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엄마가 된다는 것. 드라마 "마더"를 보고 나서

in #kr7 years ago (edited)

지난 주말 나에게 폭풍오열을 선물해 준 드라마가 있었어요. 드라마를 3일만에 끝내 놓고는 그 자리에서 리뷰를 작성했더랬죠.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포스팅을 미루어 오다가 오늘에서야 작성하게 되었네요.

tvN의 "마더"라는 드라마입니다. 평소 한국 드라마를 잘 안보는 나는 마법사 멀린 @mmerlin님과 마담플로르 @madamf님의 추천으로 믿고 보게 되었어요.
두분의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워낙 잘 써주셨기 때문에 따로 줄거리를 리뷰하진 않겠어요. 다만 내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왜 울었는지만 써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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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명의 엄마 이야기예요. 절대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던 여자가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이야기이죠. 그 중심에는 한 아이가 있고요. 그 아이는 코스모스 같아요. 하늘하늘 약한 목대를 꺽으려 드는 나쁜 어른들이 있었고요. 그를 지키려는 어른들 또한 존재하죠. 이야기는 대략 이와 같아요.

학대를 당하는 아이, 친엄마와 그녀의 남자친구로부터요. 아이는 밤마다 길거리를 방황해야 했고, 학교생활에도 적응하기 어려웠죠. 임시 담임을 맡은 선생님이 아이의 모습을 보고 견디다 못해 유괴를 결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어요. 아이에게는 친엄마가 아닌 선생님 엄마가 생겼어요. 진짜 엄마죠.

이 드라마는 내가 아는 한 최고의 드라마예요. 스토리, 배우, 연기, 영상, 촬영, 음악, 편집, 대사 모든게 완벽하죠. 무엇보다 세상 어떤 드라마보다 눈물을 강렬하게 만들어줘요. 그렇다고 신파에만 의존한건 아니예요. 스토리와 대사와 촬영의 힘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원작 소설도 원작 일본 드라마도 보진 못했지만 안봐도 괜찮을것 같아요. 정서경 작사님이 모든걸 완벽하게 재탄생시켰으니까요.

자꾸 눈물 이야기가 나오네요. 세상에나, 내 몸안에 그렇게나 많은 수분이 있다는게 놀라울 뿐이었어요. 쉴새 없이 눈물이 생성되었어요. 요즘 맥주를 많이 마신 탓이라고 해두죠. 눈물방울은 또 어찌나 큰지 나의 눈동자보다 더 굵고 무거운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나의 쇄골이 파일 지경이었어요. 옷이 흠뻑 젖을 정도였고요. 이쯤 되면 나는 울기 싫으니 그 드라마를 보지 않겠어 라고 하는 분들이 계실것 같네요. 그러지 않으셔도 되요.

내가 눈물을 유독 많이 흘린 이유는 개인적인 이유가 더 커요. 바로 엄마라는 단어때문이죠. 난 어려서 엄마를 잃었어요. 그래서 그 단어만 들어도 눈물을 쏟는 편이예요. 엄마라는 단어를 타이핑을 하는 바로 이 순간에도 벌써 눈시울이 붉어지는걸요.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연유이니 조금 무시하셔도 좋아요.

내가 이 드라마를 특별히 추천하는 이유는 주옥같은 대사들 때문이예요. 마담 플로르님이 이미 읊어주셨지만 한번 더 이야기를 해볼께요.

"잘 들어. 선생님은 널 유괴하려고 해."

"엄마가 되는 건 중병을 앓는 것과 같아. 모든 사람이 다 그 병을 이겨낼 수는 없겠지. 아주 아주 힘든 일이야."

"당신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당신을 기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

​"여자가 엄마가 된다는 건 다른 작은 존재한테 자기를 다 내어줄 때에요."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하고 싶어요, 엄마라는 거."

"엄마…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유괴해 주세요."

"안녕. 세상이여. 안녕. 우리 읍내도 잘 있어. 엄마 아빠 안녕히 계세요. 째깍거리는 시계도 해바라기도 잘 있어. 맛있는 음식도, 커피도, 새 옷도, 따뜻한 목욕탕도, 잠자고 깨는 것도,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 진가를 몰랐던 세상이여. 안녕."

너무나 아름다워서 진가를 몰랐던 세상이라니...! 배우 이혜영이 죽기전에 한 모노로그예요. "우리 읍내"라는 책의 한 귀절이죠. 다시 보니 또 눈물이...! 주책이네요.

이러한 대사를 훌륭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연기해주시는 모든 연기자에게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어요. 그중 상처받은 아이 윤복을 연기한 허율과 절절한 모생애를 연기한 영신역의 이혜영에게 특별히 더 많은 박수를 보내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자식이며 어떤 분들은 저처럼 누군가의 엄마이기도 하죠. 우리 모두에겐 공통점이 있어요. 엄마라는 존재는 태어나면서부터 으례히 존재하는 그런거였어서 존재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살아가는것이죠.

모성애. 사실 그런게 나한테 얼마만큼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걸 물리적인 양으로 계량할수는 없겠지만 나의 가슴에는 얼마만큼의 뜨겁고 강렬한 사랑이 있어서 그걸 나 아닌 다른이에게 완벽히 줄수 있을까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나도 절대로 엄마가 되지 않으리라는 쪽이었거든요. 좋은 엄마가 될 자신도 없고 엄마의 사랑을 받아본 기억도 가물가물하거든요. 그런 내가 엄마가 된다면... 어느쪽이 될런지 알수가 없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내내 생각했죠. 역시 나는 그닥 좋은 엄마는 아니구나. 나는 엄마도 인간임을 여자임을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아이에게 요구하는 엄마예요. 생각해보니 준것보다는 받은게 더 많은 것 같아요. 행복과 기쁨과 보람, 자아성찰과 반성, 어떨땐 아이의 말과 행동을 통해 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죠. 아이의 성장속도보다 엄마의 성장속도가 조금더 느린듯 해보이긴 해요. 부끄러운 엄마네요.

결국 드라마 리뷰는 하나의 반성으로 끝이 나는군요. 그래도 한번 펑펑 울고 싶거나, 엄마가 보고 싶다거나, 사랑의 깊이가 궁금하다거나, 몹시 감상적이 되고 싶다거나, 명품 드라마가 어떤 건지 궁금하다면 드라마를 봐보도록 하세요. 믿고 한번 봐보세요.

아! 제가 써 놓은 드라마 리뷰에 이런 글귀가 있네요.

복숭아뼈가 간지러워도 긁을 수 없게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요. 며칠간이나 나를 묶어 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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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엄마보고 싶은데, 이 드라마 봐야할까요.ㅎ 보고 싶은 영화를 아이 재우고 새벽에 보려고 늘 도전하는데 이루어내는 건 얼마 되지 않죠,,ㅜㅋ
에빵님의 리뷰도 예사롭지 않아요. 자꾸 보고 싶게 만들어요.^^

저는 주말에 몰아보는데,,,주말에도 아가들 보느라 바쁘시잖아요. 아가들 클때까지 기다려야 할것 같은데요 ㅋㅋㅋㅋ

이것이 바로, 팩트폭력인가요.ㅋㅋ 가슴에 대못 박히는 소리! ㅎ

마더, 띵작이죠!!! 끝까지 보진 못했지만, 가끔 밥 먹다가 드문드문 봤는데도 계속 빨려들어가며 보게 만든 드라마!!

앗! 보셨군요... 드라마도 보세요...? ㅋㅋㅋ

이거 일본드라마가 원작인데
일본드라마도 꼭 한번 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맞아요. 일본드라마를 꼭 한번 보시길 저도 추천드립니다. ^^

두분 추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저는 안 보려 합니다. 뭐든 원작만 하겠나요? 리메이크작에서 한번도 원작보다 나은 점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감정까지 리메이크하긴 어려운가 봐요. 전 그냥 이걸로 만족하려고요. 덕분에 사알짝 아주 살짝 원작 드라마를 등장인물과 배경을 들여다봤어요. 아이가 너무 이쁘게 생겼더라구요. 원작 소설은 한번 읽어볼까 하고 있어요. 추천 감사합니다. 좋은 일드있음 추천해주세요! 눈물 펑펑 나는 걸로요 ㅎㅎㅎ

좋은 일드있음 추천해주세요! 눈물 펑펑 나는 걸로요 ㅎㅎㅎ

제 인생 일드가 몇 편 있지만... Best of Best는... 저에게 있어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입니다. 사실 일본드라마가 먼저 나오고 그 뒤로 영화로 개봉되었죠. 저는 일드를 전혀 모르고 살던 사람인데 언젠가 우연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영화를 보고 싶어서 찾다가 우연히 드라마를 보게된 케이스입니다.(영화는 아직도 안봤습니다.) 밤 10시에 퇴근하고 1편 보고 눈물 쏟고... 2편 보고 눈물 쏟고... 3편 보고 눈물 쏟고... 옆에서 자고 있는 동거인(동성임)에게 우는 것 들킬까봐 조심스럽게 울음을 참았습니다. 그리고 몇시간 안잔 상태에서 다시 출근해서 일하고 10시에 또 퇴근해서 나머지 보고 또 울고...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몰라도... 아니 그 뒤로도 몇번 다시 봤지만... 매 한편 한편 볼 때마다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너무 주인공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 사랑이 무엇인지...
그 뒤로 일본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고 "1리터의 눈물"을 시작으로 일드를 많이도 봤네요. 최근에도 일드 몇편 보고요. (미드도 보고 영드도 봅니다만 일드를 더 많이 봅니다, 한드는 상대적으로 적게 봅니다). 사실 다양한 소재의 일드를 보게 되면서 결국에는 첫 해외여행지를 일본으로 가기까지 됩니다.

암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일본드라마 저는 추천합니다. 드라마 시작할 때마다 저는.. 그 남자주인공 마음이 너무 찢어지게 제 가슴에 와닿아서 담담한 대사에 눈물 많이 흘렸습니다.

앗! 영화를 봐버렸는디용~~~~~~~! ㅠㅠ

영화 봤어도... 드라마랑 다를 겁니다. 드라마 추천 추천!

헉! 빠져나갈수가없다!!!!

참고로 저는... 매회 드라마 시작할 때 남자주인공의 독백과 남자주인공의 현재 생활의 모습에서 특히 많이 울었듭니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마음이 느껴져서요.

놀러 갔는데 최신 포스팅이 안 보이셔서요 ㅜㅜ

어머 이 드라마 바로 봐야겠네요:)

너무 많이 울지 마세요! 살 빠져요 ㅋㅋㅋ

드라마가 고픈데 이것으로 정해 볼까요. 믿고 한번 봐 보겠습니다!!

취향이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팔로하고 놀러갈께요!!!

전 안볼랍니다. 아내와 애들한테 보여주기 싫어요..우는거.. 리뷰로 다 알게 된 듯합니다.

우리 남편도 옆에서 얼마나 훌쩍대든지 서로 민망해서 들여다보기 싫더라구요 ㅋㅋㅋㅋ

이런 드라마가 있었군요! 학대받는 아이를 위해 유괴를 한다... 내용이 신선하면서도 뭔가 울림을 줄것 같네요! 저도 찾아서 한번 봐야겠네요!
부끄럽다뇨? 그런 생각을 갖는다는 건 그 만큼 엄마로서 많은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겠죠! 그러니 에빵님은 멋진 엄마의 자격이 충분합니다!

일본 원작소설, 일본 원작 드라마 리메이크인데요. 스토리가 신선하면서 서스펜스 ㅋㅋㅋㅋㅋ 사이코가 쫓아오거든요. 칭찬 감사해요. 독거님! 완연한 봄인가요? ㅎㅎㅎㅎ

시간이 없어서 보진 못했는데 어쩐지 웰메이드의 향기가 풍기더라니.. 이 드라마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셨군요. 아픔을 많이 겪으셨으니 좋은 엄마가 되실 수 있을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원래 감정이입이 잘 되는 편인데 요건 유난히 그랬습니다. 빠져나오는데 한참 걸렸네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명깊게 본 기억이...

아! 그러셨군요 ㅎㅎㅎ

비록 해당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스토리만 읽어보다도
저로서는 그렇게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지는 않네요..

좋은 드라마 추천 감사합니다.

ㅎㅎㅎ 이런류 안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눈물 짜는게 좋더라구요. 어떤 드라마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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