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의 수다#881]김초엽 작가 지구 끝의 온실

in #kr6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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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그리고 사람이라는 희망

처음 지구 끝의 온실을 펼쳤을 때는 솔직히 조금 헤맸다.
더스트, 돔, 모스바다, 해월… 낯선 배경과 설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니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소설은 정체불명의 독성 물질 ‘더스트’로 인해 문명이 붕괴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사람들은 돔 안에서 살아가고, 버려진 땅에서는 뜻밖에도 더스트를 정화하는 식물인 ‘모스바다’가 발견된다. 그리고 그 식물의 기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잊혀진 사람들과 공동체의 이야기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나오미를 통해 듣게 되는 돔의 이야기들은 절박하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도 이상하게 아름답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걱정하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그러다 지수 씨의 기억 메모리를 통해 레이첼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순간, 나는 또 한 번 이 소설에 깊이 빠져들었다.
절망뿐인 시대였지만 결국 사람은 사람을 위해 살아간다.

이 소설이 좋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우리가 흔히 배우는 역사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기록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기록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 잊혀진 공동체, 사라진 진실을 찾아간다.

그래서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현실도 떠올랐다.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얼마나 완전한 것일까.
지금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어쩌면 인간이 아니라 식물이다.

인간은 늘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구를 가장 오래 지켜온 존재는 식물이다.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을 존재들.

그래서인지 모스바다는 단순한 SF적 장치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시선을 돌아보게 만드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참 아름답고 멋진 이야기였다.

책을 덮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것은 가능성 없는 상상의 소설일까.

아니면 우리가 아직 선택하지 않은 미래의 시나리오 중 하나일까.

어쩌면 가장 SF 같은 것은 더스트도, 돔도 아니라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에서도 끝내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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