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중남미 여행기] 4. 코스타리카에서 경험한 의료 문화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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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카주 동네에 있는 ‘hospital cima san jose’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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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카주 초입. 숲이 가득한 코스타리카 다른 도시와 달리 이곳은 철저하게 개발된 부자 동네입니다)

아내와 나는 사립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어요. 학교 양호실 선생님 루이스로부터 추천 받은 병원은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에스카주 동네에 있는 ‘hospital cima san jose’ 입니다. 에스카주 동네는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와 유엔평화대학이 있는 시우다 콜론 중간쯤 있는 곳으로 한국으로 치면 분당 같은 동네입니다. 루이스가 병원의 담당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진료 예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내와 저는 간단한 준비물을 챙기고 병원에 갔습니다. 아내가 받아야 하는 진료는 소파 수술입니다. 수술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지만 수술이 끝난 뒤 몸과 마음을 잘 추스리고 출산한 것만큼 몸조리를 잘해야 하는 수술입니다. 당시 아내가 스페인어를 배운지 얼마 안 된 까닭에 루이스가 통역하기 위해 동행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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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곳곳에 있는 커피들. 카페 브릿(Cafe Britt)은 코스타리카의 유명한 커피 브랜드로, 한국에서 직구하면 매우 비싼 가격에 판매되더라고요)

진료 결과, 의사는 당장 수술을 하자고 했습니다. 수술 시간을 그날 저녁으로 잡고 수술 절차를 밟았습니다. 루이스가 미리 준비해준 덕분에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막상 수술에 들어가자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사람마다, 증상마다 다르지만 보통 한국에선 약물을 사용하면 30분 이내에 끝난다는 이 수술이 1시간이 넘어섰는데도 끝나지 않더라고요. 루이스와 커피를 마시며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2시간이 다 되자 수술이 끝났고, 의사는 “죽은 태아가 나오기를 한참 기다렸지만 자궁이 집도를 시작할만한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하루 더 기다려보자”며 입원을 권유했습니다. 루이스는 의사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지만, 당일 수술이 끝나고 퇴원할 줄 알았던 저는 의사의 의견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선 간단한 수술이 왜 이곳에선? 질문이 많았지만 루이스의 의견대로 입원을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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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수술 받으러 가고 없을 때. 저는 아내 옆에 있는 저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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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한쪽 벽면에 붙은 환자 상태 기록표)

코스타리카 병원이 한국과 다른 점 중 하나는 1인실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질병 감염, 사생활 보호 등 을 우려해 법적으로 다인실을 허락하지 않는다네요. 다음날 아내는 CT 검사, 혈액 검사 등 여러 검사들을 받으며 재수술을 준비했습니다. 의사는 여러 차례 병실을 방문해 아내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의사에게 “한국에선 보통 약물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자궁 입구를 개방하는데 이곳에선 그 방법을 쓰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니 의사는 “여성의 몸이 중요하기 때문에 함부로 약물을 쓸 수 없고,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해 자궁이 자연스럽게 열리기를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무릎을 딱 쳤어요. 이곳에선 약 하나 사용하는데도 많은 고민을 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의사와 병원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입원한지 사흘째로 넘어가는 밤 12시, 의사는 수술을 다시 시도했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수술을 끝낸 의사가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찾아와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하루 정도 휴식한 뒤 퇴원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코스타리카로 오는 내내 걱정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녹으면서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어요. 아내와 나는 다음날 휴식을 취한 뒤 퇴원 수속을 밟았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3박4일 동안 나온 의료비가 무려 800만원이 넘었습니다. 수술비, 입원비, 식비, 약값 등을 합친 비용이라고 합니다. 이걸 어떻게 한다? 고민을 시작할 때쯤, 루이스가 학교에서 퇴원 수속을 진행해주었습니다. 학교가 이용하는 영국의 보험회사가 병원에 의료비를 보냈고, 병원은 입금 금액을 확인하고서야 우리에게 퇴원을 허락했습니다. 사립병원은 이 정도 금액이 나온다는군요. 반대로 국공립 병원은 정부가 의료비 대부분을 부담하고, 그것은 코스타리카 국민 대부분 국공립 병원을 찾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코스타리카는 정부가 국민에게 의료비를 국비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3월 열린 대선에서 60년간 지속된 양당 체제를 지켜온 우파가 무너졌어요. 그러면서 부패와 경제난, 사회불안이 깊어졌고, 중도좌파 루이스 기예르모 솔리스 전 대통령이 내건 게 교육과 의료 분야의 신자유주의적 전환에 따른 불평등 개선이었습니다. 만약에 보험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통장에 있던 800만원을 내야 했을 겁니다. 그 생각만 해도 아직도 등골이 오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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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나흘간 계속된 병원 생활에 지쳐 병원을 나오자마자 인근 쇼핑몰에 들러 햄버거를 사먹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라"는 의사의 조언 대로 둘은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쿠바를 다녀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주말은 중남미 여행기 다시 보기
1. 프롤로그
2. 2박3일 걸려 산호세 도착
3. 코스타리카 유피스는 어떤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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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중심의 치료방법은 훌륭하지만..
병원비는 정말 깜놀. 이네요;;;;

사흘 입원했으니 저 정도지 더 있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후덜덜 합니다. 중남미 국가 대부분 사립병원 의료비가 이정도 나온대요. 그걸 이명박이 추진하려고 했으니...

그러게요;; 후덜덜덜;;;; 의료보험 만큼은 우리나라가 그나마 참 잘 되어있는 것 같아요... 걍 mb=18nom 이지요;;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나라 정도면 천국이죠. ㅎㅎ

병원비를 800만원 냈으면 정말 끔찍했을 것 같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여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

네 지금도 가끔 병원비 생각하는데 그때마다 후덜덜 합니다. ㅋㅋㅋ
의료민영화가 되면 돈 없는 사람은 아프지도 못합니다.

보통 미국에서 자연 분만에 만불 초반, 제왕절개에 5반 불 정도 잡으니까요. ^^

와...정말...

더위가 가고있어요!!! 선선한게 좋네요

네 오치님 좋은 하루 되세요!

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체계의 병원이네요. 금액에 턱이 나갈뻔 했지만 무사히 마치셔서 다행입니다+_+

네 보통 사립병원에 가면 그 정도 금액이 나온대요.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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