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함께한 친구에게
평생을 가까이에서 지낸 너는 마침내 먼곳으로 떠나야만 했다. 나는 네가 그 순간을 미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고 있다. 거기에도 즐거운 일들이 많다고, 즐거울거라고 말하고도 거기서 무얼 하고 지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던 네 모습을 기억한다. 너는 외로움을 많이 타니 아마도 그것이 본심에 더 가까웠겠지. 너는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나와 보냈다. 그걸 아는 내가 할 수 있는 답은 별로 없었다. 잘 지낼거라고, 그래, 그럴거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정반대의 삶을 산다. 너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나는 안정과는 정반대의 삶을 산다. 너는 나를 통해 일탈을 경험했고, 나는 너를 통해 안정을 경험했다. 우리에게는 서로가 필요했다. 메여있는 삶이 주는 안정감을 즐기면서도 자유를 원하고, 자유로운 발걸음을 즐기면서도 목줄을 원하는게 인간인 모양이다. 하지만 더 이상 우리에게는 서로가 없다. 그리고 얼마 전 너는 나에게 정신이 이상해진다고 했다. 네가 있는 오지에는 일탈을 위한 공간도, 시간도, 사람도 없다. 흘러가는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활동들이 네 정신을 힘들게 한다. 그래서 너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네가 기억하는 나는 항상 유유자적하는 사람이다. 너는 그 여유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소중히 품은 소망이 생겼고, 그 소망에 금이 갔을 때 나는 나 자신을 잃었다. 내가 걸은 길이 틀린 길이라는걸, 그리고 이미 걸어온 길을 되짚어 갈 수 없다는걸 알았을 때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나 스스로가 막다른 길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또, 잘 지낼거라고, 그냥 그렇게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다.
너는 내가 강하다고 했다. 네가 나에게 상처를 주어도, 네가 돌아오면 언제라도 반겨주었던 나를 강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내가 강철의 정신을 가지고 있어서 그럴 수 있었던건 아니다. 나도 상처를 받는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서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단지, 상처를 주는 사람이 마음을 헤아리려고 할 뿐이다. 나도 남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나는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힌다면 용서 받길 원한다. 그래서 나도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 그냥 그랬을 뿐이다. 너도 너에게는 절대로 닿지 않을 이 글에서나 심정을 표현할 수 있는 나를 용서하길 바란다.
너는 다음을 걱정했다. 다음에 우리가 만났을 때 네가 이전의 네가 아닐 것을 걱정했다. 네가 내가 싫어하는 모습이 되어있을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미래에 내가 볼 너의 모습에는 그 순간의 너만이 담겨있는게 아니다. 지내온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쪼록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지내길.
오랫동안 가까이 두고 지냈다면 변한 모습까지도 받아들이겠지요.
평생을 함께 한 친구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오랫동안 가까이 지냈기에 변한 모습이 더 슬프기도 하겠죠. 슬프더라도 친구는 친구겠지만요.
반대로 그 친구도 변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을까요^^ 친구니까요~
친구놈한테 전화한번 해봐야겠습니다.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그럼요 ㅎㅎ 감사합니다. 파치아모님도 편안하게 하루 마치시길 기원합니다.
첫 문장을 읽고 돌아가셨는줄 오인했네요; ㅋㅋ 다시 자주 보며 살 일도 있겠죠 ㅎㅎ 친구는 연인이 아니라 연만 닿으면 언제든 관계가 예전처럼 회복되어서 좋더라고요
사람따라 다른 것 같아요. 몇년만에 만나도 어제도 만난 것 같은 사람이 있고, 한달만에 만나도 어색한 사람이 있으니까요.
이 편지의 마음이 친구에게 가닿길 바랍니다. 서로를 채워주던 친구, 그런 친구의 부재로 그 분도 킴리님도 힘드실 것 같습니다.
오지에 의지할 사람도 없이 지내니 저보다는 친구가 더 힘들거 같아요.
진심이 느껴지네요!
진심이 느껴진다니 다행입니다.
본인 안에 있는 하나의 자아가 또다른 자아에게 쓴 편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짙네요.
말씀처럼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네요.
안녕하세요!! 조선생님 ㅋㅋ
영어가르치신다해서 영어 이야기 쓰실줄 알았는데..
글을 잘 쓰시네요...
오늘팔로우하고갑니다.
앞으로 자주소통해요 ㅋㅋㅋ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같이 보냈다고 하셔서 담배인줄 알았네요
친구분이 멀리 가셨어도 다시 돌아와서 만날 수 있는거죠?
네. 저도 친구도 건강히 지내다 보면 다시 만날 날이 오겠지요.
저랑 공통점이 많은 얘기라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네요...ㅠㅠ
친구의 모습을 기억하고,친구의 이야기를 알고, 친구의 마음을 알고 있다면.. 비로써 "친구"라는 부를수 있겠죠!
상대적으로 강한 건 맞지만, 모두가 흔들리는 인간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ㅎ 저도 오랜 친구가 생각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