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쉬운 약속

in #kr6 years ago

쉬운 약속@jjy

엊그제 몇몇이 어울려 매월 한 번씩 하는 교육에 참여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1박을 해야 하지만 사정상 나는 하루만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을 하고 있는 나는 한 주에 이틀을 비울 수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해 일 주일 내내
일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처럼 떠나는 길을 햇빛도 다르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도 다르다.
정성껏 준비해 준 점심을 먹고 바로 강의가 이어진다. 강의시간
사이 휴식 시간에 마시는 커피는 맛있다 못해 유혹적이다.

저녁 식사를 하고 계속 이어지는 일정을 마치지 못하고 나 때문에
가까운 분들의 차를 타고 밤길을 달려 집으로 온다.

초저녁에 미리 전화를 해서 사또와 어머니의 안부를 묻고 하루
전날부터 얘기 한 대로 귀가가 늦어진다고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에 응대를 하자니 가뜩이나 신세를 지고 있어
미안한 판국에 부끄러워 어디로 숨고 싶었다. 그것도 한 사람만
전화를 해도 그러려니 하련만 사또와 어머니가 번갈아 전화를 하니
몇 번은 받아 주고 몇 번은 모르는 체 거절을 하고 지나간다.

속은 벌써 짜글거리고 입천장이 타기 시작한다.
집에 도착해서 계속 전화를 하면 어떡하느냐고 하니 술이 얼큰해서
하는 말이 별로 많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 통화내역을 보여주니
그제야 인정을 하며 씨익 웃는다.

전화를 집에다 두고 가든가 아니면 전원을 끄든가 하지 않으면
전화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예전에도 어디를 가기만 하면 계속 전화를 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
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것도 예전엔 한
사람이더니 이젠 어머니까지 거들고 나서신다.

자주 나가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틈틈이 집에 전화를 하지
않는 사람도 아닌데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는 건 횡포에 가깝다.

다음 날 술이 깬 사또와 어머니께 제발 전화 좀 그만 하라고 알아듣게
얘기를 하니 그러마고 대답은 하지만 믿을 수는 없다. 삼십년이 넘는
고질병이 쉽게 나을 리 없겠지만 계속해서 그러면 전원을 끄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니 너무 쉽게 신경 쓰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전원은 끄지 말라고 한다.

이쯤 되면 전화가 족쇄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럴 바엔 가끔 이 족쇄를
벗어 버리고 홀가분하게 지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미지 출처: 다음블로그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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