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한자] (9) FIRE - 따뜻한 모닥불 같이, 불 화(火)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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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행 중 하나이자 뜨겁게 혹은 따뜻하게 해주는 물질, 그리고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가 바로

불 화.jpg [불 화] '불'입니다.

인류가 불을 피우거나 만들어서 사용하기 전까지는 자연적으로 발생된 불만 있었고, 그것을 무서워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생물들 중에 '약한 종'으로 분류됐던 인류에게도 숨이 트이게 됩니다.

맹수를 쫓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밤에도 활동할 수 있게 했으며, 익혀 먹는 방식까지 가능하게 한 엄청난 도구, 그게 바로 '불'이었습니다.

타오르는 불꽃을 묘사한 불, 점차 지금의 글자로 바뀌어가면서 어느샌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모닥불이죠. 부싯돌이나 나무를 비벼가면서 피웠던 불이다보니, 예전에 생각한 불의 이미지라면 대체로 모닥불이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火도 역시나 따뜻한 모닥불을 연상했던게 아닐까 싶네요.

불꽃 염.jpg [불꽃 염] 불과 불이 합쳐지면 불꽃이 튈 정도로 거세지죠. 이 글자는 또 다른 쓰임새가 있습니다. '염증'에도 쓰이는데요. 염증이 나면 빨갛게 부어오르고 과 통증이 같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간염, 위염 같은 '염증성 질환'에도 이 炎이 쓰이기도 합니다.

터질 폭.jpg [터질 폭] 어느 한자 만화에서도 나왔듯이 불(火)이 사나울 정도로 맹렬하게 타오르면(暴) 언젠가는 터집니다. 찢어지거나 터질 때 쓰이는 이 글자가 주로 쓰이는 단어는 '폭발'이나 '폭탄' 등 주로 불 때문에 터져버린다 싶을 때 씁니다.

부채질할 선.jpg [부채질할 선] 흔히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 무엇을 할까요? 누구는 입바람을 불어 산소를 주입시키거나 부채질을 합니다 흔히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불씨(火)에 적당한 부채(扇)질을 하면 꺼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타오릅니다. 오죽하면 선동(煽動)이란 말이 있겠습니까.

불화 발.jpg [부수 - 불화 발]

한 편, 火가 밑으로 가면 왠 가스레인지 불 같은 녀석으로 변합니다. 밑에서 타는 불씨나 불꽃을 표현한 것이죠.

더울 열.jpg [더울 열] 흔히 자주 쓰이는 한자인 더울 열은 위아래로 합쳐진 글자로, 坴(언덕)에서 씨앗
혹은 알(丸)을 심는 埶의 글자와 火가 더해졌습니다. 언덕에 씨앗을 심으면 나무가 자란다는 의미가 확장되어 불기운이 세지다=덥다가 된 모양입니다.

※ 음을 빌려온 글자(여기서는 埶)는 보통 뜻을 따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빌려오는 건 아닌가봅니다. 모르는 새에 뜻을 숨기는 경우도 있네요.

삶을 팽.jpg [삶을 팽] 익혀먹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삶아먹을 수도 있군요? '가마솥'에 삶은 백숙 생각나십니까? 왠지 백숙이 땡기긴 하네요... 하지만, 보통 '팽'하면 단순히 삶아서 먹는 요리 느낌보다는 형벌, 제물, 희생의 느낌이 강합니다. 흔히 팽 당하다라는 말이 많이 쓰이죠? 토사구팽도 들어보셨을겁니다.

윗 글자인 亨(형통할 형)이 享(누릴 향)에서 갈라져 나왔는데 이 한자들은 본래 '제사'와 관련된 한자였습니다. 그래서 음을 빌렸을 수도 있다지만 제물,희생의 느낌이 내포된 부정적인 의미가 烹에 고스란히 남지 않았나 싶습니다.

없을 무.jpg [없을 무] 불에 너무 많이 타버리면 아예 없어지기도 합니다. 본래 이 글자는 기우제랑 관련이 있으며 동시에 舞랑 갈라져 나온 글자입니다. 사실 글자 자체가 완전히 격변한 글자이기 때문에 '灬'은 불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요새 화재 사건들을 보신 분들은 알듯이 灬를 제외하고 보면 불에 너무 타버려서 앙상한 기둥이나 철골 같은 구조물만 남은... 말 그대로 다 타버려서 뼈만 남아버린 모습이 절로 떠오릅니다. 그리고 밑엔 불씨만...

그래서, 지금에 와선 아마 불과 관련성이 없지는 않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재앙 재.jpg [재앙 재] 오죽하면 불에 타버리는 것도 재앙 중 하나라고 생각했겠습니까... 이 글자에 적혀있는 다른 재앙은 역시... '물'이겠죠?

이렇게 모든 것을 태우고 없애는 파괴의 성질을 가진 불이지만, 인류가 발견하던 그 순간부터 모닥불이 되어 생존에 꼭 필요하거나 유익한 환경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원소 취급을 받는 물질, 그것이 따뜻한 속성을 가진 '불'(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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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박.. 포스트 독특하고 유익하네요.
팔로하고 재미있게 보겠습니다~!

한자 전문가들에 비하면 저는 너무나도 엉터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알려주고 싶습니다. 읽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라...
어쨌든 팔로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우 유익한 포스트네요.
저는 일본어를 하다보니 유독 한자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부류인데, 한자, 외우기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많은 의미를 함축해서 사용하기에 정말 이만큼 특화된 글자도 없지 싶습니다^^

아, 일본어를 하시는군요. 사실은 저도 준비중인데 ㅎㅎ... 사실 일본어의 한자 읽기가 정말 어렵죠. 게다가 한국의 한자어랑 일본의 한자어도 다른 구석이 있어서...

아무튼 많은 의미를 함축해서 사용하다보니까 한문 해석은 어렵다는 함정이 있긴 하죠 ㅠㅠ

선동이 불에서 나온거 일줄이야;;;
처음 알았네요..

님 말대로 없어서는 안되지만....
남용하게 된다면...

잘 보고 갑니다.

불에서 나왔다기보단 부채질하면 오히려 커지다보니까, 남을 부추기는 걸로 의미가 확장된 셈이죠.
그래도 안좋은건 사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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