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정의를 내리지 않기 때문에

in #kr6 years ago (edited)

어떠한 판단도 없이 모든것들을 쭉쭉 흡수하며 몸으로 배워가던 시기가 있었고, 일정정도의 습득의 과정을 지났다 싶었을 때, 즉 머리가 좀 굵어졌을 때부터 시작된 자기 정의에 꽤 오랫동안 의지해 살았다. 나는 이러한 사람이다라는 자신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그것에 걸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개인으로서 혹은 어떠한 조직에 속한 조직원으로서 내려진 정의는 각각 조금씩 다를수 있어도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똑같이 지대했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 내 사람을 지키는 사람,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사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앞에 나서지 않고 궂은 일을 하는 사람, 불평하기 전에 개선점을 찾는 사람, 뒷담화를 혐오하는 사람, 조금 손해봐도 괜찮은 사람, 불의에 저항 할줄 아는 사람, 뒤끝이 없는 사람, 다른 사람 사정을 잘 봐주는 사람 등. 내가 내린 정의는 수없이 많았다. 이로서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 틀안에서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 강요하기를 거듭하면서 때론 행동과 사고를 한정시키는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나는 사회주의자임과 동시에 쾌락주의자였고 낭만주의를 동경했고, 허무주의를 거부했다. 이 또한 인생의 방향을 선택하는데 꽤나 크게 작용했다. 사회적 평등을 위해 살아야함과 동시에 개인적인 즐거움도 포기할수 없었다. 열심히는 살았지만, 나만을 위한 삶은 아니었다. 약간의 공명심과 정의감으로 산다는건 피곤한 일에 휩쓸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오늘의 나는 내가 어떤 주의자여서 혹은 이런 사람이어서라는 정의에 의해 판단하기보다는 각각의 사안에 대해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흑백을 따져보기 전에 배경과 과정을 먼저 탐색한다. 그러다보면 대개의 경우 그 사안에 관해 폭넓은 이해심과 너그러움을 갖게 되고 직접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을 꺼려하게 된다. 심한 경우 갈등하고 있는 두 당사자들 중 누구 하나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일도 발생한다. 결국 결론은 없고 내적 갈등만 생기는 경우가 생기고, 이러한 갈등조차 또 하나의 고민거리로 여지를 남겨둔다. 만족스럽지 않은 정보를 가진 경우에는 판단을 한없이 유보하기도 한다. 유보된 판단은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을 정도로만 남겨두고 자꾸 꺼내어 새로 업데이트된 상황과 대조해 보며 판단의 상황인지 확인해본다.

혈기 왕성하던 그 시기에 비추어보면 지금의 나는 회색분자이다. 이도 저도 아니고 탈출할 거리를 만들며 요령만 찾고 있고, 어쩌면 그냥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려도 달리 할말은 없다. 자기신념과 자기애로 똘똘 뭉친 과격함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과 사람에 좀더 많은 이해와 너그러움을 가지자고 결심한 이후로 확실히 의지를 꺽고 변절의 의사를 인생 곳곳에 남기고 산건 부정할 수 없다.

나이가 든다는 건 여러가지를 포용하고 이해할수 있는 폭이 커진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꼭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로 자기 정의를 강요하는 사람도 많이 봤으니까. 어쩌면 선택일수도 있겠다. 포용하느냐, 강요하느냐. 둘중 나는 전자로서의 삶을 택했고, 오늘도 안에서 부추기는 무수한 갈등때문에 잡생각이 많다. 무수히 부딪히고 갈등하며 고민하며 나는 조금씩 나은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기 정의에서 벗어나 길을 잃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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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이란 @seoinseock님이 한달전부터 주도하시는 kr-mindfulness 태그 운동입니다. 원글 에서 일부 발췌했습니다.

**kr-mindfulness 태그 운동 규정 안내입니다. **

  1. kr-mindfulness 태그를 써서 마음챙김을 해 주세요. : 일상에서 느낀 감정, 사고, 감각(특히 미각 및 후각, 체감각) 등에 대해 비판하지 않고 써 가시면 됩니다. 사실 감정이나 사고 등은 전략적인 것인데 그것들과 너무 동일시 되어 있거든요. 우리가 보통 그래요. 그래서 그게 전략이 안되는 것입니다.

  2. 마음챙김에 필요한 정보를 나눠 주세요. 뇌과학도 좋고, 도덕경 같은 경전도 좋습니다. 단 종교제도적인 것은 제외입니다. 종교를 지향하는 게 아니라, 전사적 삶을 지향하는 것이니깐요. 개인적으론 종교인보다 전사가 되시길 기대합니다.

  3. 보상 : 현재 최소 1$는 얻을 수 있도록 풀보팅하고 있습니다. 스팀파워가 모자라서 포스팅한 것에 보팅하지 못할 경우에는, 댓글이라도 보팅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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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이라.. 전 멘탈챙기고 싶네요 ㅎㅎ

그래도 재미있는 태그 운동이네요 ㅎㅎ

마음이든 멘틸이든 건강이든 잘 챙기세요! ㅎㅎ 여친도 ㅎㅎㅎ

또 한분의 멋진 스티미언이 의미있는 이벤트를 하시는군요. 낭만주의자이신 재시카님의 마음이 어지러우신 요즘이 살짝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회색 분자입니다. 단지 나도 그들도 쉽게 옳다그르다 나를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만 살짝 회색만 덧입은. 공공이라는 바다위에서 유유자적 혼자서 떠다니는 통통배가 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거죠뭐.

이벤트는 아니고 선석님이 추진하시는 태그 활성 운동입니다. 제가 요즘 심란한건 아마 아실수도 있는 이유때문이여요. 뭐가 뭔지 잘 놀라서요. 이렇게도 스팀잇이 내 생활에 훅 들어왔다는게 당황스럽긴 하군요!

자신을 틀 안에 가두지 않고 불확실하고 모호한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성숙이라고 부르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게 마음챙김과도 연관될 테고요. 리스팀합니다.

오늘 글이 꼬여서 간신히 올린건데 리스팀이라니 부끄럽습니다.불확실과 모호함을 견딘다는건 꽤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군요. 마음챙김 너무 좋습니다 ㅎㅎ

나이 앞에 너그러워지는 듯한데 자세히 보면 하나도 변하지 않은 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면서 그때는 죽자사자 그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mindfulness 태그 써봐야겠네용.

네. 꼭 써보세요! 요즘 제 글이 왜캐 맘에 안들까요. 맥락이 없어요. 요즘 전 유피님 글보며 침 질질 흘리며 대리만족합니다 ㅠㅠ

마음챙김 이벤트 정말 멋진 아이디어네요.
사람들은 자기를 중심으로 영화를 돌리잖아요. 어떻게 보면 나를 둘러싼 것은 크게 변하지 않는데 자기 스스로 변화하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똑 같은 것도 달리 보이기도 하네요.

네. 태그 활성화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모두 스스로 챙김을 하면서 살고 있죠. 어떠한 방식이든 말입니다.

kr-mindfulness 흥하길 바랍니다!!^^

네. ㅎㅎㅎ

무수히 부딪히고 갈등하며 고민하며 나는 조금씩 나은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기 정의에서 벗어나 길을 잃은 것일까.

라는 문단을 읽고

@epitt925님께서 작성하신 포스트
[북스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를 읽고 곰곰이 스팀잇을 생각해보다.

라는 글이 떠올랐습니다.

시간되시면 한번 보셨으면 갠적으로 좋겠네요

아네. 꼭 챙겨봐야죠. 신도자님 추천인데 당연하죠 ㅎㅎ

kr-mindfulness 로 자신을 뒤돌아 보는 계기도 생기겠네요.^^

네. 그냥 스스로릉 챙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마음챙김을 통해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이 챙김의 미학을 알아가셨으면 합니다 선석님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조만간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놓을 수]나 [성난물소 놓아주기]로 그 태그를 써 봐야겠네요 ㅎㅎ

오호~ 완전 제목부터 확 끌리는데요! 조만간 만나기를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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