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과 개연성

in #kr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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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앞 버스 정류장에 붙어있는 어떤 한장의 게시물 입니다.

믹스견(Mix견)이라함은,
그냥 말 그대로 '똥개'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왜 저 개주인은 300만원의 사례금를 주고서라도 저 개를 찾으려 할까요?
아마도 '기억' 더 정확히는 '추억'에 대한 비용일 것입니다. 이걸 사람들은 '情'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300만원이란 저 돈을, 저 개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적용되지 않는 비상식적 금액입니다.

사진 속의 저 똥개를 누군가 300만원을 주고 살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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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군가가 저 똥개를 발견해 보호하고 있고, 300만원이 아닌 500만원을 요구해도 아마 저 개주인은 500만원을 지불할 개연성이 높을 겁니다.

만일 저 개주인이 저 개를 데려다 키운지 3개월정도 혹은 6개월정도 되었다면, 300만원이란 거금을 사례금으로 내걸고 저 똥개를 찾으려 하는 개연성은 낮을 겁니다. 그러나 1년 그리고 2~3년 혹은 5년 넘게 저 개를 가족처럼 같이 키우며 시간을 보냈다면, 개주인은 개를 찾는데 500만원을 지불할 개연성이 높겠죠!

사실 우리가 사는 인생도 이와 비슷할 겁니다.

우리는 젊은 시절 내 앞에 주어지는 모든 과제와 관계에 대하여 가능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그게 실제 현실에서 앞으로 내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단지 '가능성'을 가지고 열심히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이죠.

그러나,
반백년(50년) 정도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주어진 과제나 인간관계에 대하여,
'가능성'이 아닌, '개연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왜냐면, 우리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가능성만을 가지고 세상과 마주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젊을때는 '공자'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노자'처럼 살아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젊은 시절,
가능성을 가지고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은,
늙어서도 여전히 낮은 확율의 가능성을 지향하더군요!

나이를 먹으면서는 개연성을 지향하기 위해 그간 주어진 많은 과제와 관계를 하나씩 정리해야 하는데, 젊은 시절에 만들어 놓고 경험한 게 아무것도 없으니 늙어서도 여전히 젊은 사람들처럼 계속 '가능성'을 쫓으며 힘든 삶을 살아간다는 말 입니다. 개연성만으로도 살 수 있으려면 지금까지 쌓아온 삶과 관계가 풍족해야 하는데 자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두렵고 감당할 수 없으니까요.

지금까지 쌓아온 재산을 적당히 지키며 빈곤하지 않는 개연성만으로도 50년 생을 만족하려면 당연히 그 사람은 재산이 많아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돈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당신이 필요한 사람이고 줄 게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그 사람을 쫓아내도 그 사람이 당신에게 오지만 그렇지 않은 노년이 되어 지금까지 맺은 인간관계만으로도 풍족할 수 있으려면 그간 사람들에게 베풀고 쌓은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 저 똥개처럼, 객관적인 가치가 부족해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거든요. 그게 개연성입니다.

부유하지도 젊지도 않은데 매력적인 이성이 갑자기 자신에게 사랑에 빠진다던지, 자신이 산 주식이나 코인이 수십배 뛰어 부자가 된다던지, 자기가 쓴 글이 불현듯 베스트셀러가 된다던지, 뒤늦게 시작한 취미로 돈을 벌며 편하게 살 수 있다던지 등등, 현실적으로 별로 확률이 높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는 것이 가능성입니다. 젊어서는 이런 가능성을 추구하며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부딪혀야 자기 그릇도 알고 개연성만으로 살아도 후회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싫으니 여전히 가능성을 추구하며 삽니다. 그러다 현실에서 더 답이 없는 것 같으니 이제 사후세계나 다음 세상을 약속하는 종교에 빠져듭니다.

나이를 먹으면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가능성만 추구하며 살다 보면 하기 싫은 것을 할 수 밖에 없는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젊을 때는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행복이지만, 나이를 먹으면서는 하고 싶지 않은 걸 안할 수 있는게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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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노자는,
<도덕경> 48장에서 이렇게 설명했었습니다.

(原文)
爲學日益 爲道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無爲而無不爲
故取天下 常以無事 及其有事 不足以取天下

  1. 배운다는 것은 날로 더하는 것이요, 도(道)를 닦는다는 건 날마다 덜어내는 것이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면 이윽고 하지 않음(無爲)에 이르게 되고, 하지 않음(無爲)에 이르면 되지 않는 일이 없다(無不爲).
  2. 그러므로 천하를 얻음(取天下)에는, 언제나 일 없이(無事) 해야 한다. 급기야 일을 만들어(及其有事) 하기에 이르면 천하를 취하기에는 부족하다.

그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말한, "디자이너가 완벽함에 도달하는 때는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이다."와도 일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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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전의 노자의 말씀이든, 100년 전 어린 아이 같이 순수하던 소설가의 말이든,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爲學(위학)이면 日益(일익)이요, 爲道(위도)면 日損(일손)이니, ▶ 배운다는 것은 더하는 것이고(공자), 도를 닦는 다는 것은 덜어내는 것이다.(노자) 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노자사상의 핵심은, ▶ "'무위(無爲)'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無不爲)"

우리의 삶이 유한하기에, 결국 우리는 이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 출처 : 시사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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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입니다.

ㅎㅎ 은사님이 쓰신 것을 제가 약간 가필했습니다 ^^;

허걱... 표절인가요.. ㅎㅎ

아뇨... 허락받고 했으니 표절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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