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를 보내며 ...세상에서 제일 착했던 우리 렉시

in #kr6 years ago (edited)

2017년 1월22일 일요일
세상에서 제일 착한 우리 렉시를 이제는 보내주어야 할 시간이 온것 같다.

2002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나서 우리집에서만 13년째 같이 살아온 렉시가 아무것도 못먹고 있다. 아니 아예 안먹고 있다.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고는 있지만 몸 전체가 차가워져가며 꼼짝을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열흘째 아무것도 먹지를 않았으니 무슨 힘이 있겠는가? 또한 거동을 못하며 2년째를 누워서만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세크라멘트 근교에서 대학교에 다니던 둘째딸이 닥스훈트 암놈 개한마리를 아답트해서 봄방학때 집으로 데려온것은 2004년 4월이었다.

가끔 길을 가다 보았던 짧은 다리에 허리가 긴 이상한 몸집을 가진 개를 보고는 그 놈 참 기이하게도 생겼구나 하고 생각을 한적은 있지만 그런 개가 우리집에 들어와서 같이 살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기이하게 생긴 개는 닥스훈트 종류며 독일이 원산지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딸은 개의 이름을 렉시라고 지어주었다.

처음에 우리집에 왔을때는 불안했던지 집안에서 오줌을 싸기도 했고 전화 충전기의 전깃줄을 끊어 놓기도 해서 꾸중도 많이 들었지만 길지않은 시간에 익숙해지면서 쉽게 한 식구가 되었다. 그때부터 개밥을 주고 Pee와 Poo를 시키는 일은 나의 몫이였다.
소파에 누워서 티비라도 볼라치면 저쪽에 있다가도 소파로 쫓아 올라와서 내 앞쪽에 살짝 누운체로 티비를 같이 보기도 했고 조금 귀엽다고 쓰다듬어 줄라치면 안아 달라고 응석을 부리던 렉시였다.

며칠 집을 비우고 여행에서 돌아 올때면 뭐가 그리도 반가운지 온집안을 빙글빙글 돌면서 뛰어다니다가는 열린 문틈을 통해서 문밖까지 뛰쳐 나가서 우리집 주인이 이제 돌아왔다고 온 동네 사람들에게 알리기라도 하듯이 윗쪽길 아랫쪽길을 몇번씩 달리고는 집안으로 다시 쏜살같이 들어오곤하던 렉시였다. 너무 기쁠때는 Pee 까지 찔끔거리며 아는체를 해달라고 껑충대며 예쁜짖만 하던 렉시였다.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올때 내 기분을 가장 잘 알아차리는 것 엮시 렉시였다. 내가 기분이 좋게 보이는 날에는 가까이 와서 머리를 틀어 박으며 안아달라고 하기도 했지만 기분이 상한 듯 보이는 날에는 나를 피하다가도 조금 있다가는 다시 옆에 와서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어 대던 사랑스러웠던 렉시였다.

집안에서는 Pee 하기를 싫어하는 깔끔하기가 이럴데 없는 렉시이기도 했다. Pee가 하고 싶을 땐 꼭 내 앞에 와서 끙끙거렸으며 그럴때마다 앞 현관문만 열어주면 혼자서 쏜살같이 나가서 Pee와 Poo를 하고 집안으로 쫓아 들어오곤 하던 렉시였다. 집에 아무도 없을때는 누군가가 올때까지 몇시간이고 Pee를 참고 기다리곤 하던 렉시였다.

PS: 윗글은 1년전 렉시가 저 세상으로 가기 전 후에 일기형식으로 쓴 글인데 글이 너무 긴 관계로 몇회에 나누어 실어볼까 한다.

lexi3.jpg
1살때의 렉시 모습 뒤쪽에 약간 보이는 모습은 렉시의 Brother 이다.

1. 렉시 이야기...세상에서 제일 착했던 우리 렉시
2. 렉시 이야기...렉시가 처음 아팟던 것은 3살때 였다.
3. 렉시 이야기...개는 주인이 올때까지 죽지 않고 기다린다.
4. 렉시 이야기...정녕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

Sort:  

아, 상심이 크셨겠어요.

사진으로만 봐도 렉시가 이렇게 이쁜데...

예쁜 얼굴을 가진 개 종류는 아닙니다. 실제의 렉시는 참 순하게 생겻습니다.

dj-on-steem님이 donkimus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dj-on-steem님의 쓸 거리도 떨어진 요즘 이거라도 감지덕지 [너의 이름은] @dj-on-steem 제 이야기입니다 (소곤소곤)

...개 결정!
  1. 스티밋 닉네임을 어떻게 선정하였는지 알려주세요.제 스티밋 닉네임은 따로 없습니다. 예전에 donkimusa께서 Mr. DJ라고 부르신다 하셨는데 이정도가 딱 좋은 것 같네요. 제 아이디에도 적혀있는 DJ는 제 이름...

고맙습니다.

저는 애완견을 키운적이 없어 상심한 마음을 가늠할 수 없지만 동고동낙해 온 애완견을 잃어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그나저나 둘째 따님이 2004년에 대학생이였으니 @donkimusa 님이 거의 저희 아버지뻘이셨네요.
어쩐지 @donkimusa 님이 추천해주시는 음악들은 어릴때 아버지랑 듣던 음악과 비슷해서 좋았던거 같습니다

렉시 얘기를 스팀잇에 올리는 것을 렉시는 원할까 원하지 않을까를 고민하면서 망설이기를 몇번이나 했습니다. 한켠으로는 오래도록 렉시를 기억하는 마음을 스팀잇에 남겨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일주일동안 렉시는 물한모금 먹지 않고 나만 쳐다 봤습니다.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만 응시했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서 가끔 나혼자 숨어서 눈물을 훔칩니다.

강아지를 키운적은 없지만 못키워서 떠나보내는 심정은 기억합니다 그때도 많이 울었거든요.... 마음이 아프시겠습니다... 렉시의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주시길...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도 집 옆쪽 문 옆에 뭍혀있는 렉시를 찾아 보았지요. 아마 렉시도 저를 처다보는 나를 보았을것이라 믿습니다.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과 슬픈 이별 이야기를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네. 분명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거의 매일 렉시 무덤에서 서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봄비가 내리네요^^

한국엔 봄비가 내리나 보네요.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2
JST 0.027
BTC 61265.20
ETH 3320.34
USDT 1.00
SBD 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