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이상향

in #kr6 years ago (edited)

우린 그들을 얼마나 알기에 미워했고 그들을 얼마나 알기에 좋아했을까.

나는 내 자신을 얼마나 알기에 나를 미워했고 또 의기양양해 했을까.

아침햇살이 비치면 의욕이 충만하고 자신감이 한없이 차오르다가 어둠이 깔리면 언제 그랬냐는듯 기운을 잃어버리는 것이 사람이다.

같은 일도 어떨 땐 긍정적으로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고 어떨 땐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라는 식으로 스스로도 깜짝 놀랄 것처럼 돌변하기도 한다.

자신에게는 여러가지 모습이 있고 선과 악, 최선의 나와 최악의 나 그 모두가 함께 들어있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러니 너는 잘난 사람 혹은 나는 못난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것 자체가 여러 모습을 갖추고 있는 인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고 오만이다.

상처를 받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대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대한 기대. 나 자신에 대한 기대.

나를 사랑해줄 줄 알았던 사람이 나를 차갑게 대하면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이 정도는 거뜬히 해낼 줄 알았던 자신이 그것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갈 때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저 사람은 이럴거야. 나는 이래야만 해.’ 라는 기대.
그것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주입시켜왔던 것들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몇십년을 함께 해온 내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난 저 사람을 알아.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 참 착한 사람이지. 참 이상한 사람이야. ’라고 단정짓고 평가하고 내가 내린 평가에 내가 상처를 받았을까.

똥 누러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한없이 변덕스러운 존재다.
변덕스러운 만큼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가득찬 존재다.

그러니 나는 영원히 이럴 것이라고 절망할 필요도, 너는 영원히 나를 사랑해줄 것이라고 희망에 가득찰 필요도 없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이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고 이것은 우리에게 절망의 모습을 한 희망이다.

‘이 사람 이런 사람이네. ’하고 섣불리 평가 내려 괜히 혼자 상처 받지 말고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고 섣불리 단정 지어 변화를 가로막지 말자.

우리는 그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는 존재다.
선과 악.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그 모든 것.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나의 아까운 에너지를 쏟지 말고 나 자신을 내가 만든 좁은 틀에 가둬 자꾸 제약하고 억누르지 말자.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더 크고 더 부질없는 존재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직은 이 세상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땅을 밟고 있다는 것. 바람과 햇살을 느끼고 있다는 것.

인생에서 많은 일이 내 뜻대로 되진 않지만 안 되는 와중에도 이루기 위해 아둥바둥 해봤다는 것. 부질 없는 것 알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진실한 사랑을 찾기 위해 애썼다는 것.

그것에 의미가 있을까.
부질 없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이상향을 향해 한걸음 내딛었다는 것.

두려움엔 참 실체가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비록 초라한 시작일지라도 한걸음을 내딛었으면 한다. 거창하진 않더라도 우리는 그 초라한 시작에서 우리 영혼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부질 없다고, 허망하다고 모든 걸 손 놓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질 없고 허망한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원하는 이상향을 향해 하루하루 걸어갈 때 우리는 비로소 마음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자신을 찾아온 알렉산더 대왕에게 했다던 말이 생각나는 완연한 봄이다.

“햇빛 가린다.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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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에요.
다음부턴 자제해야지, 안 해야지 하지만 또 하게 되더라구요.
본인을 위한 잔소리라 하더라도 잔소리 듣기 좋은 사람은 없죠~!ㅠㅠ
나중에는 고맙다는 말을 듣긴 해도
상대방에게 상처로 남아겠단 생각을 요즘들어서 자주하게 됩니다.
상처는 의지와 상관없이 받게 되는 거니까...

듣는 쪽에서 거슬리는 순간
말이 아니라 소음이라는 거 몰라!?
(드라마 미스티 중)

제가 만들어내는 소음의 출처는 어디일까 고민을 해본적이 있어요.
결국 '기대'더라구요.
상대방이 나에게 해주길 바라는 그런 기대가 아니라,
그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잘 할 수 있다는 기대요.
그 사람과 함께 한 많은 시간과 내 애정이 합쳐서 만들어낸 기대인 거죠.
아니 지금 생각하면 '환상'이었을 수도 있겠어요.

왜 있는 그대로의 저 사람을 인정하고 사랑해주지 못할까?

이런 고민과 함께 제 자신을 고치려고 하는 요즘입니다.
@megaspore님이 말씀하신 '부질없음'과는 조금 다른 부질없음을 생각하게 되네요.
어차피 사랑할 건데,
'기대'가 충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을 것도 아닌데,
괜한 내 욕심에 기댄 '기대'는 이제 조금씩 덜어내려 노력해야겠습니다.

<그 사람과 함께 한 많은 시간과 내 애정이 합쳐서 만들어낸 기대인 거죠.
아니 지금 생각하면 '환상'이었을 수도 있겠어요.

왜 있는 그대로의 저 사람을 인정하고 사랑해주지 못할까?>

환상이란 말씀이 마음에 와닿아요..

<어차피 사랑할건데> 이 말씀도요..

때때로 느끼고 안다고 생각하는데도 어느 순간 당연하게 기대게 되고 위로받고 칭찬받고 싶고 그러다 혼자 서운하고 밉고 그러게 되요. 모든 것이 변하고 나도 변하고 있을텐데 가끔 멍청하게라도 그대로 있어주는 걸 바라게도 되요. 알고 받아들이지만 누군가 내게 그래줄 수 없다면 나라도 가끔 그런 사람이 되주면 좋겠네요.
잠깐이라도 마음 속에서 빛이 베어나와 누군가에게 그대로인 편안함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내게 그래줄 수 없다면 나라도 가끔 그런 사람이 되주면 좋겠네요.>

오나무님 너무 멋있으세요..ㅜㅜ

좋겠네요. 잖아요. 멋은 없어요. 쑥스럽게 왜 이러세요~~

아차..

좋<겠네요> 였군요..

멋있으세요를 멋있<겠네요>로 수정합니다..

저는 저 자신을 제가만든 틀에 늘 가두고 있는것같아요. 그것이 과거에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것일 지라도 저 스스로 나오지 않으면 안되자나요.
근데 쉽지많은 않아요. 스팀잇이 저의 돌파구가 되고있는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
감동에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되는 글이었어요
정말 그렇네요.. 나는 나자신도 모르면서 누구에게 뭐 얼마만큼 기대를 하며 사는지..
화를 낼 이유조자, 실망할 이유조차 없다는 사실을..
따스한 봄날에 생각에 잠겨봅니다..🤔

부질없는 걸 알아도 계속 하는 사람 덕에 세상이 바뀝니다..ㅎ
그리고 내 스스로도 만족이 되는것 같아요.
그리고 포기할때도 과감히요.
'할만큼 했다'라며...

<부질없는 걸 알아도 계속 하는 사람 덕에 세상이 바뀝니다..ㅎ
그리고 내 스스로도 만족이 되는것 같아요.
그리고 포기할때도 과감히요.
'할만큼 했다'라며...>

내 스스로도 만족이 된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너무 멋진 댓글이에요..!!

디오게네스 배포가 일품이네요^^

저는 글을 읽으면서
이원성의 세계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명상책을 읽은 것에 따르면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두려움이라고.
진정으로 사랑하면 두려움은 사라진다고 하네요.

예전에 꿈은
돈 권력 명예들이었지만
이제 앞으로 갈수록
꿈도 바뀌리라 봐요.

꿈이 사람 수만큼 다양하게 되겠지요.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을 실현하는 쪽으로요^^

<진정으로 사랑하면 두려움은 사라진다고 하네요.>

이 말씀이 마음에 남네요..!!!

뿜어져 나오는 어엿한 빛....... 살아 숨쉬며 희망의 에너지로 아웅바둥 기운내어보시지요..^^ 부질과 초라도 어쩌면 실체없는 마음의 바람같은 것이기에..

어엿한 빛...찬란한 빛...

실체없는 마음의 바람같다는 말씀이 맞는 거 같습니다!!! (중국어는 실체가 있겠지만 잡히지 않으시겠지요..훗)

ㅂㄷㅂㄷ 중국어...휴..... 워아이한위! ^^ 그래도 계속 고고씽할겁니다. 바람을 느끼며 즐겁게~

ㅂㄷㅂㄷ ㅋㅋㅋㅋㅋㅋ

부질없고 허망하기 때문에 원치 않는 것을 그만둘 용기, 원하는 것을 찾아나설 용기를 낼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더 나아질 수도 있을거구요 ㅎㅎㅎ

나이가 들수록인지, 경험이 많아져서 인지, 아니면 생각하는게 귀찮아서져인지.. 점점 편견이 많아지고, 단정짓게 됩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를 맺을때 첫인상으로, 그사람을 파악한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시간이 많이 흐르고나서야. 아니었구나.. 라고 알게되는 경우도 많은것 같습니다. 어쩌면 상처받기 싫어서 미리 방어기제를 펼치는게 아닌가도 싶습니다.

상처받기 싫어서 미리 방어기제를 펼치는게 아닌가 싶다는 말씀에 동감이 되네요...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요즘은 조금 주눅도 들고 그러네요. 햇볕도 좋은데 좀 더 얼굴도 태우고 그래야겠어요. 메가님은 요즘 햇볕 잘 쬐고 계신가요?^^

너무 잘 쐬서 얼굴이 너무 많이 탔네요.. ㅎㅎㅎ

근데 햇볕 쬐니 기분은 짱이네요 ㅎㅎㅎ
햇볕은 공짜니까 많이 쬘래요 ㅎㅎ

근데 조르바님 왜 요즘 주눅이 드시나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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