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흐름] #6 협상도 어떤 무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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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로 지내다 보면

집안의 소일거리를 도 맡게 된다.

밥을 축내는것은 어차피 같지만

소일거리를 하면서 축내는것과

그저 먹고 자고 지내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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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지극히 내 주관적인 변명이고

사실 가족들이 느끼기에는 똑같다.

약간 죄책감을 더는 행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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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소일거리 라고 해봤자 별게 없다.

빨래도 내가 잘 돌리지 않고 돌려 놓은것을

어느정도 눈치를 보고 타이밍을 잘 재서

건조대에 말린 다거나

설거지를 한다거나(80%는 내가 다먹은것이다)

분리수거를 한다거나

냉장고에 상한 음식을 버린다거나 하는것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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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이런 소일거리들은 별것 아니지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를 하는 행위는 마음의 짐을 덜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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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로써 집에서 얹혀 사는 짐을 덜어 내 준다는 것이지

대단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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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특히 설거지를 조금 좋아하는 편인데

내가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불로만 바베큐집에서도

처음에는 홀서빙으로 갔지만 어느새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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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서 업무영역이 그런 식으로

두리뭉술하게 확장되면 반감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차라리 설거지 하는게 나았다.

기름때를 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씻어내고

몇번이나 손으로 접시를 문질러 소리가 나는것을

확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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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기술이 생기면 접시나 그릇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현란하게 닦아내는 재미도 있었다.

누나는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방금 누나는 설거지를 하지 않아서

그릇이 없는 것을 불평했지만

사실 우리집에는 밥그릇을 두개 밖에 꺼내 놓지 않기 때문에

한번식사를 하면 설거지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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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불평은 나에게 설거지를 하라는 말이었다.

이런것을 알아듣지 못하면 백수생활에

엄청난 에로사항이 꽃 핀다.

나는 정확하게 그점을 알아챘지만

누나에게 제안 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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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에 관한 글을 쓸테니 설거지를 해보라고 했다.

아니면 내가 설거지를 할테니 설거지에 대한 글을 쓰라고 했다.

아주 전략적인 제안 이었지만

협상도 어떤 무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난 백수다.

씨도 안먹힐 소리고

난 설거지를 하고 나서

설거지에 대한 글도 썼다.

지금.*******

의식의 흐름
1 - 백수가 익숙해져 버렸다

2 - 담배 피러 나가야지
3 - 스팀잇이나 현실이나 똑같구나
4 - 두부김치랑 먹지 뭐
5 - 커피 맛 좋지
6 - 설거지에 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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