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집 #1 - 상처가 아니라면 왜 쓰겠는가?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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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집을 시작하면서




책에서 좋은문구를 발견하면 핸드폰으로 찍고, 두고두고 보고싶은 문장은 '문장수집'이란 제목의 워드파일에 적어놓곤합니다. 워드파일 또는 이미지와 같은 디지털형식으로 저장하는것은 편리하지만 기억에 오래남지 않거든요. 물을 부어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커피 같다고나 할까요. 좋은 문장이라면 드립커피처럼 천천히..천천히..그렇게 음미하고 여운을 남기고 싶어요. 그래서 얼마전부터 필사를 시작했어요. 좋은문장을 음미하듯 손으로 따라적어보니 문장과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드네요. 그리고 그 문장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함께 기록하면 생각의 그릇도 조금 더 커질 것 같지 않나요?




문장수집 #1 - 상처가 아니라면 왜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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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소개해드렸던, YES24 에서 만드는 '채널예스' 잡지에서 발견했습니다.




상처가 아니라면, 왜 쓰겠는가? 상처가 없으면 쓸 일도 없다.

작가는(학자도 마찬가지다) 죽을 때까지 '팔아먹을 수 있는'

덮어도 덮어도 솟아오르는 상처(Wound)가 있어야 한다.

자기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대한 해석, 생각, 고통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삶이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산을 넘는 일이다. 록산 게이 '헝거'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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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한 손글씨이지만 올립니다ㅋㅋ
오랜만에 썼더니 삐뚤삐뚤하고 여백도 맞지 않네요.
프레피 보급형 만년필로 적었습니다.

필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손글씨를 쓸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한 몫했습니다. 가끔 다이어리에 손글씨를 적고나면 제 글씨체가 낯설게 느껴지곤했거든요. 오랜만에 펜을 잡아봤어요. 글씨도 삐뚤빼뚤하고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계속 써나가다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요? 좋은 문장들을 수집하며 손글씨도 다듬어봐야 겠어요.




생각의 그릇 넓히기


저는 한 때는 자기 이야기를 적는 것을 '경험과 상처를 팔아먹는 짓' 이라 생각한적이 있습니다. 또 감정을 해소하는 행위라고 생각한 적도 있고요. (날 것의 단어로는 '감정을 싸지른다' 라고도 합니다.) 팔아먹는 행위로 보자면 글쓰는 것은 고상한척하는 장사꾼이나 매한가지인 것 아닌가 싶기도 했지요. 감정소모 또는 글쓰는 노동을해서 물질적인것과 교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죠. 그런데 오늘 수집한 문장을 보면서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글쓰는 것은 소모가 아니라 성장이라는 것을요. 그렇게 생각하고 수집한 문장을 다시 읽으니 상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상처가 없으면 쓸 일도 없다는 문장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달리보면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상처라는건 성장의 첫걸음일테니까요. 저에게도 상처는 창작의 원동력이 됩니다. 뒤돌아보면 저는 상처를 받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했습니다. 상처가 없었다면 글쓰기도 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앞으로 상처받을일이 많더라도 성장의 재료가 될 것이라고...새구두에 익숙해지려면 상처가 굳은살이 되어야하듯, 상처를 외면하지말고 무뎌지고 극복할때까지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예전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무얼까 끄적이다가 결론을 내지 못한 글이 있었는데, 오늘 수집한 문장을 통해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추어는 '경험'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프로는 경험을 자신의 '관점'이 담긴 '해석'을 하고 '실행'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상처조차 사유의 재료로 쓸 수 있는 경지에 이르고 싶어요,


나름 새로운 형태의 글이라 작성하는데 오래 걸렸네요.
문장수집 하고 계신 분들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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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게 소모가 아닌 성장이라는 의미 "왠지 약간 설레게 만듭니다. 저도 언젠간 글과 즐기고 싶어요^^

멈추지 않으신다면 꼭 그렇게 되실꺼에요..!!

역시나 아날로그 감성을 이길만한 것은 없네요! ㅎㅎ
저는 항상 컴퓨터나 폰에 저장하는데 이렇게 좋은 문장은 하나씩 직접 적으면서 되새겨 봐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아날로그식이 좀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리긴해도 기억에는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저는 타이핑해서 파일로 보관하거나 스캔해서 보고는 했는데 역시 필사만한게 없나봅니다. 그나저나 위의 이미지가 필사하신거라구요? 컴퓨터에 있는 폰트처럼 선명하고 훌륭한데요. ^^

용기주셔서 감사해요.
펜으로 글씨를 정성들여 써본지 오래라서 아직 엉망인데..점차 나아지는 모습 보여드릴께요 :-)

글에서 작가의 고뇌가 느껴지네요.

좋은 문장들이죠?ㅎ 이렇게 기록해두니 기억에 조금 더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저도 책을 읽으면 문장을 따로 모아서 기록해둔답니다! 잘 담아갑니다~

시린님 따로 모으고 있으시군요.
전 여기저기 흩어져있던것들을 이제 좀 모아보려고 해요~!

맞습니다. 상처와 실패가 진정한 선생님이죠. 상처가 없다면 상대적 기쁨도 못느낄겁니다.

어떤 인생이든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쁨이 있는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ㅎㅎ

손글씨 얘기가 나오니 제가 언제 마지막으로 글씨를 썼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네요..기억이 가물가물 할 정도로 오래돼서 충격먹는 중이에요..ㅎㅎ

그쵸? 저도 최근에야 좀 쓰기 시작했는데...모든게 자동화되고 모바일로 할 수 있는게 많아지면서 글씨쓸일이 점차 줄어드는 것 같아요.

경험에 대한 해석, 생각, 고통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 구절이 참 와닿는 것 같아요. 경험에 대한 in put만 있고 그에 대한 사유가 없다면 글쓰기 또는 다른 out put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아마추어는 '경험'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프로는 경험을 자신의 '관점'이 담긴 '해석'을 하고 '실행'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수집에서 끝나지 않은 사유가 느껴집니다.

수집으로 끝내지 않고 꼭꼭 씹어서 잘 소화시켜서 흡수해보려고요ㅋ
(아 넘 아재같은 말을 한 것 같은 기분이네요ㅋㅋ)

해석하고 실행한다~~
확실한 아마와 프로의 차이가 맞겠네요.

나의 일상에서 특정 테마를 잡고, 계속 기록하고 있으니까 우린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가고있는중이 아닐까! 생각해요ㅋ

저의 창작의 원동력은 '설레임' 인듯 해요.
어떤 프로젝트를 보고 설레이면 작업하는 내내 즐겁기도 하고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올때도 있더라고요 ^.^

설레임이 창작의 원동력이라니!
전 분노, 우울, 짜증 이런게 부스터가 되곤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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