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 입장에서 보는 인문학 열풍

in #kr7 years ago

지난 7월 4일 가평군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길위의 인문학" 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석했었습니다.
처음 해당 프로그램 공고를 보고 배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도서관에 가는 길에 참가 신청 좀 해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배우자 왈 " 알았어요. 그런데 참가자가 많으려나요. 아마 천천히 하셔도 될 거 같은데요." 이러시는 겁니다.
프로그램에 참석해보니,
제 배우자의 예상은 터무니 없는 예상이었습니다.
무려 100 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평군 전 지역에서 참석을 하셨더라구요. 저는 주된 참석자 명단에도 들지 못하고 예비자 명단에 꼽사리 낀 방식으로 참여를 하는 경우 였습니다.
연세 많으신 어르신부터 아버지 손을 잡고 온 초등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까지.....
한마디로 인문학 열풍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잘 살기는 하는가 봅니다. 좀 더 정확한 표현은 돈이 철철 넘칩니다. 적어도 국가는 그런거 같습니다.
우리가평군에는 면 단위로 도서관이 있습니다.(모든 면소재지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추세로 간다면 모든 면 소재지에 지어질 것입니다) 체육공원도 있구요. 복합문화센타라고 불리는 실내 체육시설도 있답니다.

사용 상태는 어떠냐구요?

물론 대부분의 경우 텅텅 비어있습니다. ㅎㅎ

사용 상태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얼마나 더 많이 지어 대느냐가 중요한 것처럼 저는 느껴지더라구요.(솔직히 이런 짖거리를 볼 때 마다 세금내는게 너무 아깝습니다)

아무튼

해당 인문학 강의를 들으면서 내내 불편한 감정선을 경험했습니다. 제가 투쟁 세대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최근 몇 년째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에 무언가 조작된 것이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인문학 열풍이 사람들과 사회의 요구에 의해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이 아닌 무언가 언론과 또 다른 세력에 의해 펌핑된 느낌을 지울수 없었습니다.

멈추어 버린듯한 사회적 역동성을 인문학이라는 틀에 가두고 현재에 만족(?)하며 현재를 즐기기를 바라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도 그래야 죽어버린 역동성으로 인한 구성원의 불만이 터지지 않고 안정화 될거라고 생각하는듯하다는 느낌이 내내 감정선 속에서 저를 괴롭히더군요.

그간의 인문학 열풍이라면 당연히 "문송합니다" 라는 말은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겁니다. 현실은 여전히 인문학을 배운이들은 고통받고 있는데 강의장에서 들리는 인문학 열풍은 르네상스 시대가 아닌가 싶을만큼 뜨거웠습니다. 아마도 가평 촌 구석까지 이럴 정도라면 한양은 어떨까 싶더군요.

1980년 군부 구테타를 통해 정권을 탈취한 이들이 3s 정책으로 민중의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싶어 했듯이 지난 정권들도 인문학이라는 제법 그럴듯해 보이는 것으로 민중의 시선을 돌리고 싶어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은 "임을 위한 행진곡"로 부터 시작하는 1980년대 민중가요부터 지난 촛불시위에서 물려퍼졌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까지 오랫동안 들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leesunmoo 올림

대문 이미지를 제공해 주신 @leesol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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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과 저항은 삶을 비로소 인간답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문학은 비판과 저항을 위한 것이고요.
그런데 비판을 위한 것이 긍정과 순응의 수단이 되고 있군요

해안이십니다. 또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옙. 힘들지만 현재를 즐기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지 말라고 강요하는듯 하게 느껴져서 많이 불편했더랬습니다. 완전히 인문학의 포커싱이 엉뚱한 곳에 되어 버린듯 하더라구요. 비판과 저항이 아닌 안빈낙도....

안그래도 중간쯤 읽으며 3S가 떠올랐는데 그 느낌이셨나봐요.
저는 그간 한국이 생존과 부의 축적에 초점을 맞추다면, 이제는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어 변화해 나가는 자연스런 현상 중 하나로 인문학 열풍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헌데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다는 말씀을 들으니 등골이 서늘해지는군요^^;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군요 감사합니다. 좋은 배움얻어갑니다.

제가 조금 가재미눈이어서 그럴수도 있지만... 왠지 모를 이질감은 분명 있었습니다.

3S를 직접 겪으셨던만큼 그 쌔한 느낌이 그저 느낌만은 아닐거란 생각이 듭니다 음...

Nice post :)

저두 포천에서 인문학 강의를 빼놓지 않고 들으려 합니다.
지난시절 모르고 지내던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흥분할 때도 있어요.
모르면 약이란 이야기도 있지만
무지했구나를 느낄때가 있어요.

포천두 인문학 강의 가 있군요. 인문학 자체가 가지는 힘이 있으니 수용하는이에 따라서 피가되고 살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배움의 경험을 즐기시는듯하여 부럽습니다.

Very good your article I really liked the material that I could see in your profile, thank you for sharing with us all part of your work success

I interested by viewing photos but I acn't read 😃

어차피 방향은 두 개니까요.
어느 것을 옳다 하기는 힘들 거 같습니다.
인문학은 방향이 아니라
방향을 찾아가는 이야기들 아닙니까..

80년대와 지금은 달라졌고,
사람들의 욕망도 달라졌지요.

잘 읽었습니다.

말씀 하신대로,
요즘은 전국 어딜 가나
모든 시설이 좋습니다^^

"지난 정권들도 인문학이라는 제법 그럴듯해 보이는 것으로 민중의 시선을 돌리고 싶어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거였나요?
그생각은 미처 못해봤네요, 저는 그런 정치적배경에 대한 반발과 함께 자발적으로 생겨난것이 아닌가 했었는데, 일리 있는 말씀 같습니다. 예전 80년대말 학생, 노동운동에 편승해가던 어슬픈 가짜 민중예술과도 비슷한 경우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평소에 글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정말 인문학은 꼭 읽어보아야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을 읽다보면 '왜'라는 질문이 갖는 의미에 대해 알게 되니까요. 말씀대로 펌핑으로 인해 인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것일 수 있겠지만 펌핑임에도 이는 정말 좋은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생각'이란 것이 갈 수록 중요해지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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