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민의 실상... 이민 26주년 기념작
그러고 보니 7월 말로 캐나다에 산 지 26년이 됐습니다.
이민에 관한 글을 써볼까 했더니, '캐나다 이민'이란 검색어 중에 "캐나다 이민의 실상"이란 단어가 있더군요. 실상이라니, 허상이 많은 걸까요? 아니면 누가 허상을 만들고 다니는 걸까요.
제 생각에는 아마도 "실상"을 검색하는 분들은 이민 올 생각이 없거나, 누군가 이민을 안 하였으면 해서 그런 검색을 할 듯싶습니다. 이민 결정하고 마지막에 불안한 분들도 검색할 수 있겠네요. 부정적인 생각을 한 자락 깔고 하는 검색 같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골든이어스 주립공원의 노스 트레일.
그럼 이민의 실상은 뭘까요?
아침에 일어나, 아침 밥 먹고, 일하고, 점심 먹고, 산책하고, 일하고, 저녁 밥먹고 산책하고, 스팀잇하고, 가끔 넷플릭스나 한국 방송 보며 즐기고, 술 한잔하고, 자고…. 주 5일 반복. 주말에는 저는 주로 가족과 산과 들과 강과 호수를 돕니다. 그게 제일 재밌어요. 일요일은 교회에 갔다가 쇼핑을 합니다. 그런 가운데 가끔 기쁜 일, 화나는 일, 슬픈 일도 있고, 즐거운 일이 일어납니다. 시간은 대체로 나이를 먹을수록 정말 빨리 가는 듯합니다.
여름 맥주는 한정판으로 나오는 이게 최고. '오우카나간 스프링스 허니 콸쉬'
뭐야 서울과 다를 바 없잖아?
앞서 평온한 일상에 이르기까지저도 많은 기쁜 일, 화나는 일, 슬픈 일, 즐거운 일을 경험했습니다. 그런 일로 제가 걸어들어갔을 때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때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정신적인 성장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영혼의 안식을 구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할 때도 있고, 운이 좋아 신날 때도 있었습니다. 불공평함도 느껴봤고, 공평해지려는 노력도 해봤습니다. 실패도 있었고, 오해도 받아봤습니다. 지혜를 얻기 위해 대화하고 듣고 책도 찾아봅니다. 그런 살아가는 장소가 캐나다일 뿐입니다.
그럼 이민이 뭐가 다른가?
우리 애들은 한국어보다 영어를 훨씬 잘합니다. 한국말은 하지만 쓰기는 안 됩니다. 그 점이 가장 아쉽지만, 한국어 교육 환경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애들은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기 때문에 말은 참 잘해요. 물론 노래는 영어 부분만 주로 따라 부르지만.
우리 애들은 한국식 학원에 다니지 않고, 공부도 상당히 느슨하게 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전부 A를 받아오니까. 자식 자랑 즐거운 줄 저는 아이들의 자기 동기 부여와 자발적 실행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스스로 할 이유를 찾고, 실행할 능력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저희 집은 아웃도어파 입니다.
솔직히 좋은 대학 나왔지만, 엄마 없으면 안되는 '똥멍청이'들과 남에게 내보일 줄만 알았지, 자기 삶은 비어있는 장식품 인생들을 많이 봤어요. 저는 제 아이들이 산행과 농구 취미를 계속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하든 과한 술과 담배, 섹스, 마약만 안하면, 그리고 사람 사귐에 절제가 있으면 인생 나쁘지 않은거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한국 중년 코드와는 완전 얹나간 사람이 됐습니다. 일단 정치 얘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긴 하는데, 저는 한국 분들이 너무 과하게 정치에 에너지를 쓴다고 봅니다. 대게 진보-보수를 서로 상대를 필멸할 악한 존재로 보는데... 동의 못 합니다. 정치는 제가 가장 오해를 많이 사는 부분이라 아예 얘길 안합니다.
게다가 저랑 노래방이나 술집가면 정말 재미없습니다. 고등학교 때 진짜 친한 친구랑 중년의 아저씨가 돼 갔는데, 어허~ 어색함이 소맥을 마셔도 안 가시네. 저는 시골 속 중년, 친구는 도심 속 중년. 차라리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떠는 게 나을 겁니다. 저는 밤늦게 노는 거도 안 좋아하고요.
그리고 복장. 저는 가끔 캐나다에서 만났던 사람을 한국에 가서 보고 깜짝 놀랍니다. 캐나다에서는 같은 시골 사람이었는데, 한국에 가서 보면 세련미가 철철 흐르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부럽냐 하면, 글쎄 개인적으로는 좀 불편할 거 같아요. 한국가서 '인간 스캐닝'이 뭔지 경험해봤는데, 그게 좀 심하더군요. 나름 반전 있는 남자라 상대를 놀라게 하는 통쾌함도 있었습니다. 제가 말을 쉽게 해서 그렇지 쉬운 사람은 아니에요. 음 하하하
가장 결정적인 건. 집의 위치입니다. 한 5년 전에 출장 나가서 서울에 2주 정도 있으니 집이 있는 밴쿠버로 너무 돌아가고 싶은 겁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모국에서 멀리 떨어진 2억 만리에서 그리움으로 사는 게아니라... 모국은 모국이고, 여기 캐나다가 내 집이라고 여기며 삽니다.
저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야영장. 장소는 비밀... 아는 분은 다 아실 듯.
우리 인생을 실패와 성공으로 나눠보는 게 과연 좋은가?
이민 와서 '성공'이나 '실패'를 말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민 와서" 생기는 게 아니라 원래 우리 인생이 '성공'이나 '실패'를 거치게 돼 있지 않나요? 저는 이민과 관련해 성공이든 실패든 일반화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를 토대로 사람을- 자신이든 타인이든- 평가해버리는 거도 좋지는 않습니다. 제 직업상 정말 많은 성공과 실패 사례를 만나봤는데, 젊건 나이들었건 노력 안 한 사람은 없어요.
관용과 관대함을 적당히 가진다면, 그 또한 나쁘진 않을 거 같습니다. 남들에게 보이는 삶이 아니라 내 삶을 살 계획과 강단이 있다며 더 좋겠습니다. 어째 결론이 묘한데, 어찌됐든 이민 30년 째는 뭐라고 나불거릴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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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꿈꾸고 있는 저에게 굉장히 좋은 글이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에 대한 교육관 및 철학에 대한 부분을 볼 때 제가 가진 생각과 거의 동일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ㅎㅎ 아이들이 부러울 정도로요 :)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뭐, 방탄소년단에 비해 못생긴 아빠가 불만입니다.
그저.....그런 살아가는 장소가 캐나다일 뿐
뭐가 다르겠습니까,
다만 아웃도어파이시니 축복받은 장소를 택하셨네요 ^^
위치는 좋았습니다. 다만 저렴한 막걸리를 마실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전 제주도가 집이예요. ㅎㅎ 서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안 생기더라고요. ^^
서울은 추억이 웅크리고 있을 곳을 죄다 금방 갈아엎는 도시라 정이 별로 안가요. 제겐 너무 인공적이라. 제주는 오로지 맛있게 먹은 기억 뿐이... ㅎㅎ
서울에서 20년을 넘게 살았는데 이젠 서울 가면 빨리 제주 집에 가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ㅎㅎ
집에 뭔가 많이 숨겨놓으셨나봐요? R2D2같은 거? ㅎㅎ
그른거 말고 좀 더 좋은 거라도 숨겨놨으면 좋을 텐데 ㅎㅎㅎ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한가 봅니다. 리스팀해요
어느 장소건 낯설음과 익숙함의 차이가 있는 거 같습니다.
좋은 환경. 부럽네요
현실적인 문제.
이런게 겁이 나긴하네요.
저도 늘 환경 좋을 곳에 키우고 싶은데, 늘 현실에 좌절하게 되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움직이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아서 아웃도어파의 정 반대로 살고있지만.... 글을 쭉 읽다보니 서울에도 가 볼 곳 둘러 볼 곳이 참 많은데 평생 서울에 살면서 안가본 곳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움직여 볼까? 라는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이 글의 힘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
그럼요 서울도 갈 곳 참 많긴 하죠.
좋은 환경. 부럽네요
현실적인 문제.
이런게 겁이 나긴하네요.
저도 늘 환경 좋을 곳에 키우고 싶은데, 늘 현실에 좌절하게 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서울에 가서 살라고 한다면 말씀하신 세 가지에 몇 가지가 더 겁이날 겁니다. 벽이 느껴지신다면 정말 벽인가, 마음의 벽인가를 한 번쯤 확인해보시는 거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하셨을 수도 있겠지만요.
저도 나와서 살고 있지만 크게 불편함이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이주 초기에는 한국이 싫어서 떠난 사람이라고 뭐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살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아ㅕ이들에게 경쟁이 필수인 한국과 달이 부담없는 공부를 시킨것이 좋았습니다. 이젠 아이들이 다 커서 어른이 되어 제게 하는 말이 "자유롭게 자라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라더군요. 제 인생관이 문제일수도 있겠지만 경쟁하며 살고 싶지도 않고 그저 대충 살면서 즐기는 인생이 되었으면 합니다. 야영장에 가고 싶습니다.
ㅋㅋ 저희 애들은 캐나다에서 태어나, 캐나다가 표준인 줄 알아서, 고맙다는 얘긴 못들을 거 같아요. 가끔 이런 얘긴 하더군요. 아빠는 일반적인 아시아계 아빠와는 좀 다른 거 같긴 하다고... 편견 갖지 말라고는 하는데... 저도 많이 동의합니다. 편하게 살 수 있으면 가급적 편하게 사는 게 좋지요. ... 제가 좋아하는 야영장은 예약 경쟁이 치열합니다. 아웃도어파가 너무 많아져서... 여름에는 자리 못잡습니다.
저는 한국어는 집에서 가르쳤습니다. 가르쳐 놓기를 잘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두 아이의 나이가 8살 차이 나는게 둘이서 대화할때는 영어로 하고 어떤때는 태국어로 하고 엄빠앞에선 한국어로 하고~~ 그렇습니다. 아~~ 한국의 역사도 집에서 따로 가르쳤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책이 이긴자 서술의 역사더군요.
대단하십니다. 집에서 가르치는 게 쉽지 않던데요.
강하고 질기고 평화로운 마음을 갖기위한 수련의 시간이었지요.
아이들 덕에 제가 도튼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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