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프리퀄] 일요일에는 닭을 먹여야 한다

in kr •  3 months ago




일요일에는 닭을 먹여야 한다

+ Nantes, France



자, 이제 원래의 코스로 돌아가야 합니다. 열심히 달려 스페인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주저 없이 프랑스의 고속도로를 달려 내려갑니다. 좌우로 펼쳐지는 초원과, 끝없이 계속되는 밀밭, 구름바다.. 이것이 유럽이다 싶을 만큼 이국적인 풍경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한스와 잭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유럽의 풍경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배는 채워야겠습니다. 잠시 점심을 먹으려고 들린 곳이 낭트입니다. 낭트.. ‘낭트칙령’ 때문에 익숙한 도시입니다. 세계사 시간에 배운,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오로지 ‘낭트칙령’이란 단어만 기억이 나는 그 도시 말입니다.

 

'낭트칙령이 뭐였지?'

 
낭트칙령은 프랑스에서 30년 동안 지속되었던 구교와 신교의 전쟁이 끝나고, 종교의 자유가 선포된 칙령을 말합니다. 루터와 칼빈의 종교개혁이 유럽 전역을 휩쓸고, 이에 새롭게 등장한 신교도들을 프랑스에서는 ‘위그노’라 불렀습니다. 전통적인 구교 국가였던 프랑스에도 종교개혁의 영향을 받아 신교도들이 불어나기 시작했고,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신교와 구교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새롭게 즉위한 앙리 4세가 자신은 신교도였음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구교)으로 개종을 해가면서까지, 위그노들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 ‘낭트칙령’을 선포함으로써, 30년 전쟁을 종식시키고 프랑스에 종교의 자유를 가져오게 됩니다.

 


개종을 했다고? 정작 본인은 카톨릭으로 개종하면서까지 신교의 자유를 선포했단 말이야? 대단한 역발상이네.

 
네, 대단한 역발상입니다. 정치적인 선택이었겠지만, 그래서 위장 개종이라는 의심을 사기도 했지만, 어쨌든 앙리 4세의 이러한 선택은 대부분 상공업에 종사하고 있던 신교도들의 활동 영역을 확대시키고 장려함으로써 프랑스에 상공업을 부흥시켰고, 전쟁으로 황폐해졌던 국토를 복구함으로써 프랑스를 유럽의 강자로 등극하게 하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역발상인데, 이건 마치 예수가 인류의 해방을 위해 사탄의 부하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과도한 비유입니다, 멀린. 배트맨이 도시의 안전을 위해 조커의 부하가 되었다고 합시다. 아니면 메시가 바르셀로나의 독립을 위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고 합시다. 어쨌든 앙리 4세는 매우 실용적인 왕이었으며 백성들의 칭송을 받는 왕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하느님은 내 왕국의 모든 국민들이 일요일이면 닭고기를 먹길 원하신다.”라고 말하며, 종교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들의 삶이 행복하고 풍족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은 앙리 4세를 ‘선량왕’이라고 칭송했다고 합니다.

 


영화 ‘웰컴투동막골’ 이장님 말씀이 생각나네. ‘멀 마이 맥여야지’.. 그래 왕은 그래야지. 백성들이 배부르면 그만이지. 왕은 제사장이 아니잖아.

 
지도자는, 리더는, 제사장도, 예언자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을 따르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안위와 행복만을 생각하면 됩니다. 자신들이 배교를 할지언정, 구성원들의 안전과 행복이 보장될 수 있다면, ‘지옥도 마다하지 않는 헌신과 용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라고 뽑아 앉힌 것입니다. 그러라고 권한을 준 것입니다. 집 지키라고 개집까지 지어 줬는데, 집은 안 지키고 안방에 들어와 꾸벅꾸벅 졸다가, 버스럭거린다고 주인한테 짖어대면, 이놈의 개새끼를 어따 써먹겠습니까?

프랑스는 ‘선량왕’ 앙리 4세 덕분에 유럽의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뒤이어 등장한 앙리 4세의 손자 태양왕 루이 14세가 ‘낭트칙령’을 폐지해버림으로써, 신교도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던 근면한 상인, 기사, 지식인, 기술자 계급들이 박해를 피해 대거 영국, 네덜란드, 프로이센 등 주변국가로 망명해버리게 됩니다. 이로써 프랑스는 국가 성장의 동력을 크게 상실하게 됩니다.

 


그봐, 경직되면 쪼그라든다니까. 쥐어 잡으면 작아지는 거야. 자꾸 뭘 먹여도 부족한데, 때려잡으면 남아나겠나. 다양성이 훼손되면 성장은 멈추게 되어있어. 사람도 그래, 자신만의 신념체계를 확립해 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늘 소통의 통로를 열어두고 많은 것들과 상호작용해야 해. 그래야 성장이 일어나지. 전염될까 봐, 물들까 봐 두려워, 귀를 닫고 눈을 감으면 성장은 거기서 멈추는 거야. 멈추기만 하면 다행이게. 좌, 우 흔들리며 균형 잡는 일을 계속해야 균형감이 생기는 건데, 한쪽 방향으로 서서 소통을 멈추었으니 허리가 휘게 되는 거야. 성장이 아니라 오히려 균형감을 잃은 채 한 방향으로 꼬부라지는 거야. 그러다 굳어버리면 고집불통, 썩은 고둥이 되지. 사회에서 버려지는 거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썩은 고둥을 어따 쓰겠어.

 
그러나 유혹은 이것입니다. ‘상호작용을 멈추기’, ‘귀찮아 하기’, ‘그냥 믿던 대로 믿고 말기’, ‘살던 대로 살기’.. 그것은 너무도 지독한 유혹입니다. 들어보지도 않고 일단 배척하는 일 말입니다. 누군가는 그래야 살아남겠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기득권을 위협하기 때문에 적대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자신의 발전에 큰 유익을 줄 수도 있는 변화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던 대로 살고 싶습니다. 입장을 한 번 정하면, 신념을 한 번 가지면, 상호작용은 배신이고 우상숭배이며 위험한 접촉입니다. 그래서 눈과 귀를 가리고 한 발짝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화와 발전은 언제나 이질적인 것들의 교합입니다. 이종교배를 통하지 않고 새로움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생태계의 모든 시스템은 반드시 일정 수준의 돌연변이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그 돌연변이가 곧 주류가 되고 또 다른 돌연변이를 유발합니다.

이교적인 어떤 것에 신념이 흔들린다면, 그것 또한 제대로 된 신념이라 할 수 없겠습니다.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체계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무엇과도 상호작용해 보아야 합니다. 두려움을 내려놓고 말입니다. 오히려 두려워해야 할 것은 그냥 제자리에 멈춰서 화석처럼 굳어지는 것입니다. 눈과 귀를 닫고 ‘어버버버~’ 방언을 외치며, 이교적 도전들을 방어해 봐야, 성장하지 못한 신념체계가 스스로를 가두고,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소금 기둥을 만들어 버립니다. 그러니 우리는 마음을 열고 눈과 귀를 개방하여, 쏟아져 들어오는 무지갯빛 신념들과 춤을 추어 봅시다. 스텝만 꼬이지 않는다면 플로어를 휘몰아치는 당신의 움직임과 그들의 손끝과 발끝이, 놀라운 하모니를 만들어 하늘 높이 자라나게 할 것입니다. 태양왕이 겁에 질려 하늘 높이 자라난 우리들의 언어를 흩트려 놓을 때까지 말입니다.

 


결국 앙리 4세는 종교적인 이유로 구교도에 의해 암살되었어. 이것은 순교인가? 그럼 구교의 순교자인가? 신교의 순교자인가? 광적인 구교 신자에 의해 암살 당했으니 신교의 순교자일까? 아니면 구교로 개종했으니 신교의 배교자일까? 그것 때문에 신교의 자유를 얻었으니 신교도들은 앙리 4세를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그것은 아무래도 좋다.’ 백성들이 일요일에 닭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앙리 4세라면 말이죠.

 


엔도 슈사큐의 ‘침묵’에 보면, 일본에 전도하러 온 선교사들에게 일본 당국은 계속 배교를 요구하지. 선교사들은 배교하지 않고 버티지만, 그럴 때마다 신자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 거야. 신에 대한 믿음과 친구들의 목숨 사이에서 번민하는 거지. 아니 내 신념을 위해 살인을 방조하는 거야. 방조? 살인을 저지르는 거지. 왜 그게 번민 거리가 되지? 그들이 따르는 예수는 율법을 넘어 안식일에도 병을 고쳤는데 말이야. 지탄받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주저하지 않을 뿐 더러, 그들의 친구가 되었어. 그리고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가장 큰 사랑이라고 했지.

 
멀린.. 올챙이적 생각 못하십니다. 예전의 본인을 생각해 보세요. 예수는 심지어 자신이 신의 아들이라고 했습니다. 세상을 구원하러 온 메시야라구요. 나사렛에서 온 목수의 아들이 말이죠. 강원도 깡촌에서 온 일용직 노동자의 아들이, 내가 신의 아들이라고 하면 멀린은 믿으시겠어요? 맞습니다. 믿음이 문제입니다. 예수는 서로 사랑하라고 했을 뿐입니다. 일용직 노동자의 아들을 사랑한다면 그가 헛소리를 한들 사랑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선교사들이 친구들을 사랑했다면 배교가 중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믿음이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사람들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 없죠. 불안한 신념은 눈을 가리고 마음을 닫아버리거든요. 말 그대로 불안하니까. 배교했다가 지옥 갈까 봐 말이죠.

 


배교했다고 지옥 보내는 신이라면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검으로 베어버리겠어. 그런 쫌팽이가 어떻게 신이겠어? 아니 자식이 호적 파 갔다고 자식이 아니냐고.. 인간만도 못한 신이 어떻게 신이야.

 
멀린.. 흥분하지 마시구요. 멀린은 아직 검이 없잖아요. 그리고 사랑하셔야죠. 신이 그럴지라도 그런 모습까지 사랑하셔야죠. 신은 그러면 안 된다는 것도 신념일 뿐입니다.

 


앗! 그런가? 어렵구만..

 
괜찮습니다. 멀린.. 그러니까 성장해 가야죠. 자라나야죠. 그리고 검을 찾으셔야죠.

 


왠지 이번 여행은 종교개혁의 발자취를 쫓는 여행이 될 거 같아..

 
그렇습니다, 멀린. 촉은 좋으시군요. 멀린의 말대로 이 여행은 개혁자들의 발자취를 쫓는 여행이 되었습니다. 종교적 신념과 관습에 도전하였던 개혁자들이 이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또한 감당하기 힘든 이교적이고 상식을 넘어선 도전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예수가 막달라마리아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다든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비밀의 통로가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던가, 심지어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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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mmerlin님 팔봇 햇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