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대충 숙제로 아이와 밀당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오나무예요.

오늘은 루덴스님의 [루덴스의 그림책 -'화'를 슬기롭게 다루는 법] 포스팅에 댓글을 달았다가 화가 난 상황이나 감정에 대한 표현을 예를 들어 알려달라고 하여 댓댓글을 포스팅합니다.

화가 난 상황을 얘기하면 엄청 쪼잔한 엄마가 되는게 맞지만,,그래도 요청주시니 나갑니다.

상황: 모든 부모들이 한번씩 거치는 [꼬맹가 숙제를 엉터리로 했거나, 안했거나 한 경우].

꼬맹이 유치원 숙제: 하루에 영어 그림책 4~5페이지 보고 쓰기 숙제 (1페이당 2-3줄)

7살 유치원 쓰기 숙제가 있었는데,
꼬맹이가 하기 싫은지 건성건성 요령을 피우더라구요.
대략 2주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간혹 한번씩 숙제 했니? 라고만 물었습니다.
물론 “다 했어.”라는 답이 돌아왔죠.

제 생각에는 숙제가 하기 싫은 날도 있고 뭐 쓰는게 7살짜리한테 얼마나 힘들면 그러겠어 하고 나아지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주를 보면서 느낀건, 아이는 점점 더 숙제를 건성할 뿐 아니라 대충하는 요령을 터득해 갔습니다.

처음에는 글씨를 휘갈겼고
그 다음은 한줄씩 빼먹었고 점점 더 페이지를 빼먹기 시작했습니다.
2주 막바지에는 페이지당 한줄 정도만 쓰더라구요.
2주를 꼬박 넘기고 꼬맹이에게 다시 물었죠?

오나무: 숙제 했니?
꼬맹이: 네.
오나무: 그럼 읽어바~
꼬맹이: 아… (제가 이게 다 한거냐고 묻자)
분명히 다 했는데…
분명히 다 한 느낌이었는데…(<- 다 한 느낌!!)

이런 상황이 벌어진거죠.
제가 아이한테 언성을 높이거나 하지 않는 편인데 정말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내 나름대로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죠. 알아듣는지 어떤지에 대한 생각은 이미 제 머리에서 외출나갔던 것 같아요.
(지금은 시간이 흘러서 기억도 안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문과 같은 시간이었을지..)

오나무:

꼬맹아, 이 숙제는 네가 할일이야.

어린이는 잘 먹고, 잘 놀고, 그리고 공부도 해야하는 거야. 공부도 숙제도 너의 할 일 인거야.

니가 알아서 잘 하는 거 아는데 이번 숙제, 너 왜 이렇게 한거니?

꼬맹이: 숙제 했어요. 분명 다 했어요.

(그림책과 대조하면서 이건 다 한건 아니라고 왜 다했다고 한거냐고 묻자)

분명 다 한 느낌이었는데…이상하다.

(<-- 이상하다? 뭐가 이상하지? 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오나무: 유치원에서 숙제는 너의 일이야.

(이젠 했던말 또 하고 또 하고..제가 생각해도 지겹네요)

못했으면 아니 못하겟으면 말을 해야지. 이렇게 다 했다고 하고 하면 어떻게 해 ~~~블라블라

꼬맹이: 엄마 난 분명 숙제 다한 느낌이었어요.

(결국, 난 꼬맹이에게 숙제를 다시 하라고 하고
꼬맹이는 그러겠다고 했고
난 그 사이 옆에서 책을 읽겟다고 책을 펼쳤으나 내 심신은 이미 멘붕이죠…@@
꼬맹이가 따라 쓰기를 기다리면서 인내하고 있는데 십분쯤 지났을까)

꼬맹이: 엄마, 나 사실 이거 숙제 어려워요. 쓰는게 힘들어요.

그래서 조금만 써도 힘들고 어려워서 다 쓴 느낌이 들었어요.

진짜예요.

….(둘다 침묵)

꼬맹이: 영어 수업 내가 듣겠다고 해서 엄마가 신청한거 다 알아요.

그런데 그때는 … 숙제가 있는 줄 몰랐어요.

(<- 이 얘길 듣고 빵터져서 웃다가 꼬맹이한테 비웃는거냐고 한 소리 들었죠 ㅠ.ㅠ)

오나무: 꼬맹아, 엄마가 얘기했잖니. 숙제 있다고~

꼬맹이: 기억이 안나요.

(나는 숙제가 어려운 꼬맹이가 안스럽고,
솔직히 한글도 제대로 못쓰는 어린이가 영어 쓰기 숙제를 한다는게 나름 불만인 상태여서
숙제를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오나무: 꼬맹아 네가 힘들면 안해도 돼.

그 숙제 엄마 생각에도 그건 좀 무리인거 같아.

엄마가 선생님께 전화해서 너는 쓰기 숙제는 이제부터 안하겠다고 할께.

꼬맹이: 싫어요. 할래요. (막 울었다)

이건 내가 해야 하는거라면서요.. ( 또 운다)

(속이 상했지만 하겠다고 하니 정말 어쩔 수 없이 숙제 할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한줄을 쓰는데 30분이 걸렸다.
엄청난 미사여구로 독려했다. 너한테 굉장히 힘들텐데 괜찮겠냐. 너 정말 대단하다…
엉터리 숙제 하다가 들킨것이 자존심 상한건지, 나한테 혼난게 속상한건지
한글자 한글자 쓰다말다를 반복하다가 2시간이 다 되었을 즈음 숙제를 마쳤다.

이 정도 되면 나도 그냥 넘어가면 좋으련만,
2시간 기다리다 보니 나의 인내도 고약한 심보로 정점을 찍는다.

오나무: 꼬맹아, 아주 잘했어. 글자도 잘 썻다.

그래 이제 한번 읽어바.

꼬맹이: (찍 째려보면서) 엄마, 오늘은 안읽으면 안될까요?

오나무: (이쯤해서 마음 접으며) 알았어. 내일부턴 큰소리로 읽고 쓰는거다.

니가 숙제 다 한 느낌 또 날 수 있으니 당분간은 엄마가 숙제 꼼꼼히 볼께.

그리고 니가 쓴건 니가 읽을 수 있어야 하는거야. 왜 쓰겠니? 읽으려고 쓰는거지…

(참고로 전 @#$%@ 못써요^^)
(그래도 마무리는 찐하게 짠하게~)

꼬맹아 수고했다. 고맙다. 사랑해~~

엄마가 보니 숙제 정말 힘들다. 대단하다~~~~

꼬맹이: 네 (할머니 방으로 휘리릭~~)



벌써 1년이 훌쩍 넘은 얘기네요.
전 제가 화가나면 일단 조금 관망하다가 얘기를 하는 편인데,
이런 저를 여러번 본 꼬맹이는 제가 관망하거나 참을때 표정을 보고는
엄마 기분이 좋치 않아요? 화 났어요? 이렇게 묻더라구요.

그럼 엄마 좀 기분이 좋치 않아. 화가 나서 지금은 조금 혼자 있어야 겠다.
엄마가 진정하면 그때 얘기하자. 그런 편인데 ..

이러고 나면 꼬맹이가 나를 다독이듯이 이렇게 말을 하죠.
"난 괜찮으니까 엄마가 괜찮아지면 그때 또 같이 놀아요."

이 말을 듣고 나면 왠지 너그러운 아이가 부족한 엄마를 봐주는 듯한 느낌이 찐하게 든다. 그게 맞는 말일것도 같다. 누가 누굴 가르치고 다그치겟나 싶다. 그냥 지지고 볶고 사이좋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거다.

(그때 즈음의 사진을 찾아서 떡하니 붙여봅니다)
KakaoTalk_20180202_14301649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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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생각보다는 아이들이 생각이 깊네요.

정말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생각이 깊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없어요. 신기하고 놀라워요.
다만 생각의 틀이 있는 저나 어른들,,그리고 생활의 피곤으로 아이들의 언행을 정해진 테두리안에서 바라보게 되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힘들꺼란 생각이 들어요.
눈높이를 맞춘다는 말이 정말 어렵다는 걸 실감합니다.
말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른스러운 아이 참 기특해용 저도 조카가 저 기분안좋으면 이모 왜 속상해 기분안좋아 이런말을 하면 언제 저렇게 컸나생각이 들어용 가끔소통해용 팔로우 보팅하고 가용 지나가다 들러주세용

아이들은 정말 금방 커요. 내가 나이 먹는건 잊는데 아이들이 크는건 깜짝 놀랄 정도더라구요.
반갑습니다.

아이가 속마음을 이야기 해줘서 다행히고 그 후 잘 풀어나가신것 같아 다행이네요

제가 화가 나면 "잔소리 대마왕" 소환이예요.
그래서 제가 먼저 말을 하죠. 꼬맹아, 엄마 잔소리 대마왕 나올라고해.. 이렇게요.
욱하기도 하는 오빠를 말할때는 "버럭이가 나오는 것 같다." 이렇게요.
책에서 보고 그렇게도 해보니 감정이나 상황을 말이나 글로 서로 얘기하고 사람마다 표현이 다르다는 걸 이해하는 건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
대신에 아이도 저한테 똑같이 저렇게 하죠. ㅎㅎㅎㅎㅎ
그럼 서로 우리 말로 배틀하는 거지? 해요.

ㅎㅎㅎ 이렇게 친절하게 써주셔서 감사해요.
감동~~!!!ㅎㅎ
벅적벅적 한 가운데 아이와 엄마가 서로 이해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ㅎ
엄머의 화내는 행동이 아이에게 크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서로 상처받지 않는 선에서 잘 해결되는 것 같아서
별 문제라고 보이지는 않는데요?? ㅎㅎ

꽃미남 아들과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사람마다 화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것 같아요.
전 평소 바보엄마이다가 간혹 화가 나면 "잔소리 대마왕" 소환이예요. 아이도 그걸 알아요.
울 오빠는 살짝 "버럭이". 아이에게도 사람마다 표현이 다른거라고 말해줫죠.
그걸 알게되면 상황을 좀 더 간단하게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말만 이렇게 하지 주말마다 지지고 볶아요~
루덴스님도 즐거운 주말되세요.

아드님 미남이신데요? 누구 닮은거에요.
벌써부터 이목구비가 장난 아닙니다.
건강하게 무럭 무럭 자라니
안먹어도 배부른다는게 기분이 드실 듯 해요.
선팔 신청하고 갑니다 ^_^

에고..미남은 아니고 제 눈에만 보석이죠.
말씀 감사드립니다. 해피님도 상당히 미인이시네요. 부러워요~~

아이가 너무 귀엽네요 :) ㅎㅎ

네.. 매일 봐도 매일 귀여워요. 정말 늘 감사하고 있어요.
그러나,,, 주말마다 게임하다가 또는 제가 나만의 자유시간을 갖겠다고 하면서 지지고 볶고 티격태격한답니다. 그래도 귀여워요 ㅎㅎㅎㅎ
말씀 감사드립니다.

부럽네요 ㅎㅎㅎ 말씀만들어도 얼른 결혼해서 아이를 갖고싶네요 :)

철든 말을 하네요 ^^

부모가 부족해서 애가 철이 드는 건지 넘어가 주는건지,,,ㅎㅎ

제 아들만큼 미남에 마음까지 똑같네요ㅎ
앞으로 종종 들르겠습니다^^

하하하..예 말씀 감사합니다. 서로 마실다닌 걸로...

요즘 정말 많은 분들이 짱짱맨 태그를 사용해주시네요^^
행복한 스티밋 ! 즐거운 스티밋! 화이팅~~

짱짱맨 화이팅, 스티밋 화이팅~

그러게요. 아이는 정말 빨리 크죠.
그래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죽순과 같다고 하나봐요.

정말 쑥쑥 자라더라구요. 제 흰머리 자라듯이요~
예전 울엄마가 금은보화를 매일 보면 이리 좋겠니? 라며 우리들을 보고 하던 말이 생각이 나요.
정말 매일보는데도 매번 감사하게 되요^^. 멋진 죽순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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