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변신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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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jjy

여름도 거의 끝 무렵이면 그렇게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소리가
잠잠해진다. 대신 잠자리가 빛나는 날개를 자랑하며 날아다니고
밤마다 반딧불 무리가 별처럼 빛을 내며 떠돌았다.

신기해서 한참을 따라다니며 잡으려고 애를 썼다. 아무리 뛰어도
반딧불이는 내 손에 잡힐 듯 하다 더 멀리 날아가고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달리기를 잘 하는 아이들은 반딧불이를 잡아 투명한 유리병에
넣어 두고 밤이면 자랑을 했다. 몇 번을 따라 다녔지만 친구들은
잘도 잡는 반딧불이를 나는 한 마리도 못 잡고 앞만 보고 뛰다
돌부리에 넘어져 무릎을 까고 말았다.

피가 나오고 쓰리고 아프다고 울면서 집으로 왔더니 소독약은
상처를 또 한 번 벗겨내는 것 보다 더 따갑고 쓰라리게 했다.
눈물 콧물까지 흘리고 울면서 반딧불이 잡아 달라고 했더니
그깟 벌레 잡아서 뭘 하겠다고 무릎을 까고 다니느냐고 하시며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으셨다.

그렇게 아픈 소독약도 반딧불이를 갖고 싶은 마음까지 씻어내지
못했고 결국 나는 반딧불이를 잘 잡는 친구와 계약을 하기에
이르렀다. 대금은 돈이 아니라 그 친구가 그렇게 먹고 싶어 하는
복숭아였다.

우리 집에 과일 나무가 많았는데 마침 복숭아 철이라 커다란
복숭아 세 개를 주기로 하고 그 날 저녁에 만나서 반딧불이 몇
마리가 든 유리병을 손에 넣었다.

앉은뱅이 책상위에 별들이 소복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만화
에서 본 무슨 별나라 공주님이라도 된 듯 환상에 빠져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엄마의 깨우는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학교로 갔다.
학교에서도 책상위에 올려놓은 별 떨기를 자랑하고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곧장 집으로 가서 반딧불이 밥도 주고 물도
주고 싶었지만 하필 그 날이 청소당번이었다. 나는 일분이라도
빨리 청소를 끝내고 싶었지만 친구들은 내 마음도 모르고 계속
장난을 한다.

겨우 청소를 끝내고 혼자 서둘러 집으로 왔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가방 놓고 책상으로 갔다. 그런데 있어야 할 반딧불이가 안 보였다.
책상위에 잘 모셔두고 바라보기만 하고 아침에 부랴부랴 학교에 다녀
왔는데 그새 없어졌다. 반딧불이 못 봤느냐고 물어도 별 시답지 않은
말투다.

온 집안을 허둥거리다 하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가니 유리병은 책상
위에 그대로 있었다. 재빠르게 병 속을 들여다보니 반딧불이는 안
보이고 징그럽게 생긴 시커먼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어젯밤에 아름답게 반짝이던 반딧불이는 어디로 가고 누가 벌레를
넣어 놓았다고 빨리 내 반딧불이 잡아오라고 엄마랑 할머니 그리고
고모에게까지 떼를 썼다.

모두들 웃으시며 그게 밤에는 꽁무니에서 켜지는 불 때문에 예쁘지만
낮에 보면 원래 그렇게 생겼다고 하시며 웃으신다. 처음엔 아니라고
우겨 보기도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나는 무언가 속은 기분으로 반딧불이가 든 유리병 뚜껑을 열었다.
그 뒤로 반딧불이를 따라다니지도 않았고 손으로 만지고 싶다는 생각도
없어졌다.

다만 무릎에 까만 딱지를 달고 다녔고 허수아비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논 가운데 서서 새떼를 쫓을 무렵에야 발그스름하게 새살이 나오고
반딧불이도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나갔다.


이미지 출처: 다음블로그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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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s strong and magnificent, friend.

어린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작품이네요.
꿈 꾸던 시절을 회상할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그 다음부터 반딧불이 손으로 못 만져요.

여기 태국에서도 가끔 산에 올라가니 반딧불이 보이더군요. 어릴적엔 참 자주 봤던것 같은데...

반딧불이는 그냥 멀리서 보기만 해요.
그 날 이후로는 저한테 날아오면 도망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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