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SF소설 '여름으로 가는 문' - 열쇠는 '봄'이었다.
처음엔 낭만적이지만 어색한 제목이라 생각했습니다. 냉동수면과 시간여행, 로봇이 가득한 세상을 그리는 SF소설이라면 으레 '과거로 가는 냉동인간' 혹은 '시간여행자의 복수' 같은 제목이 더 어울릴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SF 소설의 지향점은 현실을 낯설게 보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얽매는 법칙을 던져버리고 나면 작가는 자유로워지니까요. 꿈처럼 말이죠. '여름으로 가는 문'은 이 소설이 SF의 힘을 빌린 꿈같은 이야기임과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임을 보여주는, 소설 전체를 꿰뚫는 제목이었습니다.
피트(댄의 고양이)는 적어도 문 하나는 여름의 날씨로 이끌 것이라고 확고히 믿고 있었다. 녀석의 이런 믿음 때문에 나는 매번 녀석과 열한 개의 문을 돌아다녀야 했다. 일일이 문을 열어 보이면서 아직 바깥이 겨울이라는 걸 피트 스스로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 문으로 발길을 옮겨야 했다. 피트의 실망이 커질수록 녀석은 점점 더 거세게 나를 질타했다. p.11
추운 겨울에서 단숨에 여름으로 나갈 수 있는 문.
초반부에 암시하듯, 이 소설은 천재 과학자 댄이 '여름'을 찾아가는이야기입니다. '냉동수면'과 '시간여행'이 등장하는건, 아마도 이 '문'을 상징하기 위함이겠죠. 겨울이 봄없이 여름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그 사이에 있는 시간을 뛰어넘어야 하니까요.
친구의 배신이라는 겨울을 잊고 여름으로 가기 위해, 주인공 댄은 냉동수면을 선택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마음에 드는 미래에서는, 사랑하는 리키가 다른남자와 결혼했다는 겨울을 여름으로 바꾸기 위해 시간여행이라는 문을 찾아가죠. 그리고 다시 돌아간 과거에서, 여름으로가는 진짜 문을 열기 위해 또 다시 냉동수면을 선택합니다.
여름으로 가는 문이란 제목은 본능적으로 '단숨에'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 문을 '연다'는 행위가 얼마나 많은 위험과 노력을 동반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이 총 12개 장으로 이루어진건 우연이 아닙니다.
소설은 댄과 댄의 고양이 피트가 여름을 찾아 12개의 문을 열고 다닌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결국 12번째 문에서 피트와 댄은 그토록 기다리던 여름을 맞게됩니다.
소설을 읽으며, 어쩌면 고양이 피트를 댄과 동일인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올거라는 댄의 '믿음'이 바로 고양이 피트인 셈이죠. 소설에서 보여준 피트의 행동은 모두 '정답'이었으니까요. 댄을 속인 약혼녀 '벨'을 싫어하고, 댄에게 여름을 안겨준 리키와 교감하는 피트의 모습은,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도록 댄을 보채는 모습 그 자체입니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친구에게 배신당한 댄이 다시금 사람을 믿는 장면입니다.
지끈거리는 머리로 생각을 해보았다. 예전에도 한번 동업자와 일하다가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었지. 하지만 젠장, 아무리 난감한 일을 당해도 사람을 미더야 해. 안그러면 한쪽 눈을 뜨고 잠들어야 하는 동굴 속 은둔자와 다를 게 없지. 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길은 없어.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거지. 숙명이야. 결국에는. p.282~283
댄을 배신한 약혼녀 벨이 겨울을, 진짜 사랑인 리키가 여름을 상징한다면
댄을 배신하고 회사를 가로챈 마일즈는 겨울을, 냉동수면 기간 동안 회사를 발전시켜준 존은 여름을 상징하는 셈이겠죠. 즉, 댄은 '사랑'에서도 '일'에서도 모두 따뜻한 여름을 맞이하게 된 셈입니다.
여름으로 가는 문은 '희망'에 대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겨울과 여름이 바뀌는 문이 있다는건, 문을 찾고 여는 노력으로 누구나 여름을 만끽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비록 문을 열기란 쉽지 않고, 여름을 상징하는 리키는 겨울을 상징하는 마일즈의 딸이라는 아이러니가 있지만, 겨울을 여름으로 바꾸는 '봄'이라는 열쇠를 마음 속에 간직한다면 누구나 여름으로 갈 수 있다는걸, 저자는 소설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도 진로도 날씨도 춥기만한 요즘, 덕분에 추위 뒤에는 여름이 올 거라는 희망이 제게도 조금은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따뜻한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여름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모두가 봄이라는 희망의 열쇠로 '여름으로 가는 문'을 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멋진 주제 ... 신의 축복
고맙... 뭘좀앎
댄이 드디어 에스에프 주인공으로? ㅎ
목차가 포스 쩌네요! ㅎ
엌 그러고보니 스팀도 '댄'이었군요!!! ㅋㅋㅋㅋ
책 읽으면서 낯익은 이름이다 했는데 타타님 역시 안목 대단하십니다!!
생각도 못했네요 ㅎㅎㅎ
목차가 처음엔 저게 뭘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문'이더라구요.
내용 가운데 '집에는 12개 문이 있었다' 는 부분이 있는데 목차도 딱 12개!
달리 유명 작가가 아닙니다 ㅎㅎㅎ
동생이 쓰는 원색은 참 이뻐용
지금 일하는 시간이라 낭중에 읽을께여~^^
아~~ 책
그것도 sf
미안합니다. 이상하게 sf는 영화도 잘 않봐 지더라구요 ㅎㅎㅎ
쿠보님 가즈아 테그가 아니라 존댓말을 쓰고 있습니다. 책도 읽으시는 군요 멋지십니다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