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자정 일기: 서서히 친구가 되어가는 M

in #kr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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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 매니저가 M의 매니저가 되기도 하면서 그녀와 나는 자연스럽게 말하는 횟수가 늘었다. 각자 혼자 먹던 점심도 같이 먹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사실 그때 그 회사가 가장 애정이 있는 회사였음에도 그 당시 나는 회사가 너무 싫었다. (애정이 있는데 싫다니 뭔 말인지…)

나의 인생에서 안 좋은 일이 다발로 한꺼번에 일어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아마 그때가 그 처음 다발이 마치 지뢰처럼 여기저기 빵빵 터졌을 때일 것이다. 그러니 회사 생활도 물론 행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비자와 영주권 서류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라 그만둘 수도 없었다. 그렇게 발목이 묶여 다니는 회사는 정말 너무 힘들었는데 그나마 그 힘든 곳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시간에 혼자 회사를 나가거나 아니면 M과 같이 회사에서 떨어져 있을 때의 시간은 자유 그 자체였기에 나에게는 그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고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으리라. 그때 친했던 동료들은 사실 그 후에도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냈으나 지금은 다들 결혼과 다른 나라로 떠난 이유로 지금은 연락이 모두 뜸해졌다.

어떻든 M과의 시간은 그렇게 매일매일 쌓였다. 나는 그녀와 이야기를 할수록 그녀가 신기했다. 그 당시 나는 퍼스널리티에 빠져있다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녀는 내가 읽고 조사한 퍼스널리티에서 가장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고 그 상태 역시 거의 정확했다. 내가 만난 많은 사람이 경계를 왔다 갔다 하며 가끔은 두리뭉실한 경우가 많은데 그녀는 항상 거의 정확성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너무 신기했었다. 나와 나이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고 성격도 다름에도 내가 그녀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그녀가 내가 가장 가치를 두고 있는 진정성! 그 투명성과 명확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것을 숨기고 있지 않은 거 같은 맑은 투명함과 솔직함은 우리의 신뢰를 쌓기에 아주 단단한 반석이 되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가끔은 독설로 들리는 말을 하기도 해서 많은 동료가 피곤하다며 피했지만 나는 사실 그녀의 그런 말이 독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드러난 그저 안 좋은 사실” 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더 많았었다. 그것이 누구에게는 독설로 들리고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아픈 사실로 들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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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왜 자꾸 이 영화배우 얼굴이 떠오르는지... ㅎㅎㅎ
(영화 007 MI6 대빵언니)
글이라는 게 상상력을 자극하게 되어서 그런건지 그럴 수록 몰입감은 좋아집니다. ^^

쟈니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대박이신데요. ^^
대빵언니 ㅋㅋ (그런듯 아닌듯 아닌듯 그런듯 @@ )
쟈니님~ 너무 감사해요~ 편안한 밤 되시고 내일은 더 행복하세용~

두 분의 신뢰가 점점 쌓여 가는 과정이군요. ^^

네... 점점 친해져 가는 과정입니다. ^^

아~ 왜 재밌나 생각해 봤는데,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고 있는 거 같아요. ^^

비타님님 ^^ 항상 너무 감사합니다.

어떤 말을 듣는 당사자가 알지 못한 사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거나 때로는 무분별한 비난을 할 경우에는 독설이라고들 하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이미 스스로의 판단이 섰거나 자기진단의 결과를 알고 있는 경우, 즉, ' 알아! 나도 안다고! 그런데 뭐 어쩌라고!' 하는 경우에 누군가가 그 사실을 콕 집어 비집거나 헤집어 놓을 때 독설이라고 하죠.

맞아요. 이미 드러난 사실. 스스로가 이미 마주하는 현실이지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현실, 그리고 숨고 싶은 마음이겠죠.

네.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 피하고 싶은 현실 숨고 싶은 마음 ㅠ 그걸 꼭 찍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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