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읽어주는 남자] 평창 올림픽과 피아식별

in #kr6 years ago (edited)

미국의 양원이 이례적으로 ‘평창올림픽지지 결의안’을 동시 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은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미국의 의회의 지지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은 ‘코리안 패싱’을 들먹이며, 마치 문재인 정부가 소외당하길 바라는 것처럼 굴었지만, 현실은 그들의 소망과 역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모양새다.

자 이제 피아식별을 새로 해보자. 간단한 질문을 두 어개정도 던져보겠다.
Q. 한미동맹에 균열이 가길 바라는가?
북: 통미봉남 자유당: 코리안패싱

Q. 북한을 길들이기를 원하는가?
문재인, 트럼프, 시진핑 : O
김정은, 아베, 자유당: X

Q. 북한이 제멋대로 시끄럽게 굴어야 이익이 되는가?
문재인, 시진핑: X
트럼프 : △
김정은, 아베, 자유당 : O

이제는 북한을 길들여야 좋은 세력과 북한이 시끄러워야 좋은 세력이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올림픽 참가로 북한은 시간을 벌었다. 문재인은 올림픽 참가기간 동안 북한의 발목에 ‘시한부’ 전자발찌를 채웠다. 트럼프와 미국의회는 문재인의 구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한미공조는 역대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고, 한중관계 개선은 김정은을 고립시켜 압박하고 있다. 김정은은 시진핑의 꾸지람에 낼름 푸틴에게 접근했지만, 미리 문재인은 푸틴과 회담을 진행해 길목을 막아버렸다.

아베는 자신의 국내적 정치스캔들을 북풍(납북자 대북접촉)으로 막으려다 트럼프의 비난을 샀는데, 하필 그 타이밍에 문재인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트럼프의 권위를 잔뜩 추켜세웠다. 대량의 무기구매를 진행했고, 국내적 정치기반이 약해 외교성과로만 지지기반을 굳건히 할 수 있는 트럼프에게 외교선물을 잔뜩 얹어주었다. 문 대통령은 강화된 한미동맹을 지렛대로 한중관계를 풀어내었고, 이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큰 압박을 느끼게 만들었다.

북한은 주체사상 주창이래로, 중-소 등거리 외교노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 연장 선상에서 최근의 북한 또한 중국과 러시아를 상황에 따라 오가며 자신의 국익을 실현하려는 습성이 있다. 마침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하자 문대통령은 북한이 중국을 등지고 러시아와 접촉할 것을 미리 감지하고 푸틴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것이다.

북한은 아마도 평창올림픽 이후 다시 대규모의 도발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기간 동안에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문재인 정권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사소한 어깃장을 놓아대며 풀어재낄 것이다. 아니 이미 그럴 의도를 호시탐탐 보이고 있다. 북한은 시간 끌기용으로 평창올림픽을 이용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적의 의도가 불순하고 사악한 것을 인지하는 것과 그 의도를 간파해서 역이용하고 궁지에 모는 것은 차원이 다른 기술이다. 전자는 종교적이고 이념적인 혐오감이며, 후자야말로 정치외교의 본 모습이다. 외교는 철저히 테크닉이다. 이데올로기여선 안된다.

문재인 정권의 외교정책은 적대적 공생관계에 외교안보를 무임승차했던 지난 정권들과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보수세력 9년간 대북혐오만 있었지 대북 외교는 전무했던 기간이었다. 미국을 설득할 생각은, 미국을 우리가 설계한 방향으로 모셔올 생각은 전혀하지 못하고 미국 뒤에 그대로 편승하면 외교가 되리라는 단순한 생각이 전부였다.

한국이 이제야 정신이 차리고 밑그림과 큰 그림을 짜임새 있게 그려 공세적 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 와중에 외교가 잘못될 것을 대비해, 사드배치와 탄도미사일 중량제한 해제, 첨단무기 도입이라는 보험까지 든든하게 들어놓았다. 문재인 정권은 계속 북한이 대화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강제할 것이다. 그게 어긋날 것을 대비해 끊임없이 국방력을 증강할 것이다.

우리만 유연하게 끈기 있게 똘똘 뭉치면 된다. 한미공조가 깨지길 원하는 북한, 북한이 계속 사고 쳐주어야만 재무장과 미국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는 일본. 그런 일본 극우파와 내선일체를 보여주는 자유당 일각의 강경분자들. 정부는 사력을 다하고 있는데, 코리안 패싱을 희망하는 일본의 극우파와 한국의 일각, 그리고 통미봉남을 원칙으로 하는 김정은. 도대체 누가 누구의 동맹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피아식별은 똑바로 하자.

***글쓴이는 정치학 석사과정에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의견의 하나로 받아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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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국내 정치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정치지형이나 돌아가는 상황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양원제가 아닌 단원제를 채택하고 있고, 대통령제를 실시하고 있죠.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의회의 경우 양원제인 경우도 많고 총리, 주석, 의원내각제 등 워낙에 권력구조가 다양하다보니 아직 잘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조금 더 해야겠네요.

글 읽으면서 미국의 양원이 동시에 '평창동계올림픽 지지 결의안'을 이례적으로 발의했다는 글을 보니 문재인정부가 참 잘하고 있다고 생각이되서 안심이 되었네요. 트럼프 뿐만 아니라 양원까지 지지를 얻어냈으니까요. 그리고 사드배치 관련해서는 절차적 문제국민의 전반적인 의견수렴 절차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막무가내로 해서 정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결국에는 중국으로부터 경제보복을 당하기도 했지요. 그러한 역경속에서도 외교력을 발휘하여 관계정상화에 이르는 등 어찌어찌하여 잘 마무리는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사드배치를 기습발표했을때는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가슴이 철렁했는지 모르겠네요. 여기에도 엄청난 이권이 걸려있기에 최순실과 김관진이 개입되어 있다는 설도 많더군요.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이 얻어낸 것 중에 개인적으로 특히 좋았던 것은 '탄도미사일 중량제한 해제'였네요.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사정거리를 늘리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대한민국의 안보능력이 한층 더 상승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미약한 보팅에 더해서 팔로우까지 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기대하겠습니다.

평창이후에 한 바탕 더 소동이 있을 것 같습니다. 북폭과 핵실험...을 비롯해서요. 우리정부가 힘을 모아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장문의 댓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팔로우 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데올로기가 국내정치에서는 지지자들을 규합하고 지지를 동원하는데는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있을지 모르지만 국제정치에서는 오히려 전략적 선택의 폭을 스스로 좁혀서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때가 많죠. 의도치 않은 부정적 결과가 어느 일방의 불이익일 때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쌍방의 파국 또는 다자적 공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필요할 테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김정은이 일반적인 선입견과 달리 대단히 현실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인정투쟁'의 단계이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돌출행위를 남발하고 있지만,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고 나면 지금까지 '유훈'이라는 이름으로 유무형의 자원을 집중해 온 '성과'를 보여줘야만 하기 때문이죠.
희망섞인 예측이지만 평창 올림픽 이후 약간의 갈등 및 조정기를 거쳐 단기적으로는 '핵동결'과 '한미연합작전 현상유지'를 맞바꾸는 선에서 컨센서스를 이루는 걸로 결말이어지리라 봅니다. '즉각적인 비핵화-핵폐기"라는 비현실적인 명분을 내세운 보수야당의 공격이 있겠지만, '고구마'인 문재인 대통령은 그에 따른 단기적인 지지율 하락을 기꺼이 감수하리라고 보구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뉴비라 미약하나마 풀보팅 & 리스팀합니다~

헤르메스님의 예측대로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네요. 이곳에서 보니 반가워요 ^^

(앗 킹킴님~ 정말 여기서 뵈니까 더 반갑네요.^^) 오래전 이야기처럼 여겨지지만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끝없이 흔들어대던 호남토호세력들에 대해 답답할 정도로 우직하게 대응하던 모습을 근거로 예측해 본 겁니다. 그때 바닥이었던 지지율에 초조해서 섣불리 통합과 단결 어쩌구 했다면 박지원씨가 안모닝~을 하는 지금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겠죠.ㅋㅋ 문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구마의 힘'을 믿고 긴 호흡을 가져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

네 저도 장기적인 시나리오는 핵과 평화협정의 교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올림픽이 잠시 묶어뒀던 갈등이, 올림픽이후 단기적으로는 김정은의 핵실험위협과 트럼프의 북폭논란같은 힘겨루기와 입씨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3보 전진했으니 2보후퇴는 각오하고 다음 전진을 위해 우리정부가 평창이후를 열심히 구상하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긴순도높은 댓글감사합니다! 보팅과 리스팀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전공 관련 이야기가 나와서 괜한 썰을 풀었네요. 오늘밤에 이불킥~할 듯요.^^ 재밌는 토론이었습니다. 이제 팔로우도 했으니 (저희 집엔 정치 이야기는 잘 없을 테지만^^;) 자주 왕래하시자구요~^^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단락에 공감합니다. 누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말을 하는지 생각했으면 합니다.

동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팔로우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소통하고싶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국내에서도 남북단일팀은 애초 새누리당이 집권시절부터 주장했던 논조인데 지금은 ㅎㅎㅎ
팔로우 하고 좋은 받아 보겠습니다.
보팅도 꾸욱^^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군사접경지대에서, 이번 올림픽 정국으로 인해 무력충돌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열리는 평화올림픽에서 적대국 북한의 참여는 굉장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 의미를 살려야겠지요! 저도 맞팔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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