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 참고 읽기

in #kr5 years ago (edited)

오늘은 동생을 따라 근교로 나왔다.

오늘 챙겨온 책은 나쓰메 소세키.

카페에서 나오는 곡은 로파이 재즈였다.

출근과 함께 커피를 사가는 사람들로 카페는 분주했다.

드럼 비트, 익숙한 멜로디, 오가는 사람들 모두 내 정신을 흐리게 했다.

내가 있는 곳과 읽고 있는 책의 간극이 컸다. 왠지 카페가 아니라 숲속이어야 할 것 같았고, 듣는 음악은 거문고 연주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유독 한 문단이 아무리 애써도 읽히질 않았다. 그래도 넘어가야 하니 꾸역꾸역 읽었다. 오래된 문체여서인지, 내가 있는 곳이 번잡해서인지, 내 집중력이 점점 더 떨어지는 것인지.


↓ 나를 애먹인 문단

이런 결심까지 했을 때 날이 수상해졌다. 끄물끄물하던 하늘의 구름이 머리 위로 기대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허물어져 사방이 그저 구름바다가 아닌가 하고 괴이하게 여기는 가운데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유채꽃은 이미 지나갔고 지금은 산과 산 사이를 가고 있는데, 빗발이 가늘어 거의 안개를 무색하게 할 정도여서 산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따금 바람이 불어 높은 구름을 날려버릴 때 오른쪽으로 거무스름한 산등성이가 보이곤 한다. 아마도 골짜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 너머가 산줄기가 달리는 곳인 듯하다. 왼쪽은 바로 산기슭인 듯하다. 온통 자욱한 빗발 안에서 소나무인 듯 한 것이 이따금 얼굴을 내민다. 내미나 싶으면 또 숨어버린다. 비가 움직이는지 나무가 움직이는지 꿈이 움직이는지, 어쩐지 야릇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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