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반짝임

in #kr2 months ago (edited)

하루가 일 년처럼 변하는 게 신기하다. 충동적으로 살아온 2n년과 그 충동을 다스리려 애쓴 지난 n년의 노력이 떠오른다.

루틴을 정해두고 그것을 지키는 일은 하루하루를 다듬어가는 데엔 도움이 됐지만, 크게 볼 때는 답답하고 지루하기 그지없는 날들이었다. 그 고루한 하루가 모여 위대한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하고 버텨봤지만 쉽지 않다. 어쩐지 제멋대로 사는 게 나의 운명 같달까.

낮에는 오버워치를 했는데 같은 팀 닉네임이 '폭발은 예술이다'였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 찾아보니 예술은 폭발이다라는 유명한 대사가 있었다. 나무위키에 나온 해석은 이랬다.

예술이란 살아가는 한순간 한순간을 마치 폭발하듯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

나도 작년에 진지하게 이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예술이 어쩌고 저쩌고를 떠나서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고 싶었다. 오늘 이 문구를 보니 그간의 생각들이 하나하나 퍼즐처럼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예술이라는 것은 어쩌면 작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고 삶을 통해서 스스로 이룩하는 무언가는 아닐까?


오늘은 꿈에 기리보이가 나왔다. 음악 하는 지인이 부른 술자리에 갔는데 거기에 기리보이가 있었다. 나는 기리보이가 너무 좋아 아무 말도 못하고 바보처럼 지인 옆만 서성였다. 왜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 있기가 힘들어 혼자 먼저 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에 이대로 집에 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바로 택시를 탔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 기리보이에게 말을 걸었다. 기리보이는 자신의 즐거운 시간을 빼앗은 나 때문에 화가 난 것 같았다. 잠깐만 시간을 내달라는 나의 말에 싸늘한 표정으로 싫다고 대답했다.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왜 나의 진심을 몰라주지?

잠에서 깨자마자 그 생경한 감각에 놀랐다. 그 생경함은 사랑이었다. 상대가 나를 봐주지 않아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픈 일은 사랑밖에 없다. 그 감정을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랑의 주체는 나이므로, 나이가 들었다는 핑계로, 혹은 지킬 게 더 많아졌다는 핑계로 어느 순간 사랑에 풍덩 빠지지 않게 된 것이다. 그것이 어른의 모습이라 생각했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생각이 아주 고루하게 느껴졌다.


즐겁지 않은 일을 너무나도 많이 했다. 나로서 살아보지도 못했다. 늘 걱정과 날카로운 자기 검열이 앞섰다. 지난 나의 삶은 그랬던 것 같다. 즐거운 일만 하고 싶다. 즐거운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나로서 살고 싶다. 나일 수 있다면 좋겠다. 나 역시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모습을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다. 더 많이 사랑받고 싶고, 더 많이 행복하고 싶고, 누구보다도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가진 것을 다 잃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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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은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답인지,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것이 자유인지, 원래 답은 없는 그 문제에서 자신이 어느 쪽에 더 어울리시는지 알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ㅎㅎ 화이팅입니다

판관님 잘 지내시죠? 가끔 판관님의 스팀잇에 들어가 지난 글들을 읽는답니다. ㅋㅋ 7일 보팅 제한이 가장 아쉽게 느껴질 때에요. 바쁘시겠지만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글과 생각 자주 남겨주세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그라 졸라상처 안받은 사람처럼

사람하그라 졸라상처 안받은 사람처럼

사랑하그라 졸라상처 안받은 사랑처럼

자기검열 없이 나루님으로 맘껏맘껏 신나게 즐겁게 사시기를 :D
이미 이 글을 기록하며 그리 되신 겁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여름을 보내봐요!

살다보니 사랑이 없어도 되던데요?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 흑..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

오이는오이를사랑하그라나는오이짱아치오이소박이오이냉채졸라사랑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