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택시 운전사를 보고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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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무척 덥습니다. 오후에는 에어컨 전기값도 아낄 겸해서 집 앞에 있는 까페에 가서 책을 보았습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그러고 있습니다. 해보니까 무지 좋습니다. 요즘 퇴직을 준비 중이라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찾고 있거든요.

이번 한주내내 휴가였는데 어디 가지도 않고 서울에서 뱅뱅 돌고 있습니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곳을 많더군요. 하루를 카페에서 보낸 이유는 그동안 너무 걸어 다녀서 무릎이 편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루에 대여섯 시간 이상도 걷지 않았는데 무릎이 아프더군요.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나봅니다. 연 이틀을 계속 쉬었습니다. 동네 카페에 갔더니 아줌마들이 많이 있더군요. 오후내내 여유있게 책을 보았습니다. 오후 7시경 막내 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영화보고 가자고 합니다. “뭐” 했더니, “택시 운전사”합니다. 그래서 보던 책을 주섬주섬 챙겨서 집으로 왔습니다. 사모님께서는 약속이 있어서 나가셨고 저는 딸 둘하고 영화를 보러 CGV로 향했습니다.

사실 딸들에게 며칠 전부터 ‘군함도’를 보러가자고 했습니다. 그랬는데 막내가 절대로 안본다고 합니다. 돈을 받아도 못본다고 하더군요. 왜그러냐 했더니, CJ가 제작을 하면서 스크린을 완전 독점했다고 합니다. 불공정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CJ의 영화제작 방식에 대해서 엄청난 비난과 비판을 해 댑니다. CJ는 국뽕 아니면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이용해서 영화를 만들고 그래서 돈을 번다는 것입니다. 가만 보니까 그런 점도 있네요. 국제시장도 그렇고 지금의 군함도도 그렇군요. 대중들의 맹목적인 애국심과 증오심을 이용해서 영화만들고 그리고 스크린 독점해서 이익을 올리는데 자기가 왜 거기에 돈을 던져 주느냐 하는 것이지요.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겠으나 군함도는 관객 800만명이 손익 분기점이기 때문에 무조건 그 선을 넘기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아이들 말도 일리가 있고 해서 저도 같이 보는 것은 포기하고 혼자 한번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차에 딸아이들이 영화를 보자고 한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한마디로 실망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질적수준이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간만에 딸아이들과 영화에 대한 평가가 일치했습니다. 일전에 보았던 덩케르크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한참을 싸웠습니다. 그런데 택시운전사는 의견이 일치하더군요. 별볼일 없는 영화라고요. 딸아이가 이런 말을 합니다. “잘만든 영화는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고, 못만든 영화는 평가가 하나로 통일된다” 잘만든 영화는 관객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많이 주기 때문에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못만든 영화는 못만들었다는 한마디로 귀결된다는 것이지요.

저는 광주문제를 다루었다는 것 때문에 기대를 가지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감독이 광주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광주문제를 다룬 것인지 택시 운전사를 다룬 것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그냥 송강호 한사람 연기력 가지고 흥행을 몰아보려고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신파조입니다. 송강호는 마누라를 잃고 딸아이를 혼자 키우는 홀아비로 나옵니다. 뭐 관객들의 눈물을 이리저리 짜 보겠다고 작정을 한 것이지요. 송강호의 코믹한 연기와 신파를 어떻게 엮으면 관객들을 홀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영화는 매우 단순합니다. 광주사람들은 모두 착한 사람들입니다. 영화의 광주사람들은 착함을 강요당하는 것 같았습니다. 유해진의 과장된 연기는 오글오글 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자동차 추격신은 정말 웃겼습니다. 송강호가 여기저기로 도망 다니는데 갑자기 나타난 계엄군의 찝차와 광주의 택시들이 차량 추격전을 하는 것은 참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영화라도 뭔가 짜임새는 있고 이야기가 들어맞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본이 안되어 있는 상황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감독의 새로운 접근과 해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듯합니다.

제가 아쉬운 것은 광주 민주화운동이 택시 운전사라는 신파 코믹영화의 소재로 이용당할 만큼 타자화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광주 민주화 운동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현실입니다. 현실에 대한 접근은 좀 더 진지해야 합니다. 영화가지고 뭐 그리 까탈스러울 필요가 있는가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광주민주화운동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냥 그런 흥행영화의 소재로 쓰이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영화감독이나 제작사는 정권도 민주당으로 바뀌었고 그러니 광주문제를 소재로 하면 돈 좀되겠다고 생각했는 모릅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적어도 아직까지 진지하게 다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딸아이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보는 독일기자와 송강호의 시각을 문제 삼더군요. 그냥 외부인들이 뭔가 황당한 일을 보았다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광주민주화 운동에 관한 유투브 다큐멘타리 보는게 낫겠다는 생각들이더군요.

이것저것 모두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CJ에서 제작한 다른 영화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의 생각을 이용해서 흥행에 성공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국뽕이나 일본문제를 다룬 것이나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느껴지더군요.

이상 올드스톤의 영화평이었습니다.

더운 여름 잘 보내세요. 이제 더위도 막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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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선택하는데는 개인의 취향이라고 봅니다.

한 예로 지난번 흥행한 영화 원더우먼을 예로들면 주인공 '갤 가돗'의 걸크러쉬한 외모 특히, 탄력적인 몸매를 동반한 최상의 CG액션을 보려던 사람은 최고의 영화였지만 내용이 너무 뻔해서 복선을 쉽게 유추해내 맥빠졌다는 스토리전개에 집착하는 마블매니아들은 정말 별로인 영화가 되었죠.

제 경우, 지난번 변호인을 아내와 보고나서 저는 군사정권 하에서 변호인 송광호의 연기력에 정말 매료되어 참 재미있게 보았다고 했더니 제 아내는 너무 애국심을 유발시키려는 감독의 의도가 싫어서 집중이 않되었다고 하더군요 ㅎㅎ

본론으로 돌아가서 말씀드리면..

518 광주를 리얼 서사적으로 만나고 싶다면 정말 책이나 다큐를 찾아서 봐야할 것 같구요.

배우 송광호의 멋진 연기를 보고 싶다면 518을 모티브로한 택시운전사를 봐도 좋을 듯 합니다.

배우의 연기력, 감독의 연출력, 탄탄한 스토리 이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췄다면 명화가 되겠죠.

결국 영화관에 걸린 작품들은 거의 상업영화일텐데 이런 출신 성분을 가진 영화에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고 어느 한 둘은 내려놓고 봐야할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아마 oldstone님을 비롯한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에게 518광주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TV속 장희빈이나 연산군을 보듯 즐겁게 감상하기가 어렵나 봅니다.

P.S. 개인적으로 명배우를 투입시켜 518 광주를 소재로 상업영화를 만든 영화제작자의 의도가 얼마나 적중할지 궁금합니다.

그러네요
제 기대가 너무컸나 모르지요

아이들과 함께 영화보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전 언제쯤 같이 가서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생각이 드네요 ㅎㅎ

금방입니다 인생 ㅎㅎ

오~ 좋은정보네욤; 이 영화는 피해서 봐야겠어요 ㅎㅎ 후기 감사합니다^0^

보시기로 하셨으면 보시는게 좋지요
남의 말만 듣고 안보시면 안되지요
보시고 나서 평을 올리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댓글이라도 다시면 좋고요

저도 오늘 휴가라... 친구들과 보러가기로했는데 유투브보는게 나으시다고하니... 저는 오늘 뭘봐야하나요 ㅠㅠㅋㅋㅋ

보시기로 하셨으면 보셔야지요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로 갔어야 했던 내용인데
너무 압축적으로 많은 걸 보여주려다가 이상하게 내용이 흘러간건 아닌지..

보러 갈려고 했는데 평을 보니 갈등이 생기네요......ㅎㅎㅎ
잘만든 영화는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고, 못만든 영화는 평가가 하나로 통일된다 라는 말이 갑자기 확 와 닿네요^^

제가 들어도 멋있는 말이었습니다

이번 주말에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여 영화를 보러 갑니다
현재 택시운전사랑 군함도 둘 중에 무엇을 봐야 되는지 대결 구도에 있는데.... 둘 다 평이 좋지 않군요 ㅠㅠ

다 보시고 평을 해보시지요 ㅎㅎ

둘 다 나름 재미있습니다. ^^
요즘 출처없는 악플평이 있는데 일각에선 보수단체가 댓글을 양산하며 왜곡시키고 있다는 말이있습니다.
그냥 재미있게 보십시오.
택시운전사는 아직 않봤구요 군함도 가족이랑 시원한 극장에서 팝콘먹으면서 봤는데 무척 즐거운시간이었답니다.

그렇군요 ㅎㅎ 기회가 되면 둘다 보고 싶네요 ㅎㅎ 바로 내일인데 아직까지 결정을 못했어요 ㅎㅎ

안녕하세요 oldstone님, 그래도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가지신 듯 합니다.
정말 아이들이 생각이 깊네요.. 부럽습니다. 저는 사실 현지에서
한국여화를 시간이 지나서 다운해서 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도 볼 수
있겠죠..ㅎㅎ 그래도 송광호 나오는 영화는 꼭 보는 편입니다.
군함도가 요즘 뜨거운 감자로 말이 많턴데요.. 초호화캐스팅에
제작비도 어마어마하고.. 정말 군함도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제
되고 역사를 왜곡한다는 부분은 가슴아픈 일인데.. 영화 자체가
상업성 위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많은 듯 합니다. 기회 되시면
군함도 한번 보시고 영화평 부탁드립니다.
Oldstone 님의 영화평은 정말 솔찍담백해서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지인중에 영화사 PD분이 계신데요...
예전에 '화려한 휴가' 케스팅 뒷얘기를 듣다가...
혹시 그 영화를 찍은 이유가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알리기 위한 대의로 시작한 거냐고 물었더니...
상업영화는 그런거 없다고 단호히 잘라서 말하더군요.
좀 씁쓸 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저도 영화관 가서 볼려고 했는데, 그냥 DVD로 나오면 봐야겠슴다 ㅋ

다 먹고 살자고 하는거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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