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7일 제한; 역전 가능성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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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이 마음대로 선취점으로 얻는 점수를 바꿀 수 있는 축구를 상상해보자. 그 축구에서 선취점을 내주고도 90분간 의욕을 불태울 수 있는 팀은 없다. 전략적으로 체력을 아끼며 선취점을 내주어 상대팀의 방심을 유도한 후 차근차근 따라잡으며 상대팀의 의욕을 꺾어놓을 수도 있을까? 축구 전문가가 아니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주심이 10점을 선언한다면 선취점을 내준 모든 팀이 기권할 것이다. 분명 양팀은 동등한 선취점의 기회를 지니기에 불공정한 규칙은 아니지만 그 규칙에 대해 항의할 것이다. 이처럼 역전 가능성이 없는 모든 것은 불복종을 낳는다.

이번에는 반대로 경기 마지막에 골을 넣은 팀이 가산점을 받는다면 어떨까. 이번에는 90분간 기권 없이 경기가 진행되긴 한다. 하지만 경기 초반에 아무리 노력해도 마지막에 골을 넣는 팀이 이기기에 선수들은 체력을 최대한 아끼려 들 것이다. 결국 이것도 재미있는 경기는 아니다. 나는 그런 축구를 보고 싶지 않다.

축구가 아닌 비디오 게임, 대표적으로 스타크래프트를 토대로 살펴보면 이는 더욱 강렬하게 와닿는다. 축구는 경기 초반, 중반, 후반이 같은 축구이지만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양상이 크게 변한다. 병력 구성이 바뀌고 진영의 범위가 바뀐다. 경기 초반에는 탐색전, 내지는 전략적인 초반 빌드가 있고 중반에는 견제가 있다면 후반에는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는 한타가 있다. 초중반을 아무리 유리하게 끌어가도 후반에 경기가 결정된다면 더럽게 지루한 게임이 될 것이다. 반대로 초중반에 게임이 결정된다면 선수들의 색체가 통일될 것이다. 초중반에 손해를 보더라도 후반전에 강한 선수는 가치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많은 게임사들은 착실히 쌓은 어드벤티지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역전 가능성은 열어두는 방향으로 게임을 디자인 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

우리의 삶은 어떨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를 잘 만나서 좋은 인맥을 가지고 부모의 돈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는 사람을 이길 수 없는 사회에 우리는 분노한다. 더 많은 기회란 유학, 사업자금 등 성공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실패의 기회의 기회이기도 하다. 마침 실패의 기회에 대해 좋은 글이 있어 인용한다.

한 번 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단순히 기회가 ‘한 번’ 늘어난 것이 아닌,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경쟁 프로그램에서든 ‘패자부활전’의 존재 유무에 따라 그 게임양상이 크게 달라지곤 한다. 그리고 실제 역사에서도 패자(敗者)가 살아남아 패자(覇者)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pistol4747, 한 번 더 기회를 얻는다는 것

반대의 입장도 생각해보자. 내가 열심히 일해서 얻은 부가 자식의 성공과 완전히 무관한 사회는 이상적일까? 부모의 능력이 아닌 자신의 능력만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얼핏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노력해 본 사람은 노력이 곧 성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걸 알고 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천재를 따라잡을 수 없다면, 그 사회는 결국 태어날 때 결과가 정해지는 사회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스팀잇 생태를 살펴보자. 해외는 모르겠으나 KR 커뮤니티에서 주요한 논의는 현실과 유사하다. 시간과 돈을 투자한 이들이 어드벤티지를 가지지 않으면 누가 시간과 돈을 투자하겠냐는 입장과 그들에게 어드벤티지가 주어진다면 신규 진입자들이 느낄 박탈감은 어쩔 것이냐는 입장이 충돌한다. 이상은 그 사이 어디쯤엔가 있다. 역전 가능성은 열려있으면서, 노력한 이들의 어드벤티지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는 생태.

그러다 문득 보상 7일 제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흔히 7일이 지나면 글의 가치가 사라졌다고 불평한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7일이 지나도 글을 읽고 나를 팔로워 한 유저는 별 다른 일이 없는 한 영원하다. 검색을 통해 한참 전에 쓴 글을 읽고 나를 팔로우 하는 유저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글에서 얻은 스팀파워와 명성 또한 어드벤티지로 기능한다. 만약 오래 전에 쓴 글로 계속해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면 우리는 절대로 앞서가는 사람을 앞지를 수 없을 것이다. 한번 양목님의 시대만평(時代漫評) - 66. '붉은여왕 효과'는 스팀잇에도 적용되고 있다도 읽어보시라.


횡설수설하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질적인 수면부족과 만성적인 논리력 부족으로 글이 엉망입니다. 그리고 수면부족에 대해 염려해주신 분들의 염려를 덜어드리기 위해 수면부족의 원인을 말씀드리겠습다. 집이 부실해서 윗층, 아랫층에서 나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서 방 전체가 미쳐갑니다. 특별히 예의 없는 이웃을 가진건 아니고 보일러만 켜도 이러니 이사 가는 것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조만간 재건축한다니 이사갈 수 밖에 없기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좋은 친구를 두셨다고 부러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 친구때문에 휠체어 신세를 진 적도 있어요. 그러고도 발뺌하던 놈입니다. 완전히 나쁜 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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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쿨한 @kmlee님 안녕하세요! 입니다. 멋진 @hoopy님이 너무너무 고마워 하셔서 저도 같이 감사드리려고 이렇게 왔어요!! 요염한 하루 보내시라고 0.6 STEEM를 보내드립니다 ^^

만약 오래 전에 쓴 글로 계속해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면 우리는 절대로 앞서가는 사람을 앞지를 수 없을 것이다.

와~ 이게 핵심이군요! 저도 생각 못했던 지점인데 참으로 절묘합니다.

저는 7일 보상이 기존 가입자와 뉴비 간의 컨텐츠 순환에 대해서는 생각 못하고, 스팀잇에서 가입자의 채굴 동기부여를 시켜주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네요...

킴리님...일주일도 안된 제 글이 중간부터 사라졌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나요?ㅠㅠ허망합니다. 다시 읽어 볼 수 없음에...

글이 사라진것이 아니라 로딩이 느려서 목록에 표시 않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steemkr.com steemit.com 두곳에서 모두 테스테 해보세요.
둘중 한곳에서는 그동안 작성하신 글들이 모두 보일것이라고 생각되네요.

어쩌다가 그런 일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ㅜㅜ

스팀잇에서의 보상이 그렇게 보면 기회가 될 수도 있겠군요!
잘 읽고 갑니다

보상7일이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군요 ㅎㅎ 뉴비는 또 하나 배워갑니다 ㅎㅎ 팔로우 하고가요!

저도 얼마전까지 윗층 소음때문에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는데, 왠지 어느날부터 조용해지더군요. '아니 무슨 일 있는 건가?'싶을 정도로요. 아마 이사를 간 것 같은데, 주기적으로 내 주던 소음이 사라지니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군요. 가끔은 그 리드미컬한 층간소음이 백색소음처럼 집중력을 돋워주기도 했는데, 애증의 소음이었달까요? '시원섭섭'이란 감정의 실체를 오늘에서야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잠이 부족해서 쓴 글이 쉽게 읽히는 이유는 또 뭘까요? ㅋ 가즈앗!!

명심하겠습니다~
친했다가 멀어졌다가 다시 또 친해진 이웃과 와인 한잔 하고 왔더니 벌써 12시를 훌쩍 넘겼네요~
친구때문에 울고 웃어야 인생이 살맛 나는것 같네요~~

저두 7일뒤면 글읽는 사람이 없겠지.... 아쉬웠는데...
요즘은 새로운 글들이 너무 많이 올라와 하루전에 쓴 글도 더 오래된 글같이 느껴지네요.
좋은 글들은 몇주가 지나도 다시보게되기도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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