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채금자

in #kr6 years ago

채금자 @jjy

채금자는 아침 일찍 현장에 나온다.
트럭을 현장 한 귀퉁이에 세우고 다른 인부들 틈에서 분주하게
오가며 뭐라고 지시를 하는지 팔을 뻗고 손가락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키며 지시를 하기도 한다.

가끔 과장이나 그 밑에 있는 시공사 직원들과 함께 서서 현장
상황을 지켜보기도 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휴대전화에
대고 큰 소리로 말을 하면서 담배연기를 뿜어내기도 한다.

다른 관리직원이나 다른 인부들이 쉬는 날에도 채금자는 현장에서
장비를 동원해서 파일이나 철근 따위를 옮기기도 하고 목재나 작은
물건들을 트럭에 옮겨 싣고 달린다.

원래 새벽잠을 좋아해서 알람이 없으면 일어나기 힘들어 하는 나는
알람이 죽으면 여지없이 지각이다. 그만큼 나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알람인데 곤히 주무시는 사또께서 시끄럽다고 불평을 하는
통에 진동모드로 전환 했더니 못 듣고 자는 날이 많았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허둥지둥 이다.

이른 새벽 누가 전봇대를 들이받는 줄 알았다.
금속성 굉음과 둔탁한 소음이 간격을 두고 연속적으로 들렸다.
무슨 일인지 놀라 다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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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적재함 위에 채금자께서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서서
크레인으로 철재 빔을 다른 트럭에 옮겨 싣고 있는 중이었다.
화도 나고 의외의 광경에 기가 막힌 사또가 한 마디 한다.
“야! 이놈아 넌 잠도 없니?
제발 잠 좀 자자.”

“무슨 소리야 형,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 한 마리라도 더 먹는다고
그리고 좀 있으면 형수 운동 가는데
내가 시간 맞춰 깨워주잖아
형도 형수 따라 같이 운동하라고,”

“니가 알람이니?”
동시에 빵 터지고 속칭 해장커피를 한 잔씩 한다.
차에 커다란 빔을 다 실었는지 어느새 조그만 철판이며 짤막한
철근토막까지 알뜰히 실고 차는 출발을 하고 나는 주섬주섬 챙겨
스포츠 쎈터로 향한다.

며칠 전 채금자에게 매달리듯 사정을 하던 할머니가 유모차에
박스 몇 개를 싣고 지나가신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는 동네 날건달을
신축현장에서 뭐나 한 자리 하는 사람으로 알고 고물 나오면 달라고
하셨다며 큰 건 너 갖고 작은 건 나 달라고 했더니 그러마고 했다고
하시며 흡족해 하셨다.

“사람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라. 어릴적엔 마련없이 굴러다니며
크더니 이젠 집 짓는데서 채금자가 됐는지 매일 나와서 사람을 부리고
이제부터 나 고물도 주기로 했잖아.”

그 할머니에게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채금자가 아니라고 거기서 고물이나
얻고 잡일 해 주는 사람이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책임자는커녕
조그만 쇠토막도 알뜰히 실어갔다는 말을 할머니는 모르시는 편이
할머니 마음이 편하실 것 같았다.

20180523_13433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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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드라마같은 이야기네요! JJY님 소설을 쓰시면 이야깃 거리가 무궁무진하시겠어요! ㅎㅎ

제가 가끔 밖을 보는 습성이 있어서
그 때마다 이야기거리가 쌓이곤합니다.
편안한 주말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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