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스팀잇,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하여

in #kr6 years ago (edited)

스팀잇을 시작한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느낀 바가 많아 생각보다 후기를 빨리 쓴다. 

스팀잇이 세상을 바꿀 가능성

나는 왜 스팀잇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가. 가상 화폐가 투기의 장으로 비판 받고 있던 때에 스팀잇에 관한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콘텐츠 창작자에게 블록 체인으로 보상하는 플랫폼이 있다는 글이었다. 

그 글은 콘텐츠 창작자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구조를 은근히 비판하며, 스팀잇의 혁신을 소개했다. 스팀잇은 저자가 쓴 글에 공감하는 독자들은 투표를 하고, 투표를 받은 저자는 그만큼의 가상 화폐를 버는 플랫폼이라고 그 글은 논리적으로 주장했다. 나는 그 주장에 묘하게 흡입되었고, 스팀잇의 세계에 들어갔다.

노동과 투기의 모순

나는 과거의 금융 자본주의 시스템보다 노동 중심성이 있기를 스팀잇에 기대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의 창작 플랫폼보다 노동 중심성이 월등히 높다. 쉽게 말해, 노동 착취가 훨씬 적다. 

고전 경제학의 양극에 있는 아담스미스와 칼 맑스 둘 다 가치가 노동력에서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는 사람이 부를 축적하는 사례가 적은 것은 왜 일까? 나는 칼 맑스가 논증한 자본주의의 착취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 황금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면, 돈이 돈을 버는 구조는 돈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시스템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으려면, 돈이 돈을 버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즉, 투기는 노동 중심성의 반대편에 있다. 

노동이 있는 화폐와 노동이 없는 화폐

과거 금융 자본주의에서 화폐는 노동과 무관하게 발행되었다. 중앙 은행에서 돈을 얼마나 찍느냐에 따라서, 그들이 시장에 돈을 얼마나 푸느냐에 따라서, 은행들이 대출을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서 물가가 좌우되고 거품의 두께가 결정됐다. 그리고 노동력의 가치는 임금 계약서에 따라서 가치 생산 이전에 결정되었다. 

나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1,2 세대 가상 화폐들이 노동과 무관하게 채굴된다는 점에서 커다란 혁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분산 채굴/저장 시스템이 권력을 분배할 거라고 누군가 주장했지만,  중앙 은행이 갖고 있던 권력을 거대한 체굴업자들이 갖고, 은행이나 주식/채권 거래소의 권력을 거래소가 갖는 것일 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스팀잇은 달랐다. 스팀잇의 채굴이란 저자의 글과 그 글에 투표하는 사람들의 참여로 발생한다. 즉, 노동을 통한 가치 생산과 그 가치의 사회적 평가가 화폐 발행과 가치 분배의 기준이다. 쉽게 말해, 가치 있는 일을 한 사람(저자)에게 일을 한 만큼 보상하는 체계이다. 화폐 발행부터 분배까지 노동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 내가 스팀잇을 혁신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부분이다. 

스팀잇의 한계

그러나 스팀잇을 사용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돈으로 스팀 파워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스팀 파워는 스팀잇에서의 레벨을 말하는데, 스팀 파워가 높은 사람일수록 직접 쓴 글과 보팅을 한 글의 가치가 높아진다. 자신이 노력해서 스팀 파워가 높아지는 시스템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와 상관 없이 스팀잇 외부에서 번 돈으로 스팀 파워를 살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돈 있는 사람의 영향력이 커질 위험이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스팀 파워에 따른 영향력 차이가 현저히 크다는 것이다. 스팀 파워가 낮은 뉴비들의 투표는 아주 미비하게 반영된다. (내 글에는 뉴비들이 네 표를 줬는데 0.01$가 오른 글이 있고 스팀 파워가 높은 유저가 한 표를 줬는데 2$가 오른 글이 있다.) 이는 글의 가치를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돈으로 보팅을 거래하는 것을 막는 방지책도 필요해 보인다. 돈을 보내주면 당신의 글에 보팅해 주겠다는 심심찮게 보이는데, 이는 스팀잇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풍토로 생각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스팀잇은 기존 플랫폼보다 창작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는 플랫폼으로 보인다. 아직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한계를 극복해 창작 노동자들에게 더 큰 희망을 안겨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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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투자하여 돈을 벌수 있어야 사람들이 구입하게되는 측면도 있지요. 돈을 벌수있다는것 자체가 스팀의 가격상승에 기여하겠죠.

투자와 창작 영향력은 분리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투자가 없으면 결국 창작자는 보상받지 못합니다.
이것을 분리하려는 시도 자체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마켓을 분리하여 마켓만 없애자하는 유시민씨의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결국 투자자들의 지갑에서 나옵니다.
투자를 분리한다면 어떻게 보상을 할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해보입니다.

암호화폐가 실물 경제에서 실물을 사는 수단으로 잡지 못하는 이상, 거래소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거래소의 투자가 창작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 다른 화폐와 스팀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죠. 투자자들은 스팀의 화폐 가치에 의해 보상을 받게 됩니다. 그 화폐 가치란, 스팀잇 콘텐츠를 바롯한 스팀 기반의 콘텐츠의 가치겠지요. 제가 큰 문제라고 지적한 점은 위와 같은 투자가 아니라, 돈 많은 어느 창작자가 스팀을 1000만 원 어치 사서 스팀 파워를 올려 스팀잇에서 영향력을 과도하게 행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앞으로도 스팀잇 더더더 흥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ㅎ

저 역시 같은 마음입니다.

확실히 기존 SNS 플랫폼들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한계들이 잘 극복되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좋은 대안으로 화자되길 바랍니다

상당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스팀잇이 맘에 들지 않으면서 선뜻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부분은 바로 자본의 적극적인 개입과 그 역할인 것 같아요.

현실적인 부분은 인정하지만, 투자가 창작에 대한 영향력을 좌우하면 문제가 될 거 같아요

스팀파워를 돈주고 사기가 좀 싫어지더라구요. 그게 바로 운영자가 가장 의도한 바라고 생각되어.

그럴 수도 있겠네요 ㅠ

좋은 지적입니다.
저는 이곳이 아주 공평하다 생각하는 1인입니다. 물론 지적하신 문제점들 저도 인정하지만, 그래도 이것이 공정하다고 말할수 있는 이유는, 스팀파워를 돈을 주고 높이는 이유가, 자신에게로 향한것이 아닌, 타인의 글에 더 주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물론 셀프보팅을 할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게 얼마나 자주 오래 할수 있는 일일까요. 이렇게 개방되어있는 생태계에서.
뉴비들도 좋은 글감을 갖고 아주 많은 보팅을 받는 것도 자주 보게 되고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게 되면서 저마다 흥미가 있는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는게 보이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역사, 철학, 사회봉사, 그림 이런쪽에 관심이 많으니 자연히 그런곳으로 클릭이 많이 가게 되구요
또 경제 사회 이쪽분야에 관심 많으신 분들은 또 그쪽으로 몰릴거구요.
아직은 스팀잇도 초기단계라 자신의 글이 빛을 다 발하지 못하고 7일후에 도태되기도 하지만, 좋은글은 반드시 또다른 방법으로 평가될것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여기서 자신의 생각을 다듬고 글연습도 하게되고 그러는거 같아요.

글에서 언급했지만, 저 역시 혁신적인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며 스팀잇이 잘 되길 희망합니다. 그런데 스팀파워를 돈을 주고 높이는 이유가 과연 타인의 글을 위한 것인지는 다소 의문이 듭니다. 팔로워가 많아져 글의 노출 빈도가 많아지고, 누군가 자신의 글에 보팅을 했을 때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유야 어쨋든 문제는 부의 격차가 글의 가치를 좌우할 가능성이라 생각했습니다.

huti님도 남한테 보팅하실때 0.01찍히면 기분이 어떠실지 느끼시지 않나요? 좋은글에 보팅하는데 한푼도 주지못하는 맘이 씁슬해 보팅파워 올리기도해요. 그래야 제 글에 와서 돈주고가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답을 드리죠. 그런데 또 그분들의 글이 너무 성의가 없다던지 제 관심사가 아니라면 그것두 한두번 하는거지 계속은 또 못하겠죠. 이래저래 종국엔 좋은글에 보팅하게 되어있는거 같아요. 아 그리고 제 글에 댓글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시표시로 보팅을 하는 용도로도 쓰게 되고요. 저는 그렇네요. 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요.
이곳에선 각기 저만의 방식으로 살면 되요. 플랫폼은 주어졌으니 그 위에서 새로운 App 을 만드는 이도 있고 물건파는이도 있고 별거별거 많이 하더라구요. 궂이 글로만 돈 안벌어도 되는거 같아요.

네 스팀잇의 플랫폼을 부정하는 것도 남의 글을 보팅하려고 파워를 올리는 분들을 부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 글의 요지는 돈으로 플랫폼에서 영향력의 차이가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콘텐츠가 플랫폼의 영향력을 좌우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돈으로 학력을 사는 시스템이 합법화된다고 하면, 그 학력으로 남을 도와준들 공평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huti 님의 글도 이해가 되었어요 첨부터. 그냥 다른 관점도 있다... 하고 제 생각을 쓴거니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요. 첨부터 좋은 시스템이 짜잔 하고 나올수 없어 인류가 아직도 민주주의니, 사회민주주의니, 신자유주의니 이것저것 해보는 거 아니겠어요. huti 님 처럼, 보는 눈이 많은 스팀잇은 좋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모든 시스템의 민주화는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부패를 막을수는 있을거에요.

@ddd67님과 토론하면서 제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도 있었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관점을 바꿔볼 수도 있었습니다.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저도 시각을 넓힐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만나요. 감사합니다.

영향력이 낮지만 그래도 열심히 보팅하겠습니다~!!

고마워 같이 잘 해보자!

냉철한 분석입니다 ^^

감사합니다:)

멋진 글이네요:-) 스팀잇이 긍정적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성장했으면 하는ㅎㅎ

저도 그랬으면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플랑크톤이라 미미한 보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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