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아귀

in #kr6 years ago

아귀 @jjy

어느 자리에서나 잘 먹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잘 먹는 선을 넘어 유난히 굶주린 사자처럼 폭풍흡입을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아귀라고 부르는데
문자 그대로 굶어죽은 귀신이다.

그냥 귀신도 아니고 굶어 죽은 귀신이니 얼마나 배가 고프고
허기가 졌을지 상상이 간다. 그러다 보니 누구 쳐다보며 남을
배려하고 말고 할 마음은 전혀 없고 오직 밥알 하나라도 더 넣어야
하겠다는 기세로 음식을 퍼 넣느라 여념이 없다.

이 아귀는 살아 있을 때 자기밖에 모르고 남에게 물 한 모금
주지 않고 혼자 먹다 죽은 사람이 죽어 아귀가 된다고 한다.

아귀의 형상은 대충 이렇다
입은 크고 목은 가늘고 배도 아주 불룩해서 산달이 돌아오는
임산부처럼 보인다고 한다. 커다란 입으로 음식을 잔뜩 물고
씹지도 않고 삼키려고 욕심을 부려도 넘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목도 가늘지만 식도가 빨대처럼 가늘어 밥알 하나도 겨우 넘어
가나 싶으면 걸리기 일쑤라 큰 배는 늘 허기에 시달려야 했고
그럴수록 식탐은 늘어만 갔고 다시 허기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아침에 알람이 두 번을 울리고 입을 다물었다.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몇 군데 연락할 일이 있어
핸드폰을 열었는데 화면이 어둡고 보이지 않더니 그나마 캄캄
해진다.

다시 부팅을 하려고 시도를 했지만 Galaxy 어쩌구 하는 글자가
섬광처럼 스쳐가는 것으로 더 이상 변화를 거부한다.

부지런히 집으로 와서 충전기를 꽂고 기다려도 반응이 없다.
대리점으로 가서 테스트를 하니 충전기 헤드는 이상이 없고
연결 잭에 이상이 있다면서 잭을 갈아준다.

말 못하는 핸드폰은 충전기에 꽂혀만 있었을 뿐 배터리는 굶주리다
그대로 죽고 말았다.

친절한 미모의 여사장은 비용은 무료라고 하며 웃으면서 향 좋은
커피를 내린다. 커피향이 퍼지면서 나의 긴장은 해제 되고 진열된
핸드폰 케이스로 눈이 간다. 애석하게도 내 폰은 구 모델이라 하루만
기다리면 내일 맞춤으로 준비한다고 한다.

아귀가 될 뻔했던 내 폰에게 예쁜 새 옷을 선물한다.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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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단장하는군요. 좋겠네요.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하지요.^^

다행입니다.

저도 처음엔 걱정 했어요.
생돈 들어가나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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