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엔딩파티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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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파티@jjy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가끔 마주치면 차도 한 잔씩 하고 시간이
맞으면 식사도 하며 지내는 사람이었다. 혼잡한 서울이 싫어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다.

아는 사람도 없었고 할 일도 없어 무료하던 차에 문화쎈터에서 하는
요가교실에서 만나 가끔 어울리는 사이였다.

얼굴도 익히고 말도 섞을 만 할 즈음 뜸해 지고 연락도 끊겼다. 계절이
바뀌고 드문드문 들리는 소식은 건강이 좋지 않아 바깥 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는 차에 전화로 초대를 한다는 일이 뜻밖이었다.

우리 집에서 파티를 할 계획인데 두 부부 탱고를 보고 싶다고 하면서
꼭 참석해 달라고 간곡하게 얘기를 했다. 그럴 기회를 준다면 두고두고
감사하겠노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약속한 날이 되고 탱고 의상을 챙겨 남편과 함께 보내준 주소로 찾아
갔다. 잘 가꾸어진 잔디가 초록 카펫처럼 펼쳐져 있었고 한 쪽엔 뷔페
차림이 있었고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앳된 남자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조리사 복장의 남자가 바비큐 그릴에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어디선가 귀를 기울이게 하는 음악이 들린다. 소리 나는 쪽에 튜닝을
하는 실내악단이 보였다. 웃음 띤 얼굴로 다가와 두 손을 잡는 사람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은 몰라보게 수척했다.

안내한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박수 소리가 들리고
부축을 받은 그의 아내가 나와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파티가 시작
되고 우리는 탱고를 추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곁에 있던 남편이 입을
떼었다.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병원 침대에서 보내지 않고 그동안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았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살아있을 때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지막을 아름답게 보내고 싶다고 했다. 죽은 다음에 장례식에 와서
문상을 하는 것보다 살아 있을 때 손이라도 잡고 웃으면서 작별인사를
하게 해 달라고 남편을 졸랐다.

한 사람 한 사람 참석자들의 손을 잡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세상의 욕심은 찾을 수 없게 된 그녀의 하얀
얼굴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연명치료 거부하고 존엄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살아있는 순간에 감사하며 다가올 죽음을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바라보니 두려움 없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사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살아있을 때 어떻게 지내느냐가 중요하다.
인공호흡기 달고 기계적으로 숨을 쉬는 것을 삶이라고 할 수는 없어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참여자가 늘면서 웰다잉(Well dying)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편안한 마무리 문화가 전반적으로
향상 되고 있다

연명의료 중단(존엄사) 시행 8개월만에 2만742명이 존엄사를 택했다.
20년 논쟁 끝에 시행한 존엄사 제도가 임종 문화를 서서히 바꾸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이 인공호흡기를 아예 달지 않거나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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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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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는 주변사람도 힘들고... 무엇보다 본인이 힘들잖아요... 존엄사 시행 찬성합니다

저도 많은 찬성합니다.
그러면서도 신중하게 됩니다.
감사드려요.

미리 자신의 장례식도 치룬다 하던데...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죽은 다음이 무슨 소용 있겠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존엄사 시행에 찬성하는분들중 1인입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많지만...
좋은하루되세요~~

병원 침대에서 연명하는 일
결코 삶에 도움이 되지 않지요.
감사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익숙한 것과 영원한 작별을 고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요.

평안하세요.

그렇지요.
한 생을 마감하고
새로운 생명을 받는 일이니

늦은 밤 평안하시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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