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김정은, 시진핑의 건배주 저렴이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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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만찬주가 귀주 마오타이라고 했다. 그 기사를 읽었을 때부터, 아니 실은 그보다 훨씬 전, 그러니까 중국의 내로라하는 권력자들이 지하 창고에 쟁여놓고 마신 술이 마오타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마오타이 한 잔 맛보기를 간절하게 원했다. 얼마나 맛있는 술이기에 그랬을까.

세상에는 좋은(비싼) 술이 넘쳐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싼 술의 기준을 조니워커 블루라벨로 잡는다. 2년 전 면세점에서 마오타이 500㎖ 한 병이 조니 블루 1ℓ보다 비쌌다. 마오타이에 대한 열망을 억눌러야만 했다. 중국 본토에서 마오타이의 몸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하니, 이제 그보다 더 비싸졌을 것이다.

그랬는데 얼마 전 대형마트에서 이상한 녀석을 만났다. 종이 상자에 담긴 중국 술이었다. 상자를 빨강과 하양과 금색으로 장식했다. 왠지 낯이 익었다. 마오타이?! 마오타이였다. 거기엔 분명 영어 필기체로 마오타이 어쩌고, 또 한문으로 모태영빈주라고 써 있었다. 설마 한국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서 가짜를 팔지는 않겠지.

그것의 정식 이름은 ‘마오타이 영빈주’였다. 500㎖ 한 병에 3만 7000원이었다. 귀주 마오타이는 언감생심이었지만, 이정도라면 한 병 살 만했다. 급히 구글링했다. 이상한 것을 넣거나 장난질을 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마오타이 공장에서 만든 진짜 마오타이였다. 마오타이이되 다만 저렴이 마오타이였다.

마오타이인데 왜 이렇게 싸단 말인가. 숙성 기간 때문이었다. 귀주 마오타이는 생산하는 데 1년, 숙성하는 데 5년이 걸린다고 했다. 마오타이 영빈주는 숙성을 거치지 않는다고 했다. 숙성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마오타이 영빈주의 맛은 귀주 마오타이보다 한참 못 미칠 것이었다. 그래도 그 풍미가 비슷한 데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샀다.

병뚜껑을 돌려 까니 확 짭조름하고 고릿한 냄새가 퍼졌다. 백주를 안 먹어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냄새의 백주는 처음이었다. 고량주는 그 향에 따라 청향형, 농향형 등으로 구분한다. 마오타이는 장향형이다. 여기저 장은 된장, 간장 할 때 그 장이다. 내가 알기로는 장향형 백주는 극히 드물다.

방에 있던 아내가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왔다가 “이게 무슨 냄새야. 음식이 상했나?”라고 말했다. 나는 “술 먹는 중이야. 중국 술”이라고 대답했다. 아내는 “아 어쩐지 중국집에서 나는 냄새 나더라”라고 말했다. 아내에게 한 잔을 권했다. 아내는 살짝 입을 댔다. 아내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연태고량주가 낫다”고 그가 말했다. 나도 속으로 동의했다.

술을 투명한 잔에 따랐다. 술도 투명했다. 점도가 꽤 높았다. 코로 냄새를 빨아들였다. 짠내가 났다. 아주 진한 짠내였다. 거기에 알싸한 화장품 향 같은 게 섞여 있었다. 한모금 머금고 음미했다. 혀의 중간까지는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저 진득한 물 같았다. 혀의 중간 즈음에서부터 입안이 달아올랐다. 역시 알코올 도수는 53도짜리 술이었다.

꿀꺽 삼키자 속이 뜨거웠다. 그런데 그 와중에 청량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 술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동시에 화기가 콧구멍으로 빠져나왔다. 간장 냄새가 났다. 식도가 빨리 달아올랐다. 식도에서 위장까지 뜨끈뜨끈했다. 마오타이 특유의 짭조름한 장향이 아주 오래 입에 남았다.

삼킬 때 조심해야 한다. 가끔 삼키다가 거칠게 넘어가 목구멍 상단에 마오타이 영빈주가 닿았다.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술을 먹으면서 한 시간쯤 놀다가 잤다. 너무 더워서 새벽 4시쯤 깼다. 뱃속이 계속 뜨뜻했다. 여전히 입안에서 마오타이 영빈주 냄새가 났다. 양치를 하고 잤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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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블루라벨과 고량주 무척 좋아하는데.. 비싸서 사먹기가 쉽지가 않네요..ㅎㅎ 저도 나중에 기회되면 저렴이 마오타이 하나 먹어봐야겠네요!

예 한 번쯤 드셔보시는 것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연태가 더 좋았어요 ㅋㅋ

독주를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궁금해 집니다. 그 맛이.

저도 독주 좋아합니다만 요녀석은 너무 개성이 강하더라고요. 마오타이에 대한 평가는 진짜 마오타이를 마시고 하는 걸로

연태고량주는 맛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5년 숙성한 마오타이는 무슨맛일지 궁금하긴하네여
숙성안한 마오타이 한번 도전해 봐야 겠어요

숙성 안 한 마오타이는 아주 짜답니다. 연태가 제 입엔 더 나았어요. 입이 저렴이인가봅니다.
하지만 마오타이 영빈주를 좋게 평가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으니, 역시 드셔보시는 것이 가장 확실할 것 같아요.

아 이거 사진으로 보니까 뭔지 알겠네요 향에 따른 구분이 있다는거 첨 알게됐어요ㅎㅎ

예 저도 백주에 조예가 깊지는 않아서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 향의 종류에 따라 상당히 맛이 다르더라고요. 독한 건 똑같습니다요 ㅋㅋ

중국 출장이 잦아서 마오타이랑 수정방을 몇병씩 먹어보긴 했지만 아직 제 경험이 짧아서인지 그 깊은 맛을 잘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그 유래와 제조방법을 알면 그 맛을 더 이해할수 있을까 기대해봅니다.
마트에서 한병 사다 마셔봐야겠네요
오늘은 퇴근길이 기대됩니다~^^

와 부럽습니다. 중국에는 중국사람만큼 많은 고량주가 있다던데 과연 그런가요? 수정방은 꽤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엔 수정방을 한 병 사봐야겠어요.

이 뜨거운 날에 불을 뱃속으로 넣으시다니...ㅠㅠ

이열치열 아니겠습니까. 으핫핫핫.......... ㅠㅠ 넘 덥네요 증말

흠...이번 술은 난해한 느낌입니다..;;

예 이번 술은 저도 한 번 드셔보시라고 추천해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마오타이주 두번쯤 맛볼 기회가 있었는데, 왜 인기있는지 알 수가 없더군요... 그냥 독주구나, 향이 좀 있구나 정도?

저는 화요가 차라리 더 나았어요.

귀주 마오타이를 드신 건가요? 귀주 마오타이는 좀 다르려니 했는데 아닌 모양입니다. 흑흑...

화요도 좋지요. 전통소주 좋아하시면, 조옥화 안동소주 강추해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화요보다 훠얼씬 좋았어요.

연태는 36도고 향기가 좋아 마시기에 편하죠... 저희 집에도 15년전에 선물받은 마오타이 한병이 있는데 진짜겠죠? ㅎㅎ

하아 진짜였으면 좋겠습니다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도 가짜가 많다고 하니.
그래도 15년 전이면 진품 아닐까요??

이래저래 연태가 참 무난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연태를 칭따오에 타 먹으면 파인애플 맛이 난답니다. 츄릅...

먹은 다음에 고량주 냄새 계속 올라오고.. 트름나오고 ㅎㅎㅎㅎ 물론 그런 맛에 먹는 것도 있겠지만요 ㅎ

요녀석이 유독 심하더라고요. 고량주 좋아하는 편인데 이건 좀 친해지기 어려운 녀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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