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이야기 5] 어쩌다가... 난해한 무대에 서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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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ikhouse @voronoi, @erb, @arete 저희 넷 @Hitheryon 아트 콜렉티브의 독일 시절 이야기 입니다.

2011년 학부를 졸업하며 저희 넷은 아트 건축작업을 위해 짐을 싸서 독일로 갔습니다. 베를린에서 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이곳 저곳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 중 연락온 MICA MOCA 아트 센터 입니다. 아트/건축 프로젝트 기회를 이야기 하러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저희는 프랑스계 현대 무용가 로디 칼루스라는 분을 만났습니다.

남자 넷이 일만하고 살다가.... 오목조목한 로디를 바라보는 중
그녀의 현대 무용에 참여 하기로 계획에 없는 결정이 되었습니다.

파트너와 춤을 추는 프로젝트. 연습은 공연 전 리허설 한 번뿐이라고 했습니다..
그 때 눈치를 챘어야 했어야 했는데요
맨날 남자끼리 작업만 하고 살다가 누군가와 춤을 춘다니 얼마나 떨렸습니다. 면도도 하고 설레며 리허설에 갔습니다.


넓고 빈 공간이 무대. 조명이 어두웠구요. 여자 남자, 베를린 현지인들이 많았습니다.

리허설이 시작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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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는 딱 이런 공간에 조명만 달랐습니다 | Source: MICA MOCA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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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나오며 로디가 불어 억양이 섞인 영어로 우리에게 지시를 했습니다.

사람들이 엄청 많은 출근길을 걷는 척 연기하세요
갑자기 천천히 걷다가 사랑에 빠질 상대를 찾으세요 ... 우물쭈물 하다가 눈앞의 독일 여성분과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그 사람을 서로를 바라보세요! 그러다가 사랑에 빠지세요!!

로디가 자꾸만 디렉션을 주어서 처음보는 독일 분 눈을 한 2분-3분 정도 바라보는데…
정말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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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파트너 세게 껴안기
그리고 갑자기 슬퍼하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우는 소리도 냈습니다.
다시 서로 쳐다보라고 하고, 웃으라고 하고 ㅠㅠ

그림 작업을 해야하는데.. 모르는 사람과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점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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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반복 (남-여, 남-남, 눈 앞에 있는 사람과 무조건이였습니다)
하다가 리허설이 끝날 때 쯤 로디가 갑자기 제안했습니다.

여러분이 춤 추는 동안
저는 바닥 카펫트에 숨었다가 끝날때 서프라이즈로 튀어나오는걸로 엔딩을 할겁니다!

실제 공연에서 로디가 카펫트에 숨었다가 튀어나왔는데,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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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잊기로 하셨습니다. 로디의 현대 무용은... 쇼크의 연속이였습니다.
즉흥적이고 실험적인 무대. 인간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뤄진 작품을 하려고 한 시도 같았습니다.
사실 저희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이어진 공연은 어떤 사람이 실버 색의 박스 테이프를 몸에 붙였다가 떼는 것. 그 사람이 저희 앞에 와서 강하게 춤을 쳤습니다. @voronoi는 아직도 그 장면이 기억에 트라우마 라고 합니다.

저희가 참여한 공연이 알고보니 End of Summer Party 라는 것을 MICA MOCA블로그에서 사진을 찾다가 알게되었습니다. 그 후 MICA MOCA는 잠시 문을 닫았습니다. 최근 몇년 전에 다시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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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2년을 베를린에서 함께 보내고 2013년 서로 각자의 길을 향해 가게 되었습니다.
2014년에 한번 뭉치는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저희 넷은 종종 화상 전화통화를 하는데요, 그냥 서로 얼굴보며 어떤일을 하는지 업데이트하고, 이것 저것 아이디어를 주고받습니다. 작년부터는 스팀에서 @hitheryon의 콘텐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베를린에 갈 일이 있으면 많은 공간을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베를린에는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낮아서 배고프고 열정적인 아티스트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추억과 성장이 많은 도시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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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한국말을 잘 하는 와이프께서 감수해 주셨습니다.
저의 스토리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1 편 | 베를린에서의 시작, 50 유로 방과 아트 스튜디오
2 편 | 마약쟁이 집주인 Mr.P와 새로 옮긴 스튜디오
3 편 | 베를린에서 방 구하기 & Hither Yon의 첫 전시
4 편 | Kick - Start를 하다, 공공 아트 프로젝트 Grid / 킥스타터의 단점,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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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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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경험이네요.
ㅎㅎ

그때는 몰랐는데 과거가되면 행복해지는 거가 있는것 같습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좋은 추억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엔 몰랐던 곳들을.... 이제 정말 베를린에 다시 가면 저도정말 새로운 눈으로 다시 살펴 보고 싶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leemikyung님! 다시 갈 기회가 된다면 공유해주십시오.

안녕하세요 한식하우스님, 그 시절의 열정이 너무 멋지십니다. 누구도 쉽게 할 수 없었던 일을 하신 것 같아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국에서의 추석명절은 어떤지도 궁금하네요.. 필리핀은 그저 일상을 지내고 있습니다.
여긴 크리스마스 준비로 한창이구요 ㅎㅎ 먼 곳에 계시지만 마음만은 풍성하고 따뜻한 추석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kimsungmin님! 추석인데 송편이나 음식 좀 드셨나요? 저는 오늘 오랜만에 순두부찌개를 먹으러 한인타운에 갈 것같습니다. 이곳도 벌써 할로윈 물건들이 눈에 띄는데 그것은 곧 크리스마스라는 의미도 있는것 같습니다. kimsungmin님도 필리핀에서 멀지만 따듯한 추석날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hansikhouse님, 저희는 아이들도 좋아하는 잡채만 해서 명절 기분만 낸 것 같습니다. 송편은 이웃이 한팩 선물해줘서 맛만 보았지요 ㅎㅎ
hansikhouse님도 마음이 풍성한 추석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림 작업을 해야하는데.. 모르는 사람과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ㅎㅎㅎ 상상이 가요. 낯선 장소 낯선 곳에서의 엉뚱한 일들..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셨네요. 어떤 무대였을까 궁금했는데 ㅋㅋㅋ 궁금증 풀렸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식님도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해피님 고맙습니다 그 엉뚱한일들 겪을때는 ...ㅎㅎ 조금 힘이 빠지죠
해피님도 행복한 추석 보내십시오!

저는 좋은 경험이었을거라 생각했는데...어떤이에게는 트라우마였다니~그 당시에는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지금 이렇게 글로 적는것을 보면 한식님께는 소중한 추억이지않을까 싶습니다^^
추석 잘보내시고 올 한해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면 합니다 ㅎㅅㅎ

기리나님! 고맙습니다 ㅎㅎ 그 때 저희가 너무고생해서 마음에서 즐길수있는 것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girina님도 즐거운 추석보내세요. 올해 남은날들도 행복하세요 그리고 곧 한국에서 저도 뵙길 기대합니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셨을 듯 합니다. 서프라이즈로 속옷만 입고 바닥에서 나왔다니...정말 서프라이즈네요...ㅎㅎ

그리고 테이프를 몸에 붙였다 떼는것...이건 리허설은 불가능 했겠는걸요? 생각만해도 그 아픔이 전해오는 듯 합니다. ^^;

jhani님ㅎㅎㅎㅎ 그말씀이 맞는것 같습니다. 그것은 리허설에서 못봤는데 ㅎㅎ 다시 생각해보니 웃긴것같기도 한것같습니다. 즐거운 추석보내시길 바랍니다!


Life is beautiful.

Thanks for sharing :-) @hansikhouse I am following. Best of Luc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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