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당신과의 남은 시간은 얼마인가요? "보통 남자 이야기(2)"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나에게는 나쁜 버릇이 있다. 나는 누군가를 만날 때면, 그 사람과의 남은 시간을 계산하곤 한다. 언제부터 이런 습관이 생겼는지는 모른다. 대학교 때 노가다를 하며 학비를 벌면서 일이 끝나는 시간을 견디며 생겼는지... 장학금을 타려고 너무나 예민하고 민감하게 시험을 준비하면서 남아 있는 공부시간을 계산하면서 생긴 버릇인지.... 나는 모른다.

  마치 아이폰에 깔린 앱처럼 이제는 누군가를 만날 때면, 아.... 이 사람과는 어느 정도까지 연락을 하고 지내겠구나라는 대략의 계산을 하게 된다. 의도하지 않게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남아있는 시간이 나의 가슴 속에 아린다. 나도 이러는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세상은 너무나, 나에게 많은 인출을 강요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나의 의지와 가치관, 행복에 대한 고민의 시간 없이, 점수에 따라 대학교를 강요 받았다. 나는 왜 누구나 가야하는 그 길을 반드시 가야했을까? 좀 더 느리게, 좀 더 다른 길로도 가보면 안되는 것일까?

  다행이 나는 군대라는 느린 길과 수 많은 아르바이트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어린 시절, 나는 우리 집의 가난이 지지리도 싫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한 여름 태양 아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전신주 알바를 하지 않았다면, 내가 다른 길을 걸어가 보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결혼을 하고, 천사 같은 아이 둘을 가졌다. 그렇게 나만의 소박한 행복한 삶의 가운데, 요즘 나는 다른 사람에겐 말하지 못하는 불안감이 생겼다. 나는 요즘 가끔, 아버지를 생각한다.


"아버지와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아버지는 초등학교를 나오지 못했다. 7남매의 가장으로, 어린 시절부터 일을 했다. 몇 십년간 미싱을 하셨다. IMF로 우리 집의 작은 공장은 망했다. 그때까지도 아버지와 나는 이렇다하게 대화가 없었다. 경상도 아버지, 경상도 아들에게 서로 다정하고 살가운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장사도 하셨고, 가끔 술먹고 술주정도 하셨다. 그때는 술 마시며 행패 부리는 아버지가 죽기보다 싫었다. 부모님은 충분히 열심히 사셨지만, 이상하게도 우리집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X발... 있는 집 자식들은 부동산으로 잘도 먹고 살았던 것 같다. 돈 없고 빽 없고 못 배운 사람들은 항상.. "을"이 어야 하고, "갑"에게 강탈 당한다는 것을 알아갔다.

  정말 가난에서 벗어나고, 행복해지고 싶었다. 서른 중반, 이제 겨우 내가 자리 잡아가는 중간...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애처로워보인다. 다니시던 진빵 공장에서 자의반 타의반 나오셨다. 아버지와 오빠-동생하던 여사장은, 위선종 수술 때문에 일을 그만 둔, 아버지의 실업급여도 협조해 주지 않으려 했다. 본인 가게에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십년 넘게 명절에도 출근하셨던 아버지였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던 한국 사회는 그리 바뀌지 않았다. 친절한 해고와 깨끗한 법적 철차는 항상 "갑의 편"이었다... 법대를 나온 친구를 보면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만인 앞에 평등한... 개소리 하지 마라... 아직 멀었다.'

  세상이라도 탓해야, 나의 죄의식이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것일까? 나는 과연... 아버지에게 무엇을 했을까? 아버지가 세상에 그리도 상처 받으며, 두 아들 자식을 키울 때... 나는 고된 몸으로 대문을 여시는 아버지를 반갑게 맞아 주었었나?

  이제는 점점 건강이 악화되고... 연세가 드시는데.. 나는 어떻게 아버지와 남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걸까? 모르겠다. 양심의 가시가 나를 찌른다. 우리 애기, 우리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해줘야지 하면서... 정작 나의 똥기저귀를 갈아주며, 키워주신 부모님과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우리 아버지는 능력이 있는 분이 아니셨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고.. 술 먹고 행패도 많이 부리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본인의 능력 하에...... 최선을 다하셨던 것 같다. 일찍 일어나서 일하시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셨다. 멋진 옷 한 벌, 깨끗한 구두 하나 없으셨다... 장터에서 욕을 먹머 가며 옷을 파셨고... 명절에는 손녀, 손주를 잘 보지도 못하며 빵집으로 출근하셨다.

남은 시간,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모래시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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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 그리 낯설지 않지만 @abcteacher님께서 진솔하게 풀어 주신 글로 저 역시 부모님을 향한 애뜻한 마음을 더하게 됩니다.

아들과 아버지의 사이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사랑하시는 걸 알기에
제가 먼저 술한잔 하시겠냐고 물어보면서 대화를 늘려가고 있답니다..

마음이 무거워 지는 솔직한 글이네요 ㅎㅎ
사실 저도 자라면서 아버지랑 정말 많이 싸웠습니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많이 생각합니다. 사회에 나와서 돈을 벌고 현실을 마주할 수록 아버지라는 존재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나는 아빠처럼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한 없이 부끄러워 집니다.

으 씁쓸하네요.. 지금은 너무늦었으니 내일 아버지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약속드립니다. ㅜㅜ

한편의 수필을 읽은 느낌입니다. 아침에 깨어서 찬찬히 스팀글을 보던중 우연히 진주를 발견한 느낌이군요.
제생활도 한번 되새겨보고, 과거도 한번 되돌려보는 글이었습니다.
여러 생각들이 제머리를 스치는 군요,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는 동안 가슴이 참 먹먹했습니다..
힘내시라는 말 밖엔 드릴 말이 없네요!

KR 일일 Top10 랭크 2위에 랭크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간만에 선생님 글을 읽었는데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글이네요...
저도 약간 비슷한 습관이 있는데, 아마 한국에서 고등학교 입시 준비할 때, 여기서 영주권 준비할 때, 대학교 가기전에 학비를 모으며 계좌잔고를 확인하면서, 장학금이 들어올 날만 손꼽으면서.. 그러면서 생긴 버릇같아요.
외국에서 산다고 하면 한국에 계신 분들은 "팔자좋다", "부럽다"라고 하지만, 소위 말하는 금수저 은수저 집안에서 빵빵한 부모님 서포트를 받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죠.. 독립적이고 자수성가하려 하는 사람들은 정말 고생 합니다ㅠ
저는 일에 치여서.. 그것도 딱 생활비랑 학비만 벌기 위한 거였지 뭔가 적금을 꼬박꼬박 모으거나 한 것도 아니었지만.. 사람을 만나는 게 사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돈을 써야 하고, 시간을 써야하고.. 그러면 내 생활에 지장이 있을 수 있고,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느니 차라리 인간관계를 만들지 말고 일이나 더 하자.. 가 되어버려서 친구없이 살았던 기간이 좀 길었습니다. 부모님이야 한국에 계시니 당연하구요.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그렇게 남은 시간을 계산하는 일을 계속 해보니, 예전엔 시간이 40년 남았었고 그 시간이 딱 40년 남은 것 처럼 느껴졌다면 요즘은 실제로늠 30년 남았는데 10년 남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시간이 빨리 가서 그런가봐요.
선생님 글을 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살아계실 때 후회없이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곤 하지만 실천이 쉽진 않죠.. 여러가지 이유때문에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래도 그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계신 것만으로도 부러워보이고, 제게는 선생님 가족이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처럼 보입니다.
아무튼 기운내시고, 선생님과 아버지 사이에 작은 소통의 창구가 열리길 빌겠습니다. 화이팅하세요! ^^

좋은 글 읽고 풀보팅하고 눈물짓고 갑니다...
어머니의 위독 소식을 듣고 바로 비행기를 잡아 타고 갔어도 23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어머니는 기다려 주지 못하셨구요... 말 한마디가 가장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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