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 별 하나가 지다.

in #kr7 years ago (edited)

전 윤동주 시인을 좋아합니다. 그의 시를 사랑하고 그의 행적을 생각하며 가만히 눈을 감고 그것을 홀로 따라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마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럴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그의 행적들, 그의 고귀한 작품들을 한명의 열성적인 팬이자 후배로서 온 성의를 다해 불 밝혀내어 흔히 접할 수 있도록 한걸음 가까이 가져다 둔 분이 계십니다.

바로 연세의 별 중 하나인 마광수 교수님이십니다.


수많은 '폴리페서'들이 넘쳐나 자신이 제대로 낸 연구실적조차 없는, 심지어는 표절까지 해가며 교수직을 이어온 이들이 TV에 나와 교수랍시고 설쳐댑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경우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며 '이 시대의 선지자'로서 등극합니다.

'진짜'교수님들이 나오면 인기가 없습니다. 설령 인기가 있다고 해도 금방 달아올랐다가 훅 꺼지게 마련입니다. 왜겠습니까? 진짜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고나면 해야할 생각이 많습니다. 우리 시대의 불편한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왜곡된 것이 너무나 많은 시대이니까, 진짜 교수님들이 나와 진짜 사실들을 알려주면 불편한 진실에 마주하는 시간이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귀찮고 싫은 것입니다. 인스타를 켜면 아무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자기과시를 위해 올린 행복한 생각들만 올라와있으니까요.

그래서 진짜 교수님들은 '유명세'를 얻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여러 어려운 여건들 속에서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떨친 진짜 교수님들이 계신데 마광수 교수님이 그런 분들 중 한분이셨습니다. 그렇기에 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요.

하지만 유명하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분의 이름을 들으면 '외설' '변태' '섹스' 이런식의 아주 자극적인 단어들만 생각나실겁니다.

마광수 교수님의 작품에 대한 모독적인, 그리고 공격적인 여성계의 반발이 만들어낸 참담한 허상입니다. 그리고 그 비겁하고도 목적없는 공격들이 교수님을 직접적인 죽음은 아니더라도 일평생 따라다니며 그의 인생을 서서히 피말려간 것은 확실합니다.

마광수 교수님은 생전에 당신의 작품을, 오히려 자신이 쓴 의도보다도 더 변태적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변태적인 생각을 당신 작품에 뒤집어 씌워 공격하고 인격을 모독하는 여성계에 대해 많은 반감과 비판을 가하셨습니다.

'여성계'라고 지칭하면 아마 기분 상함을 표현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엄청난, 사실상 대부분일지 모르는 수준으로 여성계가 마광수 교수님에 대해 프레셔를 가한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국민 상당수가 '마광수 = 음탕한 사람'으로 떠올립니다.

한번도 제대로 그의 의도, 진정성, 생각에 근접해보려는 시도도 없이 마치 여성을 희롱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 매도하고 윤동주 시인의 진가를 발휘하는데 일조한 그의 빛나는 업적마저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이 마광수 교수님을 어떻게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성'이나 '섹스'같은 단어에 아주 극히도 민감하게 반응해버리는 한국인들의 특성상 '때려죽일 음탕한 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이전에 '마녀사냥'이 대 히트를 치고 신동엽씨의 '섹드립'등이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것을 보며 한국인들은 그저 억누르고 있을 뿐, 나아가 억누름을 오히려 더 더러운 곳에 풀고 있을 뿐 저런 관념들을 다루고자 하는 욕구가 없지 않은 민족이라 느꼈습니다.

사회적 편견을 깨고자 했던 이들이 오히려 더 커다란 사회적 편견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평생에 걸쳐 옭아매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를 '지성인의 탈을 쓴 음탕한 변태'로 낙인 찍었습니다. 그의 수업마저도 낮낮이 트집잡아 야설공장처럼 왜곡시켰습니다. 그리고 언론은 그의 중요한 업적은 하나도 없이 오직 여성계의 입장만 열심히 실어날라댔습니다.

지나친 규제, 지나친 사회적 편견 속에 고통받았고 그 고통 속에서도 자신만의 신념으로 한떨기 꽃을 피워내고 가신 교수님의 삶에 이 시대에 떨어진 한명의 남성으로서, 지성인을 꿈꾸는 지식의 탐구자로서, 윤동주 시인의 팬으로서... 깊은 존경을 보내고 애도를 표합니다.

부디 새로이 만난 세상에선 자유롭게 자신의 이데아를 펼쳐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올라가게 될 그 세상에서, 펼쳐낸 이데아의 날개로 훨훨 날고계신 교수님의 모습을 보았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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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분에 대해 아는 게 없었지만 친구가 보낸 이 기사를 보고 궁금해졌습니다. 저도 그 학교 학생이어서 그 수업을 들었다면 좋아했을 것 같네요. http://1boon.kakao.com/ttimes/59b0a74e6a8e51000158831a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군요. 교수님의 철학과 사상이 상당히 잘 담겨져있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올려주신글과 기사 잘봤습니다. 솔직히 돌아가시기전엔 교수님에 대해 자세히 알진못했지만 이글과 기사를보니 지금 언론에 나오는 내용들은 그분에 대해 너무 쉽게 치부해버리는것이 아닌가싶네요.

결국 죽음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야만 하는 그의 삶.. 아니, 편견에 쉽사리 치우쳐 자신들은 고귀한 마냥 생각없이 휘둘리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 한국사회에 희생된 수많은 지성인, 선지자들의 삶이 더없이 슬프고 비참합니다.

솔직히 이번만큼은 이 사회에 비판이 아닌 비난을 가하고 싶습니다. 제 글에 슬럼프가 찾아올지도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heer Up! 많은 사람들이 이 포스팅에 관심을 갖고 있나봐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사실 저는 언론에서 떠들어내는 얘기말고는 그분을 잘 알지는 못 합니다. 그래서 어제 그분의 자살로 인한 별세 소식을 들었을 때도 '아니 왜?'라는 생각만 했지요. 오늘 마진숏 님의 포스팅을 읽으며 그 분의 책을 한번이라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주변에도 생각보다는 마진숏님과 동일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한 시대의 희생양 일수도 있겠네요! 그당시 언론또한 음탕한 쪽으로 몰았으니... 대부분 그런 교수님으로 생각하게 되었구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웃긴게 더없이 많은 음담패설을 하며 그걸로 벌어먹고살던, 현재 mc로 유명하신 김구x씨는 무슨 어린아이들 나오는 프로그램, 청소년프로그램에도 나와서 한말씀씩이나 하시던데 마교수님같은 지성인은 왜 저런 낙인이 찍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화가나고 슬픕니다. 진심으로요.

김ㅇㅇ씨도 한때 매장당할뻔 했지요.
그 위기를 어떻게 모면 한것이구요^^

제자들에게 그런분이셨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네요..저는 그분을 잘 모르지만..기사를 보니 뭔가 평범한 일은 아닌듯 한 느낌 정도만 있었어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재밌는 것은 겪어본 이들은 그를 좋아하고 이해하는데, 오히려 겪지 못한 자들은 그를 비난하고 욕하더군요.

그러나 이런 일은 비단 마광수 교수님의 경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 전반적으로 그런 행태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겪어본 이들은 싫어하지만, 겪지 못해본 이들은 좋아하는 겉만 훤한 쓰레기. 방송계에 특히 많습니다.

제발 이번에 억울하게, 비참하고 슬픈 결말을 맞이하신 큰 별의 별고로 많은이들이 이런 것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럽혀진 그의 긍지를 다시 세울 계기가 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천 초등생 사건도 마광수 교수의 우울증에 기여한 바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참 비극적인 일이지요.

역겨운 한국사회의 위선이 지성인들을 한둘씩 죽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지금이 그러한 위선이 가장 극에 달한 순간이라고 봅니다. 저도 이곳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의견을 억누르는 위선을 저지르는 것을 보아 슬럼프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생각을 돌아보니 이전에 차라리 요청을 통해 일정금액을 받고 기고하는 류의 글쓰기가 더 위선없고 자유로운 것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순간 하였습니다. 앞으로 슬럼프를 벗어난다면 이젠 의견을 억누르지 않아야겠습니다. 마광수 교수님께서 그의 생각과 존함으로 삶을 살아오셨듯 저도 그렇게 눈치보지 않는 자신의 길을 걸어야겠습니다.

뮤트도 좀 당하고 그리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광수 교수님은 생각을 그대로 표현했다는 죄로 입막음을 당했지만 여기는 고작해야 뮤트가 끝입니다.

아마 스팀잇이 망하는 순간은, 생각이 다르다고 무차별 다운보팅하는 순간이 아닐까 합니다.

부도덕과 음란의 대명사처럼 매도 당하신 분이었죠.
예전에 스승님이셨던 모 교수님과 사석에서 뵌적이 있었는데 위트도 넘치고 너무 멋진 분이라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말씀하신 폴리페서들은 오히려 승승장구 하며 인정 받고
시대정신을 외치시던 국문학계의 거장은 이렇게 쓸쓸하게 가신게 너무 슬프네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시는군요.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광수 교수님의 산화가 이 사회에 깃들어 큰 울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광수 교수님 별세 소식을 듣고 글을 쓰고 싶었는데 결국 쓰지 못했습니다. 마진숏님 글 감사합니다.

좋은 곳으로 가서 날개를 펼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어쩌면 시대 혹은 나라를 잘 못타고 나신 것 같아요, 특히 언론의 뭇매를 맞으며 이미지가 말씀 하신 것 처럼 무슨 색마같이 씌워진게 문제이고 그 이미지가 고스란히 가게 되버린 것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저도 윤동주 시인을 정말 좋아합니마 수많은 지식인들이 변절하고 고민은 커녕 선동하던 시기에 끝없이 고민하고 자기 성찰을 했던 그를 정말 좋아합니다.

말씀 하신 것처럼 폴리페서 같은 자기 영달을 위한 교수들이 아닌
학생들에게 끊임 없이 철학적 사고를 가르치는 교수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아시는 군요.. 슬픕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윤동주를 발굴한 사람이란건 별세 직후 친구로 부터 들었습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

로 바꿔 부르던 분이기도 하더라고요.

전 잘 알지 못해 평가하긴 어렵지만,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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