과 기분에 따라 거리도 달라지는 느낌입니다. 적절한 거리에도 범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지간한 상황이면 이해하려고 애쓰곤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적절한 거리의 최소 거리를 치고 들어오는 경우에는 종종 난감해질 때가 있습니다.

공감하며 읽었어요. 거리 같은 건 쉽게 따져 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어렵네요.
저는 종종 그런 얘길 들었어요. 저를 대하는 건 편한데 가까이 다가가기는 어렵다는 말을요. 아마 거리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 같네요.

그래서 어쩌면 거리 자체보다 거리에 대한 '감각'이 조금 더 중요하게 여겨질 것 같기도 합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대충 거리가 이정도겠거니 하고 짐작하듯 말이지요.

적절한 거리란 어쩌면 대하기 편한 거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스스로는 (어떠한 부분에서는) 사실 상처 입기 쉽고 깨지기 쉬운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보호를 위한 수단이나 영역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거리를 넘어선 부분에 있어서는 불편 뿐만 아니라 위협이나 불균형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관계라는 것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사이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요. 거리를 두어도 아무상관 없는 사람의 무례함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지만, 가깝거나 가까웠던 관계에서 행해지는 무례함이 서로를 힘들게 만드는 듯 해요.

가까울수록 무례함에 대한 역치는 높지만, 그만큼 한번 (너무 크게) 넘었을 때 서로 상처를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이번에는 조금 무례했다"라고 말해주는 게 관계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가까운 거리 한정이겠지만요.

그래서 저는 적당한 거리가 있는 친근함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이러한 면을 취합니다. 모두에게는 각자 숨쉴만한 -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도 그 적당한 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 보면 누군가는 그 거리감으로 친근해질 수 없다는 말들을 하더라고요-그래서 항상 거리의 편차를 고민하는 저를 발견하네요-🙏

사실 거리를 둔다는 것은 근원적으로 닿을 수 없음을 의미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제나 닿음의 방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적당한 거리를 두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봄봄님 말씀처럼 가끔 다른 분들이 거리감 느껴진다고는 하는데 적당한 거리는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적당함이 사람마다 다르고 관계마다 달라서 그렇지 사실 연인 사이나 부부 사이에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감사합니다. 잘 닿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친숙함의 표현과 무례함이 란 것이 한 끝 차이라는 것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둘만의 판단이 아닌 제 3자의 판단에 의해서도 결정되기도 함에 조심스럽기도 하지요. 이를테면 학생과의 친근함으로 나누었던 언행들이 다른 선생님에게는 학생의 무례함으로 비춰져 괜한 오해로 그 학생이 곤혹스러웠던 적도 있지요. 제 3자도 납득할만한 어느 행동 선을 유지해야 하는 걸까 싶기도 하지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만 그렇다고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지요.

제3자가 다른 두 사람의 거리를 가늠하는 것은 결국 "일반적이라 믿어지는" 기준에 따른게 아닌가 합니다. 어떻게 보면 "안전한" 거리 같다는 느낌입니다.

어떤 관계는 친밀해야하지만, 다른 어떤 관계는 조금 더 공적 영역에 속하기도 하기에, 관계의 속성과 영향을 미리 염두에 두어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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