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강의 올리는 분들 / 보시는 분들께 의견 구합니다

in #kr7 years ago (edited)

잘못된 내용의 강의가 올라오는 경우, 그리고 논쟁 끝에 작성자가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 게 최선일까요?

  1. 뮤트 후 무대응
  2. 다운보팅
  3. 반박 강의 포스팅
  4. 아이디를 공개, 논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여 해당 작성자의 강의를 볼 것을 다른 스티미언들에게 권유

보신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프랑스어 강의 내용에 대해 논쟁이 있었습니다.
출발어와 도착어가 같을 수 없다는 건 외국어를 공부한 분들, 특히 번역하는 분들은 상식처럼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기에 '이런 표현은 이렇게 번역(표현)한다'에는 딴지를 걸 수 없는 게 맞습니다. 이건 정답이 없는 문제니까요. 하지만 오류가 있다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문법과 발음이 그렇습니다. 발음 역시 발성 체계가 다르기에 완벽하게 일대일로 대응하진 못합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의 J는 우리말에서 일반적으로 내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우리말 ㅎ이나 영어의 H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말 ㅎ이 아니니까 아예 ㅈ으로 하자고 할 수 있을까요?

해당 강의에 대해 저는 '외국인을 위한 프랑스어 교육학'에 근거해서 주장하고, 작성자분은 현지인과 결혼 후 현지에서 오래 살며 체험한 '실전 프랑스어'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해하기 힘든 건 제가 배운 프랑스어가 대단히 아카데믹한, 일반인은 사용하지 않고 학자나 아나운서들만 쓰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원어민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한 지극히 일반적인 프랑스어지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극히 일반적인 프랑스어를 하려면 아카데믹한 접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Je ne suis pas. 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나는 아니야.'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의 발음은 /쥬 느 ㅅ(약한 스)위 빠/입니다. 아카데믹한 발음입니다. 이 문장은 또 이렇게 축약해서 발음할 수 있습니다. /쥰 ㅅ위 빠/ 이 역시 아카데믹한 발음입니다. 이 문장을 이렇게도 발음할 수 있습니다. /셰 빠/ 이 역시 아카데믹한 발음입니다. 한 문장의 발음이 축약되고 있는데 어떻게 다 아카데믹할 수 있을까요? 이 역시 다 규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sourdes/sonores 규칙이 있지만 일단은 생략합니다) 우리말에서 '아니야'를 '아냐'로 줄이는 것처럼요.

작성자분은 현지인과 결혼해서 현지에서 오래 살았다는 것을 근거로 제 견해를 반박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언어를 공부하신 분들은 이해하시겠지만 현지인과 살거나 현지 거주 기간은 그 나라 언어를 제대로 하는 것과 큰 상관 관계가 없습니다. 언어는 본격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아무리 긴 시간을 현지에서 살아도 제대로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학원에는 현지인과 결혼해서 현지에서 오래 산 분들이 연수 온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분들 중에 한국인은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대응인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반박 강의를 포스팅 해도 실전은 다르다는 주장에 막힐 것 같거니와 연재 작품을 올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거기에 쏟고 싶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의견 구합니다.

+) 논란이 된 프랑스어의 /R/ 발음에 관한 논문 일부를 첨부하며 글을 마칩니다.

프랑스어 자음 중에서 그 사용 빈도가 7.25%로(P. Léon, 1993) 가장 높은 이 자음은 사실 한국인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발음이 아니다. 한국어의 '흐'를 좀더 입 안쪽에서 발음하면 거의 같은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프랑스어에는 자음 h가 있기는 하나 이 자음은 그 어떤 경우에도 발음되지 않으므로 이렇게 후설 '흐'로 발음하면 프랑스인은 그것을 [R]로 인식하게 된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 발음이 어렵다고 해서 '르'로 발음하도록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철자 r를 [R]가 아니라 [l]로 인식하게 하여 의미상 적잖은 혼동을 야기할 수 있다. (한국의 불어교육, 장한업 공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 본 포스팅은 저자 보상 소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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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저라면 1번이겠지만, 3번이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는 방향 같아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문득 카뮈의 이방인 번역을 두고 설전을 벌였던 모 출판사 대표가 생각나네요(고소가 두렵기 때문에 이름을 적지 않습니다) 저는 그분이 모 한국어판 이방인은 오역이라고 워낙 강한 주장을 펼치시기에,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독자로서 혹했던 적이 있었어요.

현지에서 오래 살았다고 해서 그 나라 언어를 잘 안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 같아요. 저만 해도 한국에서 태어나 수십 년을 살았지만 발음이 엉망진창이고 맞춤법도 아직까지 제대로 못 지키는걸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 그 이후에 같은 논조로 낸 책을 보니 참 가관이더군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사실 그 사건이 제가 더 프랑스어를 깊게 파고든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그 책을 처음 접했을 때 혹 했거든요. 여기 프랑스에도 가져왔구요. 그것도 책이라고 차마 불사를 순 없더군요.

저도 제가 우리말을 잘한다는 확신이 없습니다ㅠㅠ 잘한다고 해도 남에게 가르치는 건 완전 다른 문제고...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분야를 공부하고 교수법을 따로 배우는 게 다 이유가 있겠지요.

3번 추천합니다. 가르치는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해 논쟁을 하는데, 상대가 인정하지 않을 경우 반박 포스팅을 해보셔도 무방할 듯 합니다. 그럼 또 다른 전문가가 등장하지 않을까요? 여기엔 이 구호를 붙이기가 민망하지만 마음가는 대로 가즈앗!!

아아 오늘은 위로 좀 가즈앗!! ㅠㅠ
그런데 3번이라고 해도 이 포스팅에 더할 내용이 없습니다. 사실 이건 요즘은 논란 거리도 아니라서 위에 첨언한 논문으로도 간단히 반박하고 끝날 이야기거든요.

반박강의하시면서 보팅으로 위로받으시죠.

의견 감사합니다. 고려해보겠습니다. (케이지콘님 그림에 등장하는 그 고추참치님?!)

아... ㅋㅋ 그럼 목적달성하신거네요~~ 그 정도면 충분하실 것 같습니다 ^^ 남은 저녁시간 즐겁게 보내세요~ 가즈앗!!

네, 감사합니다. 이제 퇴근하시는 건가요? 좋은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여긴 좀 있음 점심입니다 :D) 가즈앗!!

전 오늘 자율퇴근입니다. 집에 그냥 갈까하다가 아래층 원장이 술 한잔 하자고 해서 또 기다려야 할 듯 합니다~ ^^

아.. 소주 한 병 나눠 드신다는 그 원장님인가요? 마치 아는 분처럼 반갑네요ㅋㅋ

일기를 열심히 읽어주시네요 ㅋㅋ 가즈앗!!

글을 올리신 만큼 이미 3번에 가까운 대응을 하고 계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굳이 시간을 할애하셔서 본인의 작품을 갈고 닦을 시간을 빼앗기셔야 할지는 의문입니다.

그래서 고민 중입니다. 그냥 이 포스팅 내용 간단히 정리해서 올릴까 싶기도 하구요. 의견 감사합니다!

저라면 3번을 선택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수능 공부하던 시절 수능 강사들 간의 논쟁을 벌일 때가 많았었는데, 서로 다른 입장을 확인해 가는 과정에서 공부가 되는 게 큰 것 같아요.

수학 공식만큼 이견이 없을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수학도 논쟁이 없진 않았죠. 말씀 감사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저는 미슐랑이 맞다고 누군가에게 배웠습니다.
그러려니 하시고 하시던 연재와 글쓰기에 집중하시는게 어떨지...
1부5장을 애타게 기다리는 독자가 있답니다.

대, 대령하겠습니닷! 아아.. 저는 글러먹은 인간입니다. 부디 용서를! 😇🔫

이번 글로도 충분히 3번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은데요?...ㅎㅎ
굳이 고르자면 저도 3번을 택하겠어요. 저라면 분노에 꽉찬 포스팅을 길게 써 내려갈 것 같습니다.
그렇게 써놓고도 당사자가 안 보면 무용지물이겠지만요.....

기회가 되면 꼴랑 두 편 연재하고 잠정대기 중인 '프랑스어 바로잡기'의 일환으로 쭉 올려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 스팀잇한다고 미뤄둔 일이 너무 많네요. 시나리오 한 편 이번 달 안에 주기로 했는데 이러고 있습니다. 😇🔫 마침 그 시나리오 기다리는 사람이 '외국인을 위한 불어교육' 박사 과정에 있는 원어민 작가라 콘티 완성하는대로 들고 가서 상담 좀 해보려구요...

요즘 거의 모든 게시물 댓글에서 작가님 보는 것 같아요. 대단한 활동력에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ㅎㅎㅎ
곧 아카데믹이자 특히 외국인을 위한 불어의 끝장판을 만나겠네요. 박사과정이면 말 다했죠 ㅋㅋㅋ 곧 묵직한 포스팅 하나 나올 것 같아요.

읭? 가는 곳마다 Hariston님이 보여서 저는 그저 뒷북만 치고 있는데요!
포스팅은 저 친구말고 같은 과정에 있는 중국인 친구랑 전직 교사, 현직 교수님들까지 추가로 2, 3차 검증 받은 뒤에 생각해보겠습니다. 시간이 없거나 귀찮아서 안 올릴 가능성이 크지만요 -.-;

왕성한 활동력이
거의 노라이퍼급이 아니신지...?

스팀팩 맞고 스팀잇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아.. 안 되는데... 안 되나?

thanks your post!

음... 외람되지만 조심스럽게 한마디 보탠다면요; 저는 두 분이 무슨 심오한 불어 문법이나 독해, 혹은 번역에 관한 논쟁을 벌이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그냥 발음에 관하여 논쟁 중이시더군요. 그런데 솔직히 ㅎ이든 ㄹ이든 r 소리를 100%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진데 그게 왜 논쟁거리가 되는지 자체를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불어 발음은 글로 배울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오디오파일이나 영상파일을 구하든 책에 딸린 부록CD를 이용하든 학원선생님께 직접 배우든 암튼 실제로 듣고 배우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고 발음의 국어표기는 그저 대체수단일 뿐 절대 정확한 발음교육의 교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음을 둘러싼 이런 논쟁은 생산적이기보다는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라는 생각이고요. 더구나 불어도 각 나라 별 발음이 있는 거잖아요? 프랑스불어, 벨기에불어, 캐나다불어, 아프리카불어, 기타 등등 여러 불어 모두 발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사용하는 단어도 조금씩 다릅니다. 영어의 경우에 미국영어, 영국영어, 호주영어, 인도영어, 기타 등등 이 중에 미국영어 혹은 영국영어만 정답이지 나머진 틀렸다고 하지 않지 않습니까? 중요한건 발음이 아니라 그 언어로 얼마나 잘 소통(말이든 글이든지요)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 중에도, 아니 비단 한국인 뿐 아니라 어느 국적자든지 영어 발음 좋지 않아도 영어 아주 잘만 하시는 분들 많잖아요.
갑자기 끼어들어서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발음하든 소통만 된다면 상관없겠지요. 그 말씀은 맞습니다. 다만 다른 누군가에게 해당 언어를 가르칠 땐 표준어가 기준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말도 지역마다 모두 다르지만 그렇다고 우리말을 배우러 온 외국인에게 정답은 없으니 아무렇게나 발음하라고 하진 않죠. 발음의 국어표기는 정확한 발음교육의 교재가 될 수 없지만 가까운 것을 놔두고 먼 것 혹은 전혀 아닌 것을 정답인 것처럼 말하면 틀렸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혀뿌리와 목젖이 살짝 떨리는 그 미묘한 R 소리를 내면서 프헝스어 좀 배웠다는 티를 내는 게 당연했던(같이 배웠던 애들 다 그랬던 거 같은데...ㅎㅎ) 저로선 다소 뜬금없는 논쟁이네요. ^^;;;;

여기서 진행된 일도 그렇고 관련 논문에서까지 언급되는 걸 보면 이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 중인 것 같습니다. (인지부조화의 하나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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