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412 나루 작업 일지] 의뢰곡 구상 / 고려 음악 간단 분석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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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루입니다.

오늘은 여유있게 음악 리뷰를 하려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목요일이네요. 벌써 한 주가 지나다니... 저는 백수면서 프리랜서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게 공포입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데드라인이 가까워온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요.


최근 의뢰를 하나 받았어요. 공연에 필요한 곡을 쓰는 작업이었어요. 고려 음악을 모티프로 소편성 국악곡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였습니다. 고려 음악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곡을 안쓴지도 꽤 오래돼서 쭉 미뤄두고 있었는데요. 의뢰자의 안부 인사 겸 독촉 전화를 받은 후 달력을 보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전화 끊고 생각했지요. '그래!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다.'

제일 먼저 한 것은 Riss에 들어가는 것이었어요. 논문을 찾아봤는데 마음에 드는 논문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 검색 실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자료가 없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몇 개의 논문에서도 고려 음악이 다 정간보로 나와있어 독해불가... 고민하다 국립 국악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는데 대표적인 고려 가요 청산별곡 / 서경별곡 악보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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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두 곡의 조표가 같습니다. 그래서 제 곡의 조표도 정해졌습니다. 플랫 다섯개!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두 곡의 박자가 같은 것이었어요. 제가 예전에 올렸던 글. <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 이야기 #4 > 손에 잡힐 듯 말 듯, 쉽지 않은 변박의 세계 < King Crimson - Elektrix >에서 살짝 변박을 소개해드렸는데요. 고려 가요가 변박으로 되어있다는 것이 좀 놀라웠습니다. 자주 쓰이지 않는 박자표라 살짝 들여다 보니 3/4 - 2/4 - 3/4 패턴으로 흘러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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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뒷 부분 박자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두 곡 모두 뒤에는 6/4박으로 박자가 바뀌었어요.

제가 논문에서 가장 찾고 싶었던 것은 고려 음악의 Scale, 음계였습니다. 그래서 선율을 살펴봤더니 'Db Eb F Ab Bb' Db Pentatonic Scale, 평조를 사용하고 있네요. 고려 음악만의 특별한 음계가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약간 아쉬웠어요.

공연 일자가 많이 남지 않아 어렵고 복잡한 작업은 좀 힘들 듯합니다. 이 특성을 살려 곡을 쓰면 좋을 것 같은데 일단 이 곡과 친해져야겠지요. 덕분에 오늘은 강제 연습을! 어떤 부분을 취할지는 음악이 좀 익숙해진 후에 정해야할 듯해요.


작업은 즐거우면서도, 괴롭습니다. 그간 많이 미뤘으니 다시 시작해야겠지요. 저도 제가 어떤 곡을 만들지 기대가 됩니다. 늦은만큼 잘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저와 함께 청산별곡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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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음율의 향악 입니다. 서양 음악에서는 찾을수 없는 독특한 음계는 그 시절 중국과도 달라 마치 고려시대의 청자를 보는듯한 빼어난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선조들의 DNA 로 인해 우리나라의 뮤지션들이 더욱더 발전하여 큰 음악가들이 많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쓰다 보니 끝까지 다 들었네요. 잘 들었습니다.^^

선조들의 DNA를 잘 받아야할텐데요. 저는 빗겨간 것 같습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우와 괜찮긴 한데... 창작의 고통이 여기까지 전해져 오는거 같습니다... 잘 마무리 하시길 기원해봅니다.

아휴! 아닙니다. 응당 해야할 일을...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잠재된 노하우가 있어 좋은 곡이 완성 될꺼예요
응원 합니다~~^.^

너무나 과찬이십니다... 잘 한 번 만들어볼게요:)

고생하는만큼 보람도 큰 직업인것 같네요~
화이팅 입니다^^

네 막상 만들어만진다면 기쁘고 뿌듯한 마음이 들지요! 감사합니다 :)

음.알.못... 그리고 작.알.못은... 그냥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잘.. 긁적긁적...
하지만 그만큼 창작의 고통(?)이 따르는 일로 보여집니다.
청산별곡 큐레이션이라니 신선하면서도 끝까지 잘 듣겠습니다. (제가 아주 가끔 찾아서 판소리, 민요를 듣기는 합니다.)

ㅋㅋㅋㅋ 오히려 저는 판소리를 잘 듣지 않는데 말이죠. 창작의 고통이 맞는지 모르곘습니다.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네요 ㅎㅎ 응원 감사합니다.

판소리도 가끔 들으면 좋아요. 근데 저에게는 지루해서 30분 이상은 듣기 힘든 것 같아요. ^^;

어떤 곡이 탄생될지 기대됩니다 :)
그리고, 재능이 부러워요.

kr-life/kr-diary(다이어리)를 태그로 사용하시면 제가자주들려요.

kr-diary의 요정! 라라님 아니신가요?! 일상 글이니 앞으로 그런 태그도 함께하겠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능도 아니고 그냥... 일입니다 ㅎㅎ 너무 과찬이세요! 잘 만들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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