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본 일과 관점의 차이(뻘글인데 제목을 좀 멋있게 보이려고... ㅎㅎ)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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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직장 동료와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 식당으로 가기 위해 가는 도중 조금 한가한 도로에 들어섰을 때였다. 반대편 차선에 어떤 사람하나가 누워있었다. 팔다리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운전하던 직원이 갑자기 유턴을 해서 그 앞으로 갔다. 누가 뭐라고 말할 틈도 없었다. 차를 운전하던 직원은 여성이었는데 평소에도 의협심이 남 다른 사람이었다. 필자도 그렇고 뒤에 차를 탔던 직원도 그렇고 어어 하는 사이에 그 앞으로 갔다. 누가 보던지 간에 큰일이 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운전하던 직원이 먼저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차를 내려서 보니 아줌마 한사람이 길어 누워서 가슴을 치면서 울고불구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어릴때 동네에서 간질병환자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처음 그 광경을 보고서 간질병환자라고 생각했다. 간질병환자는 발작을 하면 잘 잡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을 판단하는 법인가 보다. 차에서 내려보니 상황이 조금 달랐다. 그 아줌마는 조금 살집이 있었는데 거의 실성한 듯 울부짖고 있었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간질병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뒤에서 어떤 아저씨가 마치 세상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괜찮아요, 지 성질 못이겨서 그래요”라고 말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조금 마른 사내는 계면 쩍어 하는 표정이었다.

부부로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할일이 없어졌다. 세사람의 일행이 다시 차를 타고 가던 길로 갔다. 조금 가다가 내가 말했다.

“그 남자 인생 참 피곤하겠다”

그랬더니 운전하던 여직원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저는 그 부인이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렇게 했을까 생각했는데요”

난 잠시 멍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그 아줌마 때문에 그 사내가 피곤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만일 의협심 대단한 우리 여직원의 생각처럼 남편이 잘못해서 부인이 너무 억울해 그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뒷좌석에 타고 있던 신중하기 짝이 없는 김박사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저는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젊은 사람 답지 않게 항상 신중해서 애 늙은이 같은 친구인데 이번에도 그런 대답을 한다.
명색이 내가 대장인데 내편을 들어 줄 줄 알았구만 애누리 없이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 한다.
그것이 김박사의 매력이다.

하나의 사건을 놓고 왜 의리의 여직원과 나는 정반대의 생각을 했을까?
내가 은연중 남성위주의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첫번째 그 아줌마가 길가에 누워서 발작적인 행동을 보인것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 아줌마가 보인 행동이 통상 말하는 사회통념에서 벗어난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내의 얼굴에서 그런 일이 한두번도 아니고 여러번 있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사회통념이라는 거울의 우상에 빠져 있었고 그 남자의 얼굴에서 읽었던 체념섞인 우울한 표정에서 남성으로서의 동병상린의 정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과거에 내가 속한 조직에서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비판할때 당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내가 하는 주장이 옳고 틀리고를 따지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를 가지고 나를 비도덕적이고 나의 주장이 틀리다고 이야기 했다. 신기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난 그런 현실이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그래서 20년 이상 교우를 하던 사람과도 절교를 해버렸다.

만일 그 아줌마가 정말 화가 나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정말 무엇인가 엄청나게 잘못 생각한 것이다. 고정관념에 빠지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보자고 스스로 다짐한 것이 한두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 또 그 고정관념의 틀에 빠져 있었다.

그 아줌마는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 아줌마는 정말 억울할 수도 있었는데 난 그 아줌마의 너무 억울해서 죽을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오히려 그 아줌마가 무슨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어림짐작했던 것이다.

어제 저녁 내내 그 아줌마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아줌마는 무슨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마치 2살짜리 어린아이처럼 길가에 누워서 땡깡을 부렸을까?

그런 마누라와 살아가는 그 사내는 얼마나 불행할까?

왜 난 사실도 제대로 모르면서 느낌으로만 상황을 파악하고 지레 짐작을 했을까?

다시 한번 나를 믿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내 최대의 적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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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나앉은 것이 자신과 타인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행동임을 생각하면 아주머니의 입장을 마냥 이해할 순 없습니다.

안전에 관한 이슈를 제외하고 이야기한다면, 남편은 부인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아 부인이 점점 과격한 행동을 하도록 한 책임이 있을 것이고, 부인은 악 쓰듯 주장하여 남편이 귀를 막도록 한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분명 이번에 아주머니가 도로에 나앉은 것도 남편이 자신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과 여성, 남편과 부인을 떠나서 타인의 안전을 크게 해칠 수 있는 행위는 어떠한 사연이 있어도 정당화 될 순 없습니다. 이러한 신념이 고정관념이라 할 지라도 이를 철회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네요.

더 복잡해지네요

저도 여기 동의합니다.
투신자살한 사람 때문에 눈앞에서 아이가 즉사하는 걸
본 부모 기사가 생각나네요. 만약 저 여직원이 저 사람을 치었더라도
저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요?

역시 @kmlee 님 다우십니다 ^^ 제가 하고싶은 말을 여기 고스란히 다해두셨네요. @oldstone 님이 느끼신 '사회통념'에서 벗어나 보이는 행동은 분명 옳지못한 대화방식일 겁니다. 도롯가에 누워 농성한다던가 하는 공공선을 저해할만한 행위들이 바로 그런 것이지요.

만일 부부간에 문제가 있었다면 아무리 답답하다고 한들 도움을 요청할 것도 아니면서 저런 방식을 택했다는건 스톤님 말씀대로 참으로 피곤한 사람으로밖에 치부될 수 없는 일일겁니다. 개인적인 부부의 일을 공공장소에 드러눕는 방식으로 해결을 보려하는것은 구성원들에게 상당한 피로감과 위협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이 맞을테니 말입니다.

말씀하신 여직원분의 말씀대로 설령 남편이 저런 행동을 유발했다고 한들, 그것을 길가다 저런 행위로부터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생겼다면 저 부부는 본인들의 부부관계로 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기에 편들어 줄 수 없고, 보호받을 수 없을 겁니다. 남편이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닌이상에요..

전 솔직히 @oldstone 님의 의견에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여직원의 입장은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저렇게라도 울분을 풀겠는가'일텐데 아무리 억울해도 선을 지키는게 옳죠. 아직 한국에 부부테라피 등이 미흡하기에 저렇게라도 호소를 하는 듯 합니다.

또한 주저 앉아 울분을 토하는 장면을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보았는데 이 점도 한번쯤 짚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육아문제도 드라마에서 잘못된 양육방법을 확산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인생선배로서 참 좋아하는 분께서 종종 하시는 말씀 중에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라는 말씀을 하시는데요, 고로 항상 자신과의 싸움(자아성찰)은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결국은 자신의 문제로 돌아가네요

저도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oldstone 님과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고정관념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 뜨끔 했습니다.
아줌마 성격이 엄청나구나.. 저정도면 남편은 진짜 암걸릴 정도로 괴롭겠다...
많은 남자들이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만큼 사회 통념에 길들여진거겠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아침입니다.

저도 올드스톤 님 같은 말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

참 세상 복잡하지요

제아내는 아무리 화가나도 거리에서
누워 땡깡을 부릴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큰아들! 너 죽을래!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만
위의 상황보다 낳은것 같네요 ㅋㅋㅋㅋㅋ

장가 잘 가셨습니다.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포스팅인거 같습니다. 과연, 누가 옳은걸까요? 옳고 그름이 없는건가요?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세상일 섯부르게 볼 것이 하나도 없는 거 같습니다.

헉.. 제목에 뻘글이라고 쓰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왔다 한 방 먹었습니다. ^^
고정관념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되는 순간입니다.

다만... 저도 여성인지라, 이야기속 직원분과 같은 생각을 먼저 했지만, 글을 읽으면서는, 오히려 @oldstone 님의 생각이 맞을수도 있다는 맘이 들었습니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우리로서는... 그들의 삶을 알 수 없기에....

차이는 있긴 있군요
남녀간 말이지요
여성분들은 남편이 바람피웠을거라고 하더라고요

이야기에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단편적으로반 보고, 판단하는 일이 많습니다.
사실 우리가 보는 정보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은 있지요.
하지만 한쪽으로 쏠리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편파적으로 판단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것을 극복하려면 노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투자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이런 좁은 시각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다른 건 몰라도 투자는 정말 복잡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글이군요 고정관념과 편견은 참 무섭죠..

그냥 편하게 적은 글인데 복잡하게 만드네요 제가

이것은 뻘글이아닙니다. 생각에 잠겨봅니다.

뻘글 맞습니다. 맞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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