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다는 것의 후유증

in #kr6 years ago (edited)

무엇이라도 글감이 될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지 2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란 사람 알고 보니 참 별거 없더이다.

옛추억을 파 먹고 사는 사람.

느려터진 굼벵이가 배춧잎을 갉아 먹듯 야금야금 조금씩 꺼내 드는 나의 옛이야기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그것이 현재의 중요한 단서가 되고 누구에게는 그것이 찬란한 한때의 소회로 남게 되겠죠. 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자꾸 억지로 의미해석을 붙이려는 시도가 참 어설퍼 보입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버리고 싶은 욕망의 표출인지, 자기연민과 망상에 빠져 있는건지, 반토막일뿐인 기억에 대한 보호본능인지...

왜 나에게 오늘은 없는 걸까요?

오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인도친구 하나가 The truths of life를 무엇이라고 믿느냐라고 물어온 적이 있었어요. 그땐 과거도 미래도 아닌 바로 이 순간에 충실한 것이 삶의 진리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 인도친구는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그런데 요즘의 나는 과거의 동굴을 파서 들어가 앉아 있는 곰 같아요. 실제 생긴것도 점점 곰과 닮아가고 있는 건 안비밀!

내가 진리라고 믿는 순간의 이야기, 찰나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글로서 완성될때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역사의 기록이 될것이라 믿습니다. 진부하지만 특별하기도 한 오늘의 메타포를 찾아내는 것이죠.

문제는 내가 그것을 할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넋두리가 될까 두려워요.

이런 고민들을 할때마다 한편으로는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가 뭐라고... 스팀잇에서 겨우 글이란 걸 처음 써보는데 말입니다.

나는 작가도 뭐시기도 아닌데, 글을 쓰고 영구박제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스팀잇의 활동 시간이 쌓이는 만큼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폭풍치는 섬에 갇혀 학교에도 못 갔던 어릴적 그날들처럼 불안하고 초조하던 시간들이 올게 뻔한데도 어쩔 궁리도 못하고 있어요.

요즘은 글을 써 놓고도 글을 올릴수가 없어요. 솔직히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하면서 올린 글들이 80퍼센트 이상이였던 지난 날들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고민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그 고민의 수위가 높아졌다는데 더 문제가 있습니다. 완성했지만 버려지는 글들이 더 많아지고 있고, 어떤 날엔 시작과 동시에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있답니다.

처음 스팀잇에 가입해서 느낀 상대적 박탈감을 또 다시 경험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왜 글쓰기가 늘지 않을까, 왜 처음하고 달라진게 없을까, 심지어 더 나빠지는 걸까... 핸드폰 메모장을 꽉 채우고 있는 천진난만한 나의 이야기들이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오래된다는 것의 후유증일까요? 위로가 필요한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 글조차 넋두리가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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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욧!

멀리 날아가라고 가볍고 묵직하게 던지고 갑니다.

오호! 제가 곰이라서 멀리는 못갈것 같네요. 다만 묵직한건 받으들이겠습니다. ㅎㅎㅎ

좀 편하게 생각하셔도 좋지 않을까요?
저 역시 영구박제에 대해 살짝의 부담감이 있었는데
어차피 실명도 아니고
일기처럼 편하게 다가가도 좋다는 결론이에요.

전문가처럼 책을 내거나
자기의 이름을 걸고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게 아니라면
좀 편하게 하셔도 좋다고 봅니다.

오늘보다는 어제를 이야기 하기가 더 좋죠,
오늘은 현재진행형이니 말이죠.

편하게 탈탈 털어보세요~~^^

럭키님은 글 오래 쓰셨죠? 전 달랑 3개월 동안 이리재고 저리재고 휴~ 가끔 이렇게 징징대기도 한답니다. 도저히 앞으로도 편해질것 같진 않지만요... 내 색깔을 찾아야하는데 눈만 높아진듯 해요! 오늘보다 어제 이야기가 편하다는 말씀 너무 위로가 되는군요. ㅎㅎ

가장 좋은글은 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도 컨텐츠 집착증때문에 글을 올리고 싶어도 넋두리뿐인 글이 뭐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고 생각한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작가도 머도 아니니까. 그리고 박제를 염두에 두고 나를 숨기고 지내고 있으니 마음껏 즐기다 아니다 싶으면 유체이탈 해버리면 되지 않을까요?ㅋㅋ 에너지 팍팍 !!!

골드님 글은 굉장히 체계가 잡혀 있어요. 그것이 컨텐츠 집착증인지는 모르겠고, 쉽게 글을 올릴 타입은 아니시란 느낌은 들더라고요 ㅋㅋㅋ 전 처음에 굉장히 힘들었는데 요즘은 많이 편해졌는줄 알았더니 아니더라구요. 아니다 싶으면 유체이탈 너무 좋은 방법 아닙니까? 최고의 노하우(?) ㅎㅎㅎㅎㅎ

하하 전 그렇게 하려구요. 저의 흔적을 최대한 숨긴후에..
안되면 유체이탈.!ㅋㅋ

제시카님 저는 울고갑니다 ㅜㅜ

울지 마셔요~ 잘나가는 분께서 왜~ 에빵이 떼찌떼찌 ㅋ

에빵님 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군가의 과정을 들여다보고 싶은 거구요. 더 이상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의 진리설파를 듣고 싶진 않아요. 그것들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구요. 누구든 들쑥날쑥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조금은 더 괜찮은 글을 쓸 때도 있고, 덜 괜찮은 글을 쓸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이건 전업작가인 분들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조금 티가 덜 날 수는 있겠지만요.
도저히 노동이 너무 힘들어 잠시 스팀잇에 들어왔다가 에빵님의 글을 보니 오히려 제가 힘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 주절거려봤어요 :)

힘든분한테 위로를 구하다니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P님은 참 아이디어도 많고 진취적이신 분 같아요. 원하시는 일 다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한때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가져본적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P님이 하시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힘 많이 받았고요. 노동도 적당히 휴식도 적당히 하시는 걸로요 ㅎㅎ

저도 에빵님을 통해 힘을 얻는걸요. 서로서로 힘을 주고 나누는거죠뭐!ㅎㅎ머릿속은 한가득 진취적인데 참 실행이 어렵네요 ㅋㅋㅋ이 시간...노동중이네요;; 내일은 쉬기 위해 노동을 계속 이어나가봅니다...ㅋㅋ 즐거운주말되세요:)

아...에빵님께서 이런 고민을 하시면...
저는 제 글을 되돌아보기 조차 두려운걸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두서없는 글쓰기 중이라...
저도 사실 요즘 이렇게 써도 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저는 작가도 아니고, 암호화폐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제가 쓸 수 있는 글을 쓰면서 제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과
재미있게 소통하는 길을 선택하기로 했어요
에빵님...저 그래도 될까요? ^^;;

그럼요. 도담랄라님의 글은 언제나 반짝반짝 거리는걸요. 뭐랄까, 카모마일같다고 해야 할까요? ㅎㅎㅎ산들산들 부는 바람에도 즐겁게 몸을 내어주는 이쁜 꽃 같아요 ㅎㅎㅎ 우리 함께 가요!

저 이 글...갖고 싶어요...
에빵님의 글이 이 밤, 저에게 너무나 따뜻하고 벅차서...
아...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도저히!! ㅠㅠ

아이디만 내껀지 들키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용^^
하고 싶은 말 스팀잇에서라도 마음껏 하셨음 좋겠어요!

ㅎㅎㅎㅎ 함께 하는 이웃들에게 미안해서 그러지요. ㅋㅋ

저같은 사람이 보기엔 지나친 겸손이신것 같습니다
글도 잘쓰시면서..
항상 재밌게 잘 보고 있으니 아무(?)글이나 올려주세요

에궁! 이런 글 올릴때마다 꼭 나타나시는군요. 도대체 몇번째 징징대는거야? ㅎㅎㅎㅎㅎ

저도 왠지 스팀잇에 글을 쓰는 건 좀 어렵더라구요.

쓰고 싶은 글은 많은데, 제 스스로 검열의 잣대가 엄격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쉽게 글을 올리지 못하겠더라구요.

저는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는데...

어쨌든 에빵님의 고민에 적극 공감합니다.

스스로의 잣대가 점차 높아지는데 문제가 있는 듯해요. 아마 스팀잇에서 눈이 점점 높아지나봐요. 큰일이여요... 점점 나아진다 하시니 부럽기 짝이 없습니다. ㅎ

저보다는 훌륭하세요 ^^ 일상이 넑두리고 그것이 일기도 되고.. 내 글이 되며 영구박제가 되는것이지요 ^^

뭔 말씀을요. 유쾌 통쾌하신 차차차님께서 넋두리라뇨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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