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를 처음 보도한 기사

in #kr6 years ago (edited)

스팀잇엔 국내 이슈에 대한 글은 별로 없네요. '양심적 병역거부' 이슈도 살짝 정리할겸 글을 남깁니다.

헌법재판소가 2018년 6월 28일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병역법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서, 지난 주에 이와 관련된 뉴스들이 쏟아졌습니다. 보수매체에선 "병역 기피 않도록 대체복무 입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고, 국민일보는 "특정 종교 위한 병역거부의 길, 과연 타당한가"라는 사설을 썼지만, 대체로 이 의제가 활발히 논쟁되던 10여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이슈는 2001년 한겨레21이 '차마 총을 들 수가 없어요'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처음 공론장에 등장했습니다. 이 기사를 쓴 사람은 신윤동욱 기자입니다. 한겨레21 양심적병역거부.JPG

기사링크 "차마 총을 들 수가 없어요"

2000년대 초중반 이 이슈가 처음 쟁점화됐을 땐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과 오해가 만연했습니다. 2004년도에 저는 대학교 학보사의 편집장이었는데요. 한 복학생 선배가 제게 병역 거부자들을 기사로 다룬 것이 불만스럽다는 표현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제가 쓴 기사도 아니었고, 병역 거부자들의 입장과 반대편에 있는 입장을 나름 균형되게 다뤘는데도, 그들을 취재한다는 것 자체가 불온시되던 분위기였습니다.

병역거부자들의 99%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 종교의 신도들입니다. 이들은 일제 시대에도 일관되게 병역을 거부했습니다. 그때도 병역을 거부하다가 감옥에 갔고, 그 이유로 '독립투사'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남북이 대치한 한국에선 그들이 군대 대신 갈 곳은 감옥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감옥에 간 이들이 해방 이후 70여년간 2만명에 이릅니다. 이 중 99%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죠. 나머지 1%는 대부분 2000년대 중반에 '비종교적 이유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입니다. 1호는 오태양씨였죠. 그는 그저 '평화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병역거부의 이슈를 좀 더 오해 없이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해'는 병역거부자들이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의무를 외면한다는 시선입니다. 군대를 다녀온 분들은 다 알지만, 남성들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방법도 제각각입니다. 전방부대보단 후방부대가 많고, 전투 병과보단 비전투 병과가 많습니다. 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사실은 많은 병사들이 간부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면서 지냅니다. 한국은 출산율이 지금처럼 낮아지기 전엔 한 해에 10만명 이상을 면제나 방위, 공익근무 등 군대에 아예 보내지 않는 판정을 내리던 국가였습니다. 많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부정한 방법을 써가며 병역면탈을 하고서도 대부분 처벌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병역거부자들은 이미 병역보다 가혹한 수감 생활을 해왔고, 감옥에서 나와선 전과기록으로 인해 취업 등 각종 사회적 활동에 지장을 받았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고려하면 깔금하게 논란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병역거부자들에게 부과할 것은 '처벌'이 아니라 '평화적인 방법으로 공동체에 복무할 기회'입니다. 그 기회가 병역보다 길고 고되기만 한다면, 굳이 병역을 회피할 목적이 없습니다. 그들의 '양심'도 자연스레 증명이 될 것입니다.

이 이슈에 대해 더 궁금한 분들을 위해 자료 링크도 함께 걸겠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음 알린 언론 - 한겨레가 그동안 보도해 온 양심적 병역거부 기사들을 모아놓고 해설한 글입니다.

박시환 전 대법관 인터뷰 "“양심적 병역거부 잇단 무죄 판결…하급심이 ‘데모’한 거죠” - 이 기사 하단 '관련기사 링크'에 당일날 쏟아졌던 기사들이 모여있습니다.

단행본 저서 중엔 김두식 교수님이 쓴 <헌법의 풍경>, <칼을 쳐서 보습을>이란 책에 이 이슈가 자세하게 나와있던 기억입니다.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매우 양서였던 것은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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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총을 들고 싶진 않았는데.. 저분들의 주장은 야속하네요..

10년 전에도 저 분들과 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었어요. "난 저 종교를 믿지 않고, 저들의 생각에 동의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저들을 굳이 감옥에 보내야만 합니까"

신념은 존중받아야합니다.
또한 종교적 신념과 평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파주 비무장지대 목함지뢰탐색반 업무를 최소 5년간 정도 부과하여 복무를 한다면,
남 북한 군인의 발목도 지켜주어 평화 신념을 수행할수 있고, 집총도 하지않으니 종교적 신념에도 일치합니다. 거부자 분들은 그러한 분야로 대체복무를 시키면 서로 윈윈.

네 실제로 대인 지뢰 제거는 이전부터 많이 나온 대체복무의 주된 사례였어요. 10년 전 기사에서 병역거부자가 직접 위험하고 힘든 일을 피하려고 병역을 기피한다는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대인 지뢰 제거를 할 의지가 있다"고 밝힌 적도 있었어요. 관련 기사 링크도 하나 덧붙입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9969

신윤동욱 선배의 그 기사는 아직도 회자될만큼 레전드네요.^^ 지난주 이 뉴스가 생각보다 더 크게 이슈가 안 됐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네 저도 그이슈를 알리는데 한줌 보태려고, 써봤습니다^^

오늘 뉴스에서 군 관련 대체복무는 거부한다고 본 것 같아요.
빨리 통일돼서 모병제로 가는게 유일한 해결책 같네요.

아마 그 집단서도 입장이 여럿 있을거에요. 입대하기 전엔 제가 모병제를 꿈꿨는데요ㅋ 언제나 가능할런지.

전에 제가 본 인터뷰 기사가 오태양씨인지는 확실치 않은데, 이런 내용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여호와의 증인은 교리가 너무 엄격해서 제가 차마 완전히 따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곳을 떠났지만, 여전히 총을 들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우리 집에 전단지 주러 오는 저 증인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위 인터뷰 기사를 보고 알게됐습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의 신념을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구나.' 그때 부터 인 것 같습니다. 병역 거부자의 처우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관심갖기 시작했던 것이...
10여년이 지난 지금, 언제부턴가 대체복무에 대한 기사에 베스트 댓글들이 무조건적인 반대에서 그럼 한 5년, 10년 다른거 시켜라 하는 쪽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 사회가 바뀌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스팀 여론을 보면 쉽게 바뀌지 않음을 또 느끼고 있습니다. dj님이 상세하게 쓴 댓글들을 보았어요. 그걸 쓰는 것도 상당한 노력이자 감정노동인데.. 마음을 담아 보팅을 했습니다.

감정노동이라는 말, 알아주셔서 감사해요. 새삼 글 쓰는게 정말 쉽지가 않다는 걸 느낍니다 기자분 들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체감하는 요즘이에요 ^^

저야말로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옥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였지만 이번 대체복무로 한다는 것 자체는 분단국가에서는 더 부정적이네요.

신념을 어떻게 측정한다는 것인지 증명 할 수 없는데 그걸 수치로 측정한다는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군대 안가기 위한 부정한 개종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 되네요.

여러분들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자신의 신념을 수치로 환산이 되는지 결론은 보이지 않는 신념을 측정한다고 하고 그 신념으로 대체복무를 인정한다는 자체가 옳은지 모르겠군요.

나의 신념은 수치로 환산하면 몇점일까 그걸 누가 정해주는 것일까 넌센스네요

신념을 수치화하는 것은 당연히 넌센스죠. 신념을 증명하기 보단, 대체복무를 현역보다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방법이라고 봐요. 정말 남다른 신념이 아니면, 현역복무를 택하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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