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힘 - 에너자이저의 근원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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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엔 일곱개의 달이 있다는 말 들어본적이 있나요?

하늘에 하나,
바다에 하나,
경포호수에 하나,
술잔에 하나,
그대 눈동자에 둘,
그리고 내 마음에 하나.

누군가로부터는 비웃음을 살수도 있지만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한 응용력을 발휘한다면 그 어떤 장소에서도 기가 막히게 적용되는 무한한 확장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작업용 멘트죠. 이보다 더 니글니글한 멘트가 또 있을까 싶지만 한때 잘도 써 먹은, 그래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 한강 둔치나 미사리나 월미도에서 특히 쉽게 먹히는 멘트랍니다.

'강원도의 힘'이라는 영화에 매료되어 많은 젊은이들이 강원도로 여행을 떠나는게 유행이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고현정의 정동진'. 그 시절엔 강원도엔 특별한 힘이 있었지요.

마음의 평화가 깨진다거나 불쑥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거나 할때마다 강원도를 떠올리게 된건 영화의 힘인지 드라마의 힘인지 기억의 힘인지 알수는 없지만 언제부턴가 습관적으로 그곳을 찾게 된것 같아요. 그렇게 수십번에 걸쳐 다녀온 강원도라는 이름의 그곳은 밤기차를 타고 혹은 밤새 차를 운전하여 가보아도 언제나 말없이 두팔 벌려 안아주는 연인같은 곳이었죠. 내 품에 좀 쉬었다 가렴.

그런데 강원도와 관련된 여러가지 기억중에서 주로 어디를 다녀왔냐보다는 누구와 다녀왔느냐가 더 많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정작 강원도를 즐겼다기보다는 강원도를 찾.아.갔.다.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했던 모양입니다.

학교를 휴학하고 지방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서울집을 향해 가던 12월 31일의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두명의 복학생 선배들을 무턱대고 따라나선 적이 있었어요. 그것이 나의 첫 강원도행이었고 첫 야간열차였어요. 진로소주와 조니워커를 하나씩 따 먹고 기차안에서 잠을 자던 선배의 크게 벌린 입이 신기하고 부끄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신고 온 부츠에 어설프게 체인을 감고 무작정 걷기만 했던 소금강. 그곳에 쌓였던 소복한 눈만큼도 인생의 깊이를 몰랐던 몽매한 시절이었죠. 발밑에서 사각사각 눈 깍이는 소리와 솔밭을 헤매는 바람소리, 찬기운을 쏟아내는 새소리, 그리고 간헐적으로 몰아쉬는 세사람의 숨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던 하얀 눈밭을 두 선배와 나는 말도 없이 걷다가걷다가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휴학생활을 정리하고 학교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하얀 골짜기로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굴러 떨어질것 같은 한계령의 눈덮힌 굴곡의 길, 동해 해안선을 따라 끝이 없을것 같이 잘 닦인 드라이브 길, 양갈래 머리의 소녀처럼 벚꽃이 만발하던 오죽헌 찾아가던 길, 모래백사장을 벗어나자마자 층층히 둘러쳐진 고난의 쇠철망 길, 하얀돌무덤 무더기가 탁 트인 시야속에 꽂히던 백담사의 돌다리, 구불구불 계곡을 따라 형산을 그리며 달리던 인제의 산길... 그리고 오버랩되는 사람들에 관한 기억. 남자들?

강원도는 당시 내가 상상할수 있는 가장 먼곳이었습니다. 그렇게 먼곳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다녀올수도 있다는 자신감과 여유로움을 얻을수 있는 곳이죠. 내 안을 청소하는 과정이며 프로이트가 말한 '사랑과 일'을 하는데 필요한 건강한 정신상태를 위한 시간들이었던 것이죠. 그것은 에너자이저로 살던 시절의 에너지의 근원이고 강원도의 힘이었습니다.


이글은 @flightsimulator 님이 어디에선가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작성한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늘님 덕분에 강원도의 힘을 받아 충전 만땅으로 되었습니다. 빵야빵야!! 에너지 채워드리러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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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으로 이제 제가 곧 가네요..
전역하고는 다신 안 갈 줄 알았는데 말이죠..ㅋㅋ

ㅎㅎㅎ 곧 이사가시죠? 좋으시겠어요! 산 좋고 물 좋은 평창으로 이사하셔서요! 엄청 부럽습니다.

저도 겨울마다 강원도 속초에 다녀오는데
에너지충전 제대로 됩니다 ㅎㅎ

속초 좋죠! 기회가 된다면 속초 이야기 들어보고 싶네요 ㅎㅎ

조금은 세속적인 얘기지만 제주도 다음은 강원도다! 생각하고 강원도에 가서 펜션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만큼 가깝고 힐링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호! 미래의 비젼을 보시는 ㅎㅎ 저희 부모님 고향이 충청도라 서해안쪽에 땅이 있는데 그쪽은 어떨까요? 팬션 괜찮을까요? ㅋㅋ

아무래도 바다는 동해죠!!! ^.^

사실 그 말은... 어쩌면 요즘의 저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요즘에 이전보다 살짝 바빠진 것은 있는데... 그렇게까지 힘들 일은 아닌데 말이죠. 근데 왜 이리 힘이 없고 의욕이 없는지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스라벨의 문제인가 싶었는데... 스라벨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에빵님 글을 읽으니 지방의 모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작업용 머리띠를 둘러대고 일하던 앳된 아가씨가 오랜만에 선배들 만나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보자기에 삶은 계란과 칠성 사이다를 마시며 가는 장면이 생각됩니다. 옷은 분명 땡땡이 옷을 입고, 조용필님의 노래 "단발머리" 가사에 나오던 그 소녀의 모습이 아닐가 잠시 생각해보았답니다.

에빵님 세대보다 너무 올드하게 생각한 것이겠지요? 하긴 제가 상상한 모습은 에빵님 세대보다는 한 20년 더 예전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우리가 추억하는 과거의 모습에는... 그 장소에 대한 것보다 에빵님 말씀처럼 그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던 사람, 함께했던 사람이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오래 전이라면 오래 전의 이야기인데... 해외에서 어떤 사람을 우연히 만나 평생의 짝이 존재하는구나라는 감정을 느꼈을 때... 그 사람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는지는 중요한 것 같지 않아. 누구와 함께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가면 꼭 현지식당을 찾아 다니고 남들은 불편하다고, 볼 것 없다고 잘 안가는 장소들을 혼자 찾아다니는 것 같아."

저 말을 맞장구치며 웃던 그 녀석이 생각나는군요. 만난지 이틀 밖에 안된 녀석이었지만... 제 삶에 있어서 그 녀석처럼 멋졌던 녀석이 또 있었나 생각해보면... 그 녀석이 아마 마지막이었지 않나 싶어요.

그 뒤로 만난 사람들도 멋지고, 아름다운 분이셨지만 각기 다 다른 매력을 지니고 계셨네요. 가끔 여행을 준비한다거나 이름 모를 어느 곳을 걷다보면 그 녀석이 생각난답니다. 에빵님 글을 읽다가 저도 문득 그 녀석이 기억났습니다.

진짜 저도 나이 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봄은 봄인가 봅니다. ^^;

에빵님 글에 이렇게 멋진 댓글이 달렸군요ㅎㅎ 그녀석에 대한 기억 슬쩍 엿듣고 갑니다. 저는 그녀석이랑 살고 있는데, 나이들어보니 그놈이 그놈입니다 ㅋㅋ

오호! 그녀석이랑 산다고 은근 자랑질하십니다 ㅎㅎㅎ 근데 부럽습니다 ㅎㅎㅎ

그런가요. 이미 "함께하는 자"와 "함께하지 못한 자"의 차이가 이렇게나 크네요. ㅎㅎㅎ 저는 그 녀석을 언제 길에서라도 우연히 만나서 커피를 마셔도 좋고 밥을 먹어도 좋겠네요. ^^

흑흑 그녀석은... 그녀석으로 있을 때 아름답다는 ㅋㅋ 우리 그녀석도 이쁘지만... 흐흐

북키퍼님의 그 녀석님은 행복하시겠습니다. 아니, 서로 행복하시겠습니다. ㅎㅎㅎ 사실 말씀처럼 저도 만날 일 없으니 이렇게 그리운 생각이 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에궁! 넘 멀리 가셨네요 ㅋㅋㅋㅋ 이거 제자리에 도로 돌려놓아 주실거죠? ㅠㅠ봉제공장은 또 뭐여요 ㅋㅋㅋㅋ 저 카세트공장 다녔습니다 ㅎㅎㅎ
요즘 봄을 타시나요. 하늘님! 사람이 어찌 한결같을수 있겠어요. 이런 날 저런날 모두 즐기며 살아야죠. 저도 요즘 기운 딸린다는 명목으로 무지하게 먹고 있는데 신선한 봄나물 드시면서 충전하세요!
따끈한 차 한잔 나누고 싶은 날입니다만, 현실은 시원한 맥주로! ㅎㅎㅎ 건배! 하늘님 눈동자에 건배 ㅋㅋㅋㅋㅋ

저도 요즘 기운 딸린다는 명목으로 무지하게 먹고 있는데 신선한 봄나물 드시면서 충전하세요!

아! 그래서 제가 지난 주물에 뜬금없이 스테이크를 사고 와인을 사고 집에서 먹었나 봅니다.
화요일에도 또 그랬고요. ㅎㅎㅎ 저도 먹는 것이 땡기는 것이 그런 이유였네요.

이 댓글보니 저도 제가 좋아하는 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마시면서 이웃님들 댓글에 대댓글 달아야겠어요. 에빵님의 눈동자에 건배, 에빵님과 제 마음에 건배~

그대 눈동자에 둘 ㅋㅋㅋㅋ 제대로 오글오글이네요 ㅎㅎㅎ 그래도 강원도는 언제나 옳습니다!

ㅋㅋㅋ 그때는 저 멘트가 좀 먹혔습니다 ㅋㅋㅋ

겨울에 강원도 가었는데 바다도 경치도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강원도 아자~~

저도 겨울의 강원도가 가장 좋더라도요.. 나중에는 스키타러 매주 다녔지요 ㅋ

저는 특히 화진포가 좋더군요... 조용하고
거기도 호수가 있어요.. 경포호수보다 더 멋있는데..ㅋ
이승만별장,김일성별장,이기붕인가 별장까지 있어요..
저의 에너지는 뭐니뭐니해도 술한잔에 담배 한개피..

아!! 거기 이름이 생각 안 났는데 화진포였군요. 재작년에 아버지 장례 치르고 언니와 다녀온곳이 그곳이여요. 현재로서는 저의 마지막 한국 여행지가 화진포군요. 바다가 넘 깨끗하고 호수 경치도 너무 좋아서 이번에 한국 가면 또 가볼까 하는 곳인데요 ㅎㅎㅎ 별장은 역시 김일성 별장이 자리가 제일 좋더라구요 ㅋㅋㅋ 혹시 화진포에서 가까우시면 파스타 한그릇 먹으러 갈까 합니다만 ㅋㅋㅋㅋ

ㅋㅋ 극과 극입니다. 미쿡이라면 옆동네지만 한국에서는 동해안과 서해안의 차이..

경포대라는 그 낱말은
많은 추억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7개의달도 정말 멋진 글입니다^^*

글이라기 보다는 작업성 멘트랍니다 ㅋㅋㅋ 빵 터지게 만든후 훅 들어가는 찬스를 잡기 좋죠. ㅋㅋ

1998년 영화를 선택할 때 ‘강원도의 힘’도 고려했었는데...저는 강원도가 제2의 고향같은 곳이에요. 고등학교때 청량리에서 정동진가는 새벽기차 몇시간이 걸린건지...ㅎㅎㅎ 2년동안 살아보기도 했고요, 물론 자의가 아닌 타의 ㅎㅎㅎ강원도의 힘을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군대를 강원도에서 보내셨군요 ㅋㅋ 1998년에는 좋은 영화가 많았네요.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지났군요 헉! 전 그때 초등생이었다고 우기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 아웅~ 세월이 너무너무 무섭게 빠르네요

글을 읽다보니...
소녀시대가 아니였어...
은방울 자매????

ㅌ ㅕ~~

너무 갔다. 너어어어어어무 갔어요 ㅋㅋㅋㅋㅋ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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