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넷 중 셋

in #kr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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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애증이의 참여가 확정됐다.
나는 1년의 반이 지나는 시점에 할당을 채웠고, 후련함에 신났다. 하행길 식단이었던 우동을 상행길에서는 갈비탕으로 바꿨고, 의기양양 보고를 마친 후 서류 작업에 들어갔다. 이 작업이 굉장히 중요한데, 결국 이 서류만을 보고 호스트는 학생을 받을지 말지 결정한다. 따라서 뭔가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글은 한 개인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호스트 가족은 근사한 이벤트를 꿈꾼다.
가족의 새 멤버가 굉장히 스마트해서 본인들 자녀의 학구열에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주길 바라던가, 가정에 활기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유쾌한 학생을 바란다. 혹은 스포츠에 재능이 있는 학생을 받아들여 온 가족이 Varsity 경기에 출동해 응원하며 즐기고, 경기 후에는 파티를 열고 싶어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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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애증이는 함께 교환 학생을 갈 친구들 중 성적이 가장 낮았고, 가장 소심한 성격이었으며, 영어는 당연히 꼴찌였다. 운동 신경이 뛰어난 것도 아니어서 공으로 하는 스포츠는 전부 젬병이었다. 스타마저 나보다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얘는 반드시 보낼 것.



이라는 보스의 강력한 돈에 대한 의지는 막중한 책임으로 다가왔다.


영어로 자기소개서 써 볼 수 있겠음?
형. Kill me 이런 건 쓸 수 있어요.



그래. 기대도 안 했다.
얘는 가시적으로 호스트 눈에 띌 포인트가 없다. 남은 건 감성이다. 애끓는 노래의 가사를 죄다 끌어모아 이리저리 떼었다 붙여봤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음악을 들으며 강제로 갬성을 끌어내야 했으며, 위대한 사진가들의 작품과 화가들의 그림을 쳐다보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자니 정성스러운 태교 후 출산을 앞둔 산모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매일 자소서에 온갖 영혼과 감성을 갈아 넣던 창작의 고통은 어떤 의미에서는 출산의 고통이었을 수도 있겠다.

내 영혼이 담긴 서류가 제출됐다.
이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데드라인이 지나서도 호스트를 배정받지 못하면, 사립 학교로의 교환 학생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사립은 들어가는 비용이 공립의 3배. 보스의 빅픽쳐는 아마 사립까지도 포함했으리라. 그러던 중 이메일이 날아왔고, 애증이를 포함해 전부 호스트가 배정됐다.

업계에서 이 날은 역대급 초기대작 영화의 개봉일과 마찬가지다.
이메일을 하나씩 열 때마다 호스트 가족의 지역과 호스트가 공개되고, 학생과 부모의 선호도에 따라 감정이 널을 뛰는 날이다. 동료들은 전화로 소식을 알리기 전 해당 지역에 대해 조사를 하고, 마치 잘 아는 양 설명들을 하곤 했다. 그리고 꼭 덧붙이는 한마디. 잘 됐네요-! 물론 누가 봐도 너무 좋은 곳으로 가게 된 학생에게 소식을 전할 때는 다 필요 없고, 도시 이름만 알려주면 끝이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샌 디에고로 가게 됐네요 ↗! 꺄르르



옆자리 동료는 마치 본인이 가게 된 양 수다를 떠는 것으로 소식 inform 마무리. 부러웠다. 학생과 부모가 대만족이니까. 이러면 프로그램 진행 1년 동안 챙겨야 될 일이 훅 줄어든다. 반면 불만이 있는 부모와 학생이 있으면, 1년 동안 온갖 불평에 따른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

여튼 다 필요 없고.
애증이 호스트 정보를 살펴봤다. 호스트 아빠는 Forest ranger, 호스트 엄마는 집안을 돌봤고, 애증이 또래 아들이 둘 있는 가정이었다. 삼림감시원. 조때따. 애증이는 시에라 산맥의 두메산골로 들어가야 했다. 클리어 블루 스카이니, 스타라이트니, 버즈 하모니 따위의 문구들이 애증이를 두메산골로 보내게 만들었나 보다. 글이 한 개인의 인생을 진짜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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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이는 무덤덤했다.
하지만 어머님은 심기가 굉장히 불편하셨다. 거 왜 큰 도시로 가면 거긴 미국이 아니에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각자 자기 나라말 쓰면서 살아가는 곳이 거든요. 배려도 별로 없고, 아우 뭣보다 위험해요. 총. 약. 애들이 그런 거 갖고 학교 가고 그래요. 차라리 아직 인정 많고 서로 서로 돌봐주는 소규모 타운이 훨씬 나요. 진땀이 난다 증말. 한창을 달래드려야 했다.

그렇게 소식 전하기를 마치면 매주 학생들과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된다.
학업, 문화, 매너, 안전, 음식, 가족의 의미 등등 그리고 영어.

꽤 많은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개성과 영어 실력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봤었다. 가장 폭발적으로 영어 실력이 느는 케이스는 단연 man’s man 성향의 남학생이었다. 이 성향의 남학생은 그 수가 굉장히 적다. 타고난다기보다는 무리에서 길러지는 기질로서, 무리가 점점 커져 조직으로 확장되어 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만 그 개성이 유지된다. 따라서 대략적인 개체 수가 일정 수준에서 조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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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하려 하고, 불같은 자존심의 화신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예의와 매너 뒤에 그 자존심을 숨기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이 Man’s man 들은 난생처음 타지에 뚝 떨어져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면 그 상황을 납득하지 않고 기어코 주변 환경을 제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만다. 두 명의 학생을 겪었는데 눈부신 속도로 영어가 늘고 현지 또래들 사이에서 영역을 확보했었다.

그다음으로는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영어가 빨리 늘었고, 대부분 여학생들과 비슷한 수준으로는 붙임성 좋은 남학생들이 있었다. 붙임성 좋은 학생들 중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극복 가능한 취미가 있는 경우 영어가 빨리 늘었는데, 혼자되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학생들은 멘탈이 쉽게 무너져 새 환경에의 적응 자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애증이는 영어가 유난히 약했다.
그리고 소심한 성격을 지녀 주변을 장악하는 타입도 되지 못했고, 붙임성이 좋지도 못해 미국에 가서도 영어가 생각만큼 늘지 걱정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호스트 가족의 두 아들 등쌀에 기를 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를 따라다니던 샘과 외모가 닮은 호스트 아들들은 좋게 말해 짓궂었지 장난의 정도가 굉장히 심해 애증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교환 학생들은 정기적으로 영문 편지를 보내온다.
호스트 입장에서는 일 년 동안 본인들의 가족이니, 웬만하면 가족의 일원으로 녹아들기를 원한다.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한국의 가족과 연락을 하면 우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가 상심한다. 따라서 교환 학생으로 떠나기 전 현지 적응의 개념으로 본국의 가족과 빈번한 연락은 지양하도록 교육을 한다. 대신 정기적으로 영문 편지를 보내도록 해 소식을 전하고 늘어가는 영어를 전시하게 한다.

애증이는 좀처럼 영어가 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일이 터진다. 편지가 왔고 직역만이 가능한 편지였다.


마마.
나는 매일 밤 뱀과 함께 잠들어요.



아니 이게 뭔 소리야.
사무실이 뒤집어졌다.

호스트 아들들이 애완동물로 뱀을 길렀다. 물론, 커다란 어항 안에 두고 길렀는데, 심약한 애증이는 집 안에 뱀이 있다는 사실부터가 꺼림칙했고, 행여나 자는 도중 뱀이 기어 나와 -절대 나올 수 없음에도- 돌아다니지는 않을까 무서웠다. 그리고 이 심정을 편지로 쓴다는 것이 I sleep with snake every night 이었다.

어머님은 난리가 났고,
보스는 노발대발하고 있었다.

이색히 정 안되면 그냥 한글로 쓰던가…

프롤로그 넷 중 둘
프롤로그 넷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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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아 진짜 힘드셨을거같은데 읽는 저는 재밋어요. 죄송.😅
시트콤의 에피소드같을정도로.
그 후도 궁금하네요.

진심 애증의 학생이었습니다.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쩔

와 저는 그 클리어 블루스카이와 스타라잇을 넘나 동경합니다. ;ㅂ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휴.. 맘고생 많았어요.
밀키웨이 트래커.ㅎㅎㅎ

앜ㅋㅋㅋㅋㅋㅋ 빵터졌어요. 애증이ㅋㅋㅋ 은근 귀여운데요

남한텐 무뚝뚝해도 저한텐 조곤조곤 속 얘기 다하고 해서 동생처럼 챙겼는데, 속을 하도 썩여서 애증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재미있네요. 아 빨리 다음이야기 기대해봅니다. man's man성향에 대한 분석도 되게 흥미로움..

아이고.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xD
뒤로 갈수록 재미가 없으실텐데, 그게 미리 벌써 이미 안타깝네요.ㅠ

1편부터 다보고왔네요. 몰입감있는 글이라서 쭉쭉 읽어내렷어요.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ㅡ^

좋은 포스팅 너무나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시작한 뉴비 @manimanitour 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소통하러 올게요!
보팅&팔로우 하고 갑니다. 날씨가 더운데 더위조심하시고요!

와웅. 반갑습니다.
즐기는 스티밋 되시길 기원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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