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의 중요성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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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일주일 만에 쓰는 글이다.


2-3일 정도 지났나 했더니, 생각보다 시간은 빠른 듯 하다. 안쓰려고 안쓴 것은 아니고, 쓰려고 해도 쓸 수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내 컨디션의 90은 온도가 결정한다. 더위보다는 추위가 문젠데, 추운데서 뭘 사먹으면 항상 체했고, 체온이 떨어지면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손발은 차가워지고, 머리는 뜨거워지면서 컨디션 난조에 돌입하면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집이 덥지 않을 때도 카페는 언제나 일상의 공간이자 일의 터전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날씨가 더우니 더 자주 오래 머물게 된다. 음료 하나만 시켰던 날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대부분 두 잔 이상을 마시고, 내 판단하에 두 잔으로 머무를 수 있는 시간 만큼 머물렀다. 보통은 긴 셔츠를 챙겨가는 편인데, 요즘은 너무 더워 셔츠를 입을 일이 없었던 터라 챙기지 않았던 지난 주 어느 날. 글 쓸 주제와 살롱에 대한 이야기들, 새로 시작하게 될 일들을 계획하면서 바쁘게 카페에 앉아 의지를 불태우다가 몇 시간 흘렀을가. 이미 팔이 냉동상태임을 확인하고, 왠지 컨디션이 안좋아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그렇게 냉방병과 몸살의 그 중간쯤 어딘가 기운이 빠지고 머리가 뜨거운 상태를 유지하면서 약을 먹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며 컨디션 난조와 싸웠다. 불소소 15화 녹음을 마치고, 계획한 회의를 취소하고 집에 돌아와 몇시간을 자다 일어나, 선택한 곳은 결국 불한증막. 오랜만에 느낀 불한증막의 뜨거움은 왠지 더 강렬해진 느낌이었는데, 그 덕에 1차적으로 살아났다. 다만, 1차적으로 살아났을 뿐 미세하게 이어지는 미열과 입맛없음과 장트러블이 사람을 매우 찝찝하게 만들었다. 몸이 아직 안좋다는 결정적 증거는 커피가 땡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포도즙과 매실청, 비타민과 오렌지쥬스를 흡입하며 마사지기에 몸을 의지하며 잠시 멈춤 상태를 이어갔다. 그 와중에 녹음본 편집은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반나절을 카페에서 불태우고 다시 널부러졌다.


그리고 지금 80프로 정도 회복된 몸을 이끌고 나와 한라봉 착즙주스 한잔에 머리엔 아로마 오일을 잔뜩 바르고 글을 쓰다보니 조금씩 더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오고 있는 듯 하다. 사실 5분에 한번씩 '집에 갈까'를 고민 중이다. 해야할 일들이 많이 쌓였지만, 당장 해야될 일들은 아닌 덕에 이렇게 게을러지고 있는데, 이렇게 쌓이다보면 어느 날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쓰는 것 처럼 또 무리를 해야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영혼을 끌어모아 뭐라도 하고 가자고 생각하다가 결국엔 이 글을 쓰고 있다.


인생의 꿈이 뭐냐고 거창하게 묻는다면, 이젠 어린 날의 나 보다 더 명확한 대답을 내놓을 자신이 없어졌다. 하지만, 일상에서 추구하는 바가 뭐냐고 좀 우회해서 묻는다면 '균형'이라고 답할 듯 하다. 내게 있어 균형이란 반드시 중간지점을 뜻하는 의미는 아니지만, 스스로 느끼는 적절함을 치환시켜 표현한다면 '균형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걸 또 이상과 현실의 타협점이냐고 묻는다면, 아닌 것은 아니지만 또 완벽히 그렇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집에 돌아가는 길의 풍경이 조금 괜찮았으면 싶고, 하루에 커피 한 잔은 잘 음미했으면 싶고, 가끔가는 카페가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어주면 좋을 것 같다. 고민하는 것들이 조금씩은 성취가 되었으면 싶고, 돈만 보고 싶진 않지만 돈이 따라오는 걸 마다하고 싶지는 않다. 지나가던 사람에게 눈살을 찌푸리거나, 찌푸리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을 것 같고, 이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소식은 좀 덜 들었으면 싶다. (오늘 아침 소식은 유쾌하지 않았다.)


요즘 새로 지어진 아파트들은 거주민이 아니면 그 안을 들어가기가 주저될 만큼 성벽을 쌓아놓는다. 주차장은 밑으로 숨고 놀이터와 나무가 어우러져 잘 정돈된 공원이 따로 없다. 내가 머무는 집 뿐 아니라, 단지까지도 이렇게 청정지역처럼 담을 쌓아주니 몇 억을 내서라도 살고 싶은 거다. 그 청정지역 안에는 흡연구역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지 담 너머에 흡연구역을 마련해놓았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에 마련된 그 공간에서 흡연을 하기 위해 담 안의 사람들이 담 밖으로 나왔다 들어간다. 그들의 담배연기는 담 안에 살지 않는 주민의 몫이고, 오픈된 공간에 연기가 흩뿌려진다. 누구를 위한 도시일까?


어쩌면, 균형이라는 것은 나의 내면이 오롯이 느끼는 감정의 영역일 수 있지만, 그 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싼 관계와 환경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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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팔로할게요 @emotionalp님 자주소통해요~

감사합니다. 반가워요 :D

맞아요. 정말 더위보다 추위가 문제인 것 같아요. 카페들 추워도 너무 추워요. 어제는 처음 가본 카페에서 두 팔을 감싸 안고 덜덜 떨었어요... 저는 요즘 시소 위에서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기분인데 그게 균형을 찾고 있는 과정인 건지, 아니면 재밌어서 그러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 이모셔널님의 균형을 응원하며!

시소의 중간쯤에만 머물고 싶은데, 균형을 맞추려면 널뛰기를 하듯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왔다갔다해야하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쉽게 지치는것이 아닌가 싶어요. 가을에만 살고싶은데, 이 여름이 지나면 피부를 물어뜯는 겨울이 찾아온다니, 어떻게해야하죠!ㅎㅎㅎ

올해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몸이 많이 힘든것 같아요. 고생 많이 하셨네요. 항상 몸을 따뜻하게 관리를 해야 되겠어요.
많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이네요. 몸관리 잘 하시고
편안한 시간 되세요^^

네, 생산성이 떨어지고 정신차리기 쉽지 않은 계절이네요. ㅎㅎ그래도 조금씩 정상궤도를 찾고 있네요. :)

글이 보고싶었어요 ㅎㅎ @emotionalp
저두 컨디션이 완전꽝이네요
영혼을 끌어올려서 댓글작성중입니닷. ㅋㅋㅋ
깔라마시 매실액 따뜻한 물 당보충용 초콜렛좀 먹었는데도
눈이 감기네요 오늘은 좀일찍자야 내일또 스케쥴을 ㅎㅎ
어서 집으로 가세요 ~

ㅋㅋ저도 영혼을 끌어모아 정상텐션을 찾고 있지만 덥네요;;ㅎㅎ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한풀 꺾일듯도 한데요. 시간만이 해결해줄것같네요.ㅎㅎ

컨디션이 안좋으셔서 오랜만이군요.
글이 잔잔하게 참 좋습니다.

스팀시티 이벤트 보팅(20-7)드려요.
굿럭!

감사해요 럭키님.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릴것 같아요 ㅎㅎ 더운데 럭키님도 건강챙기셔요!

몸 관리 잘 하시구요! 저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균형을 깨뜨리고 다시 맞추는 일을 반복합니다.ㅎㅎ

오, 그것도 좋겠네요. 어디서 요양 좀 하고 오고싶네요 ㅋㅋㅋ

저와 비슷한 측정기네요
여러잔 마셔대던 커피가 요즘 안 땡겨요
상태가 안좋은거죠 ㅎ

전 오늘에서야 몇일 만에 한잔 마셨어요. 이제 좀 돌아오는 것 같네요 ㅎㅎ 오늘은 바람이 좀 부는 듯 한데, 비타민 많이 드셔요 :D

저도 지금 생활균형이 무너져 고생중입니다. 다시 잡아가야죠.!
건강 잘 챙기시고 푹 쉬세요~!

전 오늘에서야 좀 회복이 되는 듯 합니다. 건강 잘 챙기셔요 :)

균형에는 언제나 무엇과 무엇 사이가 잘 전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가끔은 그 무엇과 무엇을 어떻게 정해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게요. 무조건 양 극단의 중간에 선다고 해서 균형은 아니니, 더욱 더 시소를 타는 기분이 드네요. 완벽한 균형이 있다기보다는 언제나 그걸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기도 하고요 ㅎㅎ

오랜만입니다~!

이 무더운여름에 조심해야할 냉방병에 걸리셨었군요 ㅠㅠ..

몸조심하세요.!

시름시름 앓다가 살아났습니다! ㅋㅋ아시나요님도 더위에 몸조심하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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