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를 보내며...개는 주인이 올때까지 죽지 않고 기다린다

in #kr6 years ago (edited)

사실 렉시는 예전에도 몇번 고비를 넘긴적이 있다.
밤새 끙끙 앓았던 힘없는 렉시의 눈동자가 마지막 인사를 고하는 것 같았던 느낌을 받은적이 몇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편히 다독거려주고 나면 또 잠잠해지곤 했다.

한번은 잠결에 쿵하는 큰 소리가 들려서 갑자기 잠을 깬적이 있는데 잠을 깬 김에 렉시 Pee라도 시키고 다시 잘려고 리빙룸으로 가서 렉시를 살펴본 순간 숨을 제대로 못 쉬며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렉시를 다독거리면서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안았다가 다시 눞이기를 몇번 계속한 후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드니 놀랍게도 숨결이 정상으로 돌아 왔다. 이틑날 집사람 얘기가 자기도 잠결에 큰 소리를 듣고 잠깐 잠에서 깨었는데 그 소리가 렉시를 살리라고 하느님이 주신 소리 같다면서 참 이상 한 일도 다 있다는 얘기를 한적도 있다.

착한 우리 렉시는 누구에게 피해 입히는 짖을 매우 싫어한다. 누워서 꼼짝을 못하는 와중에도 Pee 를 하고 싶을 땐 밤 낮을 가리지 않고 Pee를 시켜달라고 짖어대었다. 몸져 누워 있던 밤시간이 렉시에게는 무척 불안했나보다. 1년전부터는 더욱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Pee를 너무 참았던 것이 병이 되어서 방광에 염증이 생겼는지 Pee속에 붉은 피가 썩여나오기도 하고 불규칙하게 Pee를 너무 자주 보기 시작했다. 정상적일때는 하루에 3번정도 시간맞추어서 Pee 를 했는데 아파서 들어 눞고 부터는 시도 때도 없이 pee를 시켜달라고 짖어대었다. 특히 밤에는 매 2시간 마다 pee를 시켜달라고 짖어대며 집안 식구들을 다 깨우곤 했다. 그것도 밤 1시, 3시 그리고 5시정도에서 매번 짖어대니 밤잠을 제대로 잘수가 없었다. Pee시키고 겨우 잠이 들라치면 또 짖어대고 또다시 Pee를 시키다 보면 새벽 5시가되니 지난 1년동안 밤잠을 거의 자지 못하면서 지내왔다. 안락사를 시키자던 식구들이 잠을 깰까봐 미안스러워서 렉시가 누워있는 옆 소파에서 새우잠을 잔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기 잠자리에서만은 Pee를 하지 않을려고 안간 힘을 다해서 끙끙거리는 렉시가 대견스럽기도 했다. 지난 2년동안을 기저기 위에 누워서 지내는 중증의 상태였지만 비교적 깔끔하게 생을 유지해 오고 있다.

렉시에게 고마웠던 점은 편식을 하지 않고 너무나 열심히 잘 먹어준 점이다. 너무 많이 먹어서 몸무게가 무거울 정도가 되었을 적엔 체중을 못이겨 더더욱 못 일으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되기도 했고 너무 다이어트를 시키다보니 또 너무 야윈것 같아서 힘이 없어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량을 늘려주기도 하면서 지내온 지난 2년이었다.
사실 누워있는 상태에서 개밥을 먹이는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다리 뒷다리를 제대로 가누지를 못하는 렉시를 일으켜 세워서 부축하면서 개밥을 먹여야 하니 개밥 먹이는데만 20-3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어렵게 먹이는 먹이지만 먹는것 만큼은 잘 먹어대던 렉시였는데 일주일 전부터는 아무것도 먹지를 않고있다. 정확히는 열흘전 부터다. 예전에도 몹시 앓았던 시기에 몇번 먹기를 거부한적이 있기는 했지만 2-3일이 지나면 다시 먹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먹이통을 입에 갖다줄때마다 고개를 돌려버린다. 입맛이 떨어졌나 해서 평상시에 그렇게도 좋아하던 국물 담긴 통조림 비프를 주는데도 고개를 돌려버린다. 3일전 까지만 해도 물은 조금씩 마셨는데 이제는 한방울의 물도 먹지를 않는다. 아예 아무것도 안먹기로 작정을 한것 같다.
열흘째 아무것도 먹지않고 Pee만 싸다보니 통통하던 몸매는 뼈만 앙상히 남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몸속에 있는 수분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숨을 거둘려고 하나보다. 이젠 Pee 시켜달라고 끙끙댈 힘조차 없기에 2-3일째 기저귀에 Pee 를 그냥 싸버린 뒤 나를 쳐다보는 눈망울에는 분명 미안함이 서려 있다. 요 며칠째는 눈으로만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척 힘이 드는 시간일텐데도 어제 오늘 나를 쳐다보는 눈동자가 유난히도 참 평화스러워 보인다.

개는 주인이 집에 돌아 올때까지는 죽지 않고 기다린다는 얘기를 누군가에게서 들은적이 있다. 하지만 혹시나 내가 집을 비운 낮 시간이거나 깊은 잠에 빠진 밤시간에 렉시가 나도 몰래 마지막을 맞을까 걱정이 되어서 며칠전 깊은 밤에 나와는 마지막 인사를 미리 나누었다. 그때 눈을 한번 감겨보았지만 눈을 감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우리집에 함께 더 있고 싶나보다.

밖에는 비가 추적대며 내리고 있다.
마침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종일을 렉시 옆에 있을 수 있기에 덜 걱정이 된다.
렉시에게 다가가서 다시한번 살펴보았다. 힘은 없어보이지만 또렷이 나를 쳐다 보는 렉시의 눈길에선 분명히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왠지 마지막 순간에는 벌떡 일어나서 이세상을 하직 할 것만 같은 기대를 해보면서 다시금 다독거려주고 있지만 오후가 되니까 더 힘이 없어보인다. 눈은 뜨고 있지만 몸이 너무 차갑다. 자꾸만 더 차가워 지고있다. 힘없이 누워서 눈만 뜨고 있는 렉시지만 내가 하는 얘기를 다 듣고 있을 것 같아서 예전에 즐겁게 같이 놀던 때의 얘기들을 해주었다. 사람도 죽을때 크게 다를바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lexi4.jpg
1살때의 렉시 모습이다. 뒤쪽에 약간 보이는 모습은 렉시의 Brother 이다.

PS: 윗글은 1년전 렉시가 저 세상으로 갈 즈음에 일기형식으로 쓴 글인데 글이 너무 긴 관계로 몇회에 나누어 실어본다.

1. 렉시 이야기...세상에서 제일 착했던 렉시
2. 렉시 이야기...렉시가 처음 아팟던 것은 3살때 였다.
3. 렉시 이야기...개는 주인이 올때까지 죽지 않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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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가 좋은 주인을 만나서 참 행복했나 보네요
조금 더 주인곁에 있고 싶어 하는 걸 보면요
렉시가 무사님 곁에서 하루라도 더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렉시와 같이해서 더없이 행복합니다.

렉시와의 기억 아름다우면서도 서글퍼요..

렉시를 다시금 기억하게 해준 렉시 이야기에 스스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donkimusa 님의 슬픔이 뭍어 나오는 글 같아 마음 아프네요..

동감한다는것은 한편으론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렉시도 @donkimusa님도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까요...

함께한 날들이 그 당시엔 힘든 면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행복한 나날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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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rba님이 donkimus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zorba님의 [2018/4/21] 가장 빠른 해외 소식! 해외 스티미언 소모임 회원들의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 오사카에서 조르바(zorba) 인사드립니다.
어제도 회원님들이 로컬만 찾아갈 수 있는 특별한 곳, 문화 이야기 등 참 다양한 이야기들을 포스팅 해주셨습니다. 흥미가 가는 포스팅을 찾아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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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어릴 적 사진을 보니 찡하네요, 참 인간에게건 개한테건 세월은 참 야속하고 인생이 무상하구나 싶습니다.

벌써 한국에 도착하셔서 한국시간으로 새벽 시간에 글을 주셨네요. 시차때문에 아직 잠을 주무시지 못하셨는지 아니면 일찍 일어나셨는지 모르겟습니다만 많이 피곤하실 텐데도 찾아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모쪼록 몸조리 잘하시면서 한국에서의 뜻있는 시간들 가지시길 바랄께요.
세월은 참 빠르네요.
렉시가 저 세상으로 떠난지도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렉시의 삶속에서 많은 것을 터득했습니다. 인간인들 무었이 다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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