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시작했다.
명상이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명상? 사이비 종교에서나 하는 거 아니야?"
'인상이 참 좋으세요'. 그들과 하는 대화의 끝은 대부분 '기운, 에너지, 전생, 조상님'으로 끝난다. 워낙 새로운 사람과 얘기하는걸 즐기지만, 과학 공부한다고 해놓고 갑자기 조상님얘기 나오면 정말 실망스럽다. 이제는 생김새 구분하는 능력도 생겨서 다가온다 싶으면 '관심 없어요'를 시전하고 떠난다.
그들 덕에 대중에게 사이비 관련된 단어라면 무조건 거부감이 생겼다. '명상'도 그중 한 가지다.
어디 은밀한 강당에 열댓명 앉아서 미신을 믿는 행위라고 생각했지,
명상은 나같은 일반인이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기력은 계속 파고들었고(이전 편 : https://steemit.com/kr/@ohzy/6nqt8a), 벗어나고자 아둥바둥하고 있을 때였다.
무기력에 휩싸여 하루 종일 유튜브에서 영양가 없는 동영상들만 핥아댈 때, 우연히 이 영상을 보게 됐다.
겨우 30분동안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나아질 수 있다니.
어떤 방법보다 간단했다. 몸과, 앉아있을 조용한 장소뿐이었으니.
동영상이 끝나기 무섭게, 불을 끄고, 30분 스탑워치를 맞추고, 눈을 감고,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기로 한다.
<내가 명상을 시작한 5가지 이유>
- 이거 완전 내꺼잖아!
첫 명상, 스탑워치가 울리고. 눈이 번뜩 뜨였다. "이거 완전 내꺼잖아!" 고요하고 고요하고 고요한 순간에서 빠져나오자 다시 폭풍처럼 밀려오는 생각들. 내가 생각이 이렇게 많았다니.
보약을 지으러 한의사를 찾아갔더니 "예민하지? 악몽 자주 꾸지? 생각 엄청 많지?"라고 물어봤고, 모두 YES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일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길을 걸어 다니면 사람들 행동 하나하나 민감하게 다가왔다. 도덕적 잣대를 휘두르고, 편견에 갇혀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봤다. 화가 쉽게 났고, 또 모든 일에 불편함을 느껴야 된다고 생각했다. 사회발전을 위해서 내가 잘하고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자기계발서에 한창 중독되어 있을 때, 너무 많이 들었던 말. '생각을 많이 해야, 성장할 수 있다.' 잠깐이라도 아무 생각도 안 하면 '뭐하는거야! 바보같이. 그 시간에 생각을 해.'라며 채찍질했다. 내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는가?
한 번씩 들어봤을 말.
멍 때리지 마!
수업시간에는 선생님, 집에서는 부모가. 어렸을 때부터 부정적인 인식을 씌어준 덕분에, 커가면서 우리는 '멍-'과 멀어진다.
'난 지금 아무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재미로만 볼 것도 아니고, 부정적으로 볼것도 아니다. 이 말이 정말 대단한 말이라는걸 지금은 안다.
(엉덩국에게 박수를)
기억으로 7살, 8살 때였다. 집에 혼자 있던 시간이 많았는데, 그날도 혼자 티비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시선이 장롱 문짝으로 가더니 눈이 고정된 채 아무생각이 안 들 때-----쯤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전에도 이런 느낌을 자주 느꼈는데, 이게 뭐지? 왜 이러는거지?' 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이상하게 또렷이 기억난다. 맞다! 난 명상을 하고 있었던 거다!
생각해보자. 멍때리는 순간만큼은 내 몸이 무엇이고, 무슨 걱정이 들고, 무슨 소리가 들리고, 뭐가 보이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을 멈춰버린다. 심지어 그 멍-에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내 혼을 누가 붙잡아 두는 것처럼 빠져나오기 힘들다.(설마 나만 그렇진 않겠지?)
멍을 때린다는건 집중하지 않는 게 아니라 '無'에 집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無'에 집중하는 집중훈련이다.(명상을 집중향상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명상하는 방법과 정말 똑 닮았다. '멍때리기 대회'는 유희와 관심을 위장한 '명상대회'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고민 많은 날에 나도 모르게 멍에 빠지는 많은 날들은 뇌의 외침이 아닐까? 잠깐만이라도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혹시 멍 때리는 날이 온다면, 부정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보자.
일말의 생각도 없애려고 노력한 30분 동안 마음속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고요함이 마약과도 같다. 계속 그 속에 빠지고 싶어 진다. 미국 연구결과에 따르면 명상은 psilocybin mushroom, magic mushroom(환각을 일으키는 독버섯)과 같은 효과를 준다고 한다.
굳이 다른 말이 필요 없다. 한번 해보자.
- 단 30분이 하루에 주는 영향력
30분이란 시간과 나란 존재는 하루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24시간이 23시간30분이 되었다'라는 말이 있다. 24시간을 1분, 1초 완벽히 관리하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시간을 無로 만든다는 개념부터가 새롭다. 시간은 허상이자 허구. 고차원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30분은 3차원에 살고 있는 우리의 23.5시간에 큰 영향을 준다. 24시간을 빠듯하게 채워주는게 아니라, 비워줌으로써 채울 수 있다. 더 크게.
- 사실 조용한 공간 따위도 필요 없다.
명상의 목적은 '현재에 존재하기(현존)'이다. 현존상태는 명상을 하는 사람 중에서도 꽤 고급자 스킬에 해당한다. 그만큼 현재에만 존재하는 삶이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울지도.
'행복해지려면 현재에 집중하세요.'
아직까지도 왜 현재에 집중해야 행복한지는 모르겠으나(우리가 어쩔 수 없는 3차원 존재이기 때문일까?),
현재에 집중하니 행복해진 건 확실하다.
언제나 명상할 수 있다! 조용한 곳에서 나에게 집중을 쏟는 것도 명상이지만,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커피를 마시면서도 언제나 명상할 수 있다! 어제, 오늘 음악 페스티벌에 갔다. 라이브를 듣는 중에도 생각이 과거와 미래 여행을 수차례 했다. 알아차리는 즉시, 명상이다. 바로 가부좌를 틀고, 손을 무릎 위로 얹었다. 는 석가모니가 그러겠고, 나는 현재 크러쉬가, 오혁이, 장범준이, 선우정아가 노래를 부르는 한음한음에 집중했다. 그 장소, 조명,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 그리고 내가 느끼는 기분에 집중했다.
- 명상 > 여행
흔히들 자기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나 역시 1년 동안 떠난 여행의 이유는 뭔가를 찾고 싶어서였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뭘지, 내가 잘하는 게 뭘지, 나는 누구인지. 여행을 떠나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다 찾았냐고? 아니. 똑같이 방황하는 20대일 뿐이다.
BUT, 5개월 동안 경험한 명상에서, 1년의 여행보다 더욱더 큰 가치를 발견했다.
여행은 나를 끊임없이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이었다면, 명상은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걸 깨닫고 평온만을 찾는 과정이다.
명상이 여행보다 좋은 이유 두 번째는 가이드의 유무이다. 1년 장기여행은 누가 가이드를 해줄 만큼 짧지도 않고, 정답도 없다. 세계일주 첫 스타트날, 불안한 마음에 세계여행 단톡방에 물었다.
"제가 여행을 잘 할 수 있을까요?"
돌아오는 답은 하나같이
"여행에서 '잘함'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때는 그 뜻을 몰랐는데, 세계일주를 끝낸 지금은 안다. 잘한 여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건, 못한 여행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소한의 경비로 오랜기간 여행했다고 잘한 것도 아니고, 소지품이 몽땅 털린게 못한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여행'은 그 자체로 빛나기 때문이다. 누구의 여행도 우위가 될 수 없다. 혹시나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알차게 여행했다고 느낀다면, 그건 자기가 그렇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지, 더 나은 여행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기때문에, 누가 가이드를 해줄 수가 없다. 누구의 것도 아니고 내 여행이기 때문에. 계속 방황하고 방황하다가, 하나라도 느꼈다면 '좋은 여행'이다.
영국-에든버러 거리
다행이도 명상에 좋은 스승이 많다. 아주 가까운 곳에.
어느 분야에서나 좋은 스승, 가이드가 있다는건 큰 축복이다.
<추천하는 명상 선생님>
마인드풀tv
우리나라는 명상이 대중화되지 않아서 한국콘텐츠가 많지않지만, 유튜브에 meditation, mindful 을 검색하시면 정말 무궁무진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내 안에 에고(자아)가 작아지는 그날까지.
살아오면서 겪어온 많은 부정적인 경험(에고)으로, 본연의 내 모습(참나)은 위축되어 왔다.
내가 항상 좋은 에너지로, 현존하는 그날까지.
<명상은 명상이다. 종교가 아니다.>
명상은 명상이다. 사이비가 아니다. 종교가 아니다. 사이비에 거부감이 막연한 분위기 때문에 이 좋은걸 놓친다는게 아쉬울 뿐이다. 지인들한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데,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란. 떠나지 않을것 같은 친한 친구에게만 말하고있다. 독실한 천주교신자인 엄마 조차 내가 이상한 곳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명상이 아시아에서 나온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명상 인구는 한국보다 미국이 10배 가까이 차이난다. 호의적이며 대중적이다. 명상을 학생 교육, 직원 교육, 우울증 치료 프로그램으로 많이 활용한다. 캐나다에서 초등학교 과목으로 넣은 사례도 있다. https://mindworks.org/blog/how-many-people-meditate/
미국. 증가하는 명상 인구 지수.
명상은
최단시간으로
최대효과를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보물이다.
지금 당장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현재에 집중해보자.
30분, 아니 10분, 아니 단 5분이라도!
좋은 습관을 공유하는 분을 보니 반갑네요
스티미언분들 중에도 명상하는 분이 몇 분 계십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 기대할게요
영화 소울에서 나왔는데, 명상으로 서로 연결되어 만난다는 내용이 너무 좋더라구요.
우리 모두는 이어져 있으니깐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매일 명상합니다. 명상은 매우 깊어요. 알면 알수록 깊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잘 안생기죠.
그러게요 ㅎㅎ 그래도 계속 그리워지는 곳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