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삶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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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도, 몰라서 하는거야."
어르신의 첫마디셨다. 아마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언짢아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흥미가 생겼다. 다음에 하실 말씀이 궁금했다. 내 글을 평소에 읽어주신 독자분들께서도 아마 내가 왜 흥미를 가졌는지 짐작하시리라. 하지만 어르신은 곧바로 부연설명을 하진 않으셨다. 어르신께서는 300억을 갖고도 행복하게 살지 못 한 사람처럼 부를 이루고도 허무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나가셨다. 그리고는 자주 나가는 모임들이 모두 해산했다고 하셨다. 구성원이 이제 몇 남지 않아, 만나면 누가 죽은 이야기 밖에 안 하는데 무슨 흥이 나서 만나겠냐고.

말씀을 멈추시고는 주머니에서 돋보기 안경과 스마트폰을 꺼내셨다. 눈을 찡그리시며 화면을 끊임 없이 넘긴다. 살짝 엿보니 글들이 빼곡하다. 한참을 찾으시더니 글 하나를 꺼내셨다.
"내가 후회 없는 삶이란 글을 썼어."
흔한 제목의 글, 흔하면서도 내가 흥미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제목의 글. 어르신은 손을 뻗었다.
"내가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그 글을 읽으려던 찰나에, 뻗은 손을 거두셨다. 겸양의 표현이었을까, 아니면 어린 나는 흥미가 없을 것이라 여기셨을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있는게 연장자에 대한 최소한의 표현일 뿐이라 생각하셨을까. 그래서 갑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동시에 꼰대질을 하는건 아니냐는 생각을 하셨을까? 내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더라면 어르신께서 오늘 하루를 훨씬 기쁜 마음으로 보내시지 않았을까. 후회 없는 삶이란 어렵다. 어르신이 만약 오늘 돌아가신다면, 나는 어제의 대화를 후회할테니.

다음 주제는 스마트폰이었다. 주변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을 자식에게 떠밀려 가지게 되었더라도, 적응하지 못 하고 금새 다시 쓰던 폴더폰을 쓰신단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오래토록 글을 써오셨기에 컴퓨터와 친숙하여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고.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글만 600편이라 하셨다.

"갑질도 몰라서 한다는게 무슨 소리냐 하면..."
가족, 일상 등의 주제로 말씀을 하시다 갑자기 돌아오셨다.
"미움 받고 사는 일이 참 쉽지 않아. 갑질하는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거야. 그래서 갑질에 대한 글에 후회 없는 삶이란 제목을 붙였어."
나는 항상 무례한 사람은 이기적인게 아니라 무지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반가웠다. 하지만 그 반가움을 표시하진 못 했다. 그 사실을 후회하진 않는다. 하지만, 후회 없는 삶을 살기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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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질도 엄청난 이타심에서 시작되지요. 자신의 이야기가 맞다는 항상 같은 결론과 함께요. ^^

꼰대질도 엄청난 이타심에서 시작되고 자신의 이야기가 맞다는 <항상>같은 결론과 함께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끄덕 격공(격하게 공감..) 합니다 ㅎㅎ

격공(격하게 공감..)

격공 정도는 괜찮아요. 자신감 가집시다. 아자아자!

가끔 자신감이 없어지지만 그냥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질랍니다.

격공합니다.

줄임말의 어머니 메가님.. (아련)

왜 다 어머님인지...

줄임말의 누나였으면 좋겠네요..

어머님이 어감이 더 좋지 않나요? 업혀있는 우리 스몰메가분이 슬퍼하시겠는데요..

생각보다 사람은 무지하죠... 자기중심적이라 자기가 한 행동은 생각도 안 하고 때로는 남이 자기를 받들어줘야한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갑질 같은 것도 내가 이렇게 성공했으니 이 정도는 해도된다는 어리석은 안도 같은데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네요. 사실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이고 지금 있는 그 자리는 어쩌다 운이 닿아 있는 것인데요... 그렇게 갑질이 끝나고 미움 받고 나이가 먹으면 알게 되는 것이죠, 너무 늦긴 하지만...

<갑질 같은 것도 내가 이렇게 성공했으니 이 정도는 해도된다는 어리석은 안도 같은데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네요>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어리석은 안도..

잘 읽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무지도 죄가 되는지라ㅠ 무례에 대한 새로운시선이군요. 미움받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지라 언뜻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 갑질을 할 정도면 자신도 그러한 시절을 겪었을텐데 단지 그 시절을 망각한게 아닌가 합니다. 잊어버린거죠. 사람의 기억회로엔 긍정적인걸 부각시키고 부정적인건 의도적으로 소거시킨다고 들었습니다.

당하기만 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

저 뇌정지왔어요... 역시나...

반가웠는데.. 반가움을 표시하진 못했다.
-> 후회할만하다. (1차 이해)
하지만 사실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 정도까지 반갑진 않았나보다.)
하지만 후회없는 삶을 살기란 어렵다. (...뇌가 사망하셨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 정도까지 반갑진 않았나보다.) <-ㅋㅋㅋㅋㅋ

삐익... 사망하셨습니다.

나는 항상 무례한 사람은 이기적인게 아니라 무지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사실 대부분 사람 본성이 굉장히 나빠서 악행을 한다기보다, 자신이 하는 일이 남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죠. 심지어 행동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인생이라고 하는게 어쩔 땐 참 서글픈 것 같습니다..

ㅜㅜ 동감입니다...

후회없는 삶은 너무 어렵지요.
요즘 아버지한테 많이 듣는 소리가 "너네는 즐거웠으면 좋겠다." 이네요.

즐거운 삶이라도 살아보려고요,.

너네는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실 때의 아버지의 심정을 알 것도 같습니다..

끝까지 모르고 살아가면 그건 그것대로 편할텐데요.
어느날 문득 깨닫게 되면 그것이 재앙이지요.
그러니 어렵네요.

미움 받고 사는 일이 참 쉽지 않아. 갑질하는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거야. 그래서 갑질에 대한 글에 후회 없는 삶이란 제목을 붙였어.

이 문장 하나에 어르신이 하고 싶으신 말이 다 담긴 거 같아요. 가끔 후배들에게 하던 말이라 반가웠어요. 전 주로 '남는건 사람'이라는 말을 하면서 미움 받고 살지 말라고 그건 서로가 힘든일이라는 말을 하곤 했었지만..사실 저의 부족함 때문인지 조심하며 살아도 누군가는 무례함을 느끼고 누군가에겐 미움을 받고 있더라구요....후회없는 삶을 사는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글이 600편이라니.. 그 어르신이 스팀잇에 오시면 글 올릴 걱정은 안하셔도 되겠네요. ㅎㅎㅎ

그 분이 안 오시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ㅎㅎ

메가님 왜 또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ㅋㅋㅋ 집에 좀 들어가세요...

ㅋㅋㅋ 집 좀 들어가세요~ 별님 ㅎㅎㅎㅎ

가끔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인지...

스델라 동무께서
스티밋의 어머니라고 하시던데요 ㅎㅎㅎ

스티밋의 어머니는 또 뭐죠...

제가 벌써 어머님 연령대가 된건지...

스티밋의 시어머니: 홀릭님
스티밋의 아버지: 메가 더 장군님
일까요..? (아련)

오늘 '모든 댓글에 대댓글을 달아드리자'결심하고는
반도 못달고 눈 시뻘진 채로 뻗어버렸네요.

Ebichu raining outside.gif

그리고는 메가님 품으로(?) 도망쳐옴..

cry run ebi.png

ㅋㅋㅋㅋㅋㅋㅋㅋ 화이트 메가봇님 삐리리리리리!! ㅋㅋㅋ 화이팅입니다용 ㅋㅋㅋㅋ ^^

화이팅! 아자아자! 할 수 있다! 빅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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