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행인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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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쪄면 우리는 누구나 다 작게는 드라마 그리고 크게 전체 인생을 보면 다큐멘터리 영화 같은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도, 나도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도...

오래전 @floridasnail님께서 인생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아서 드라마나 영화는 잘 안 보신다고 하셨던 말씀에 나는 울컥했었다. 그 어느 시절에 누군가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하는지 몰라서 꺼내지도 못한 채 몇 년을 사람들과 거의 말도 하지 않고 살았던 나 역시 같은 마음에서였다.

이런 나의 삶은 어쩌면 그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 중 한 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의 일들은 이미 방영된 드라마에 몇 번 나오기도 했다. 각기 다른 일들... 보면서 조금 웃겼다. 과연 정말 살면서 저런 일들을 겪었을까? 아니면 그저 생각과 자료조사였을까? 나는 결국 그 드라마를 다 끝내지 않았다. 저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도 저랬으면 조금 덜 아팠을까? 정말 바보같이… 나만 바보 같은 삶을 살았다고 알려 주는 것 같아서 그냥 안 보게 되었다.

또 한참이 지나 나에게 다른 일이 터졌고 그것 역시 시간이 지나 방영되는 드라마 주인공에게서 일어나는 일이 되었다. 1%도 안 된다는 확률에 걸려버린 인생. 방영되었던 드라마와 다른 점은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을 너무도 멋지고 덤덤하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나도 처음엔 덤덤했다. 정말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나중에 서서히 미쳐갔을 뿐이다. 역시 드라마는 보지 않았다. 주인공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했지만 현실의 내 삶을 살아가는데 정신없이 바빠서... (뭐 별로 달라지는 거 없는 거 같았다.)

그렇게 많은 것들이 드라마 소재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 아주 오래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행인일 뿐이었던 너와 내가 생각났다. (이런 건 영화에서도 셀 수 없이 나왔던 장면이고 수많은 사람이 경험했을 것이다.)
한때 절절히 사랑했던 연인들도 헤어짐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인연이 다 했기 때문에' 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가져다가 붙여야만 해석이 될 수밖에 없는 헤어짐. (다른 건 구차해질 수 있으니 그냥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쨌든, 그랬던 사람들이 우연히 길 가다 마주쳤다. 한 사람은 주차 계산기를 붙들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그저 가던 길을 걸어간다. 주변은 전부 화이트아웃 되고 시간은 공기의 흐름까지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느리게 간다. 천천히 걷는 걸음이 너와 점점 가까워졌을 때도 마치 너는 나를 모르고, 나는 너를 모른다. 그리고 느리게 주변의 모든 알 수 없는, 해석할 수 없는 에너지를 다 느끼며 우린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 주차 계산기에 그렇게 오래 서 있었던 너는 내가 멈추어 서기를 바랬을까? 나는 네가 먼저 말 걸어 주기를 바라지는 않았나? 글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의 마음이야 어떠했든지 간에 아무것도 아닌 행인1과 행인2로 스쳐 지나갔기에 나는 너와 함께했던 한편의 드라마를 겨우 완전히 끝낼 수 있었다는 거였다.

그 뒤로 알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 삶을 살고 있는지. 그냥 시도 때도 없이 나올 수 있는 드라마 소재일 뿐,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아니어도 회사는 잘 돌아가고, 내가 아니어도 너는 살아가고, 내가 아니어도 오늘은 있다.


그렇게 어쩌면 때로는 시간이 약이 되는 삶을 그리고 어쩌면 시간이 독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나의 많은 다른 이야기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드라마일까? 글쎄...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을 본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반짝이는 별들이 오늘도 새롭게 생기고 있고, 이름도 모를 별들이 오늘도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있지 않을까?

밤에 빛나는 것은 하늘의 달과 별
낮에 빛나는 것은 땅 위의 사람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아닌 그저 지나가는 행인이 소중한 것은 땅에서 빛나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행인 중 하나가 나. 너. 그리고 다른 누군가... 또 다른 누군가 이름 모를 행인들...

오늘도 이렇게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아닌 행인일 뿐인 나의 삶이 흘러간다.
그래서 좋다. 그냥 나라서… 그냥 너라서… 그냥 다른 누군가라서…
그냥 각자 각기 다른 고유한 빛을 내는 땅 위의 별일뿐이라서…




이미지는 https://www.pexels.com/ 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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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제 드라마는 재미가 없어서 채널 돌아가는 소리가 막 들려요. 그래도 별 불만은 없지만요. ^^;
해피 서클님의 드라마는 해피엔딩이길, 누구나 캐스팅되고 싶어하는 인기 드라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명품 드라마이길 바라봅니다.

브리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행인1 드라마요 ㅎㅎㅎㅎ

삶이란 스스로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작가도 나... 그 주인공도 바로나.... 나없으면 세상이 안돌아 갈것 처럼 생각되지만, 모든것이 너무나 잘 돌아가는 세상...
그렇기에 회사도, 사람들도 신경 쓸필요 없어요... 내 드라마에 필요한 만큼만~ 그 정도면 충분하답니다!

'내 드라마에 필요한 만큼만~ ' 명심 하겠습니다! 앗!그런데 어느정도가 내 드라에 필요한 만큼만 인지 모르는게 함정이에요 독거님 ㅠㅠㅠㅠㅠㅠ
독거님~~ 드라마는 오늘 목욕감? ㅎㅎ 목욕탕 가시는 줄 ㅋㅋ

@myhappycircle 님의 소중한 글 잘 읽었습니다.

서두에 말씀하신 울컥 했다는 @floridasnail 님의 말씀처럼, 그 동안 제 살아 온 길을 돌아 보면, 왜 정말 나한테만 이런 시련과 고난을 줄까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많았던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그랬지만, 그래서 라도 오랜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면, "니 인생 영화로 찍으면, 몇 편은 나올꺼야.." 말을 하기도 한답니다.

지지리 운도 없고, 지지리 복도 없고,..말이죠.. 가만 생각해 보면, 보통이라는 말하는 일반적인 삶이 부러운것 처럼 그런 분들이 갖고 있지 않는 경험이 지금의 더욱 단단한 제 모습을 만들어 준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스론, "나는 어디 무인도에 데려다 놓아도, 먹고 살놈이야.." 라는 말을 하기도 하죠..^^;

밤에 빛나는 것은 하늘의 달과 별
낮에 빛나는 것은 땅 위의 사람

세상으로 보면 나란 사람, 나란 존재,, 정말 하나의 별도 채 되지 않는 먼지 겠지만, 그럼에도 @myhappycircle님의 삶, 그리고 저의 삶의 주인은 우리이니깐, 소중한게 아닐까요?? @myhappycircle 님께서 그 먼 곳의 많은 걸음을 하시면서도 생각하셨던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생각도 아마 남들에게 인정받거나 주목받거나 보다도, 스스로의 나를 찾고,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었을테니 말이죠~ ^^;

괜히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어 졌네요~ ^^;
@myhappycircle 님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skt1 님 안녕하세요? 설 명절은 잘 보내신 거죠?
그런 어려운 영화 같은 삶을 살아 오셔서 또 지금의 티원님이 계신 거겠죠?
왜 티원님이 별이 아니라는 거죠? 가장 강하게 빛나는 별 티원님 저는 스팀잇에서 티원님 별을 만나 너무 기쁘고 좋은데요.

저건 오래전 일들이에요. 아시죠? ^^ 티원님 말씀이 맞아요. 저는 산티아고 이후로 아주 평안히 행복해요. 원래 저 자체가 남들 인정은 관심이 없는 애라서 그런건 신경도 안 써요. 산티아고 가기 전 부터도 성공과는 거리가 먼 저였답니다. 하지만 티원님 말씀처럼 잃어버린 나를 그때 찾아 돌아 왔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그 옛날의 저로요 :) 리셋이 싹~~ 신기하죠? 정말 그랬어요. 완전 백지가 되어서 돌아왔다고 친구들은 그랬지만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암튼 지금은 정말 딱! 제 아이디 답게 마이해피써클답게 살고 있어요. 저도 주저리 말이 길어졌어요 ㅋㅋㅋㅋㅋ 티원별님~ 항상 저의 글을 좋아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0^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아~ 오늘도 강하게 아름답게 반짝이는 하루 되세요~ :)

이선희 님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라는 곡이 생각나네요. ‘별처럼 수많은 사람 중 그대를 만나~‘ 그냥 지나친다면 길에 다니는 다른 사람들 중 하나지만, 이렇게 댓글도 달고 나름 스팀잇이라는 공간에서 시간을 함께 공유하자보니 그 나름대로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

@zorba님 안녕하세요? 건강하시죠?
아... 저 노래 ㅋㅋㅋㅋ 도깨비 때문에 들었었는데 ㅋㅋ 갑자기 도깨비 생각이 :)
스팀잇에서 조르바님 별을 알게 되어서 기뻐요. :)
조르바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수 많은 영화와 드라마 또 노래가사들은
누군가의 경험에 의한 것이니
각자의 경험이 되기도 할 겁니다

사연없는 사람 세상에 있을 까요
처녀가 애를 배도 할말이 있다는 세상에서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세상에서
똑같은 얼굴 똑같은 지문 하나 없는 세상에서 사연 하나 없는 사람 없지요
다만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누구나 자신의 것이 가장 아프다고 말한다지요
아마도 그것은 견뎌냄의 차이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살아지고 또 살아낼 수밖에 없는 게
삶이고 인생 아니겠어요

부디
자신이 자신에게 지나가는 행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sunghaw님 안녕하세요?

그렇지요. 다들 많은 가슴속 이야기들을 안고 살지요.
그래서 그 모든 사람이 다 소중하고요.
오래전 일들을 통해 느꼈던 것을 적은 거에요.
지금은 다행히 다 견디어내고 아주 잘살고 있어요.
걱정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그 괴로움의 시절을 잘 건너셨다니
안심이 되네요 그렇게 몇 번 겪다보면
잘 건너는 노하우도 생긴답니다
그리고 삶이 그나마 공평한 건
그 고통만큼 마음의 넓이가 세상과 사람보는 눈이 높아진다는 거예요

구창모씨의 노래처럼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건
정말 진리예요ㅎㅎ

ㅎㅎㅎㅎㅎㅎ 정말 그런거 같아요. ^^
감사합니다. 승화님 :)

저도 가슴에 묻고사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드라마라면 드라마고, 영화라면 영화일 수 있는
모두 각자 그런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는 거겠죠..?
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사랑을... 삶을 반추하고 살고 그러는 거겠죠?

다들 그런가 봐요. 시마님은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몸도 마음도요.
시마님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행복하고 아름다울 거에요. :)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오늘도 멋진 글 잘 보았습니다. 애잔한 한편의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잘 보고 갑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_^

으히히히 울곰님~~
감사합니다~ :)
명절 휴유증은 사라지셨죠? ㅎㅎㅎ

지금은 사라졌어요~ 전 어차피 요즘 늘 연휴인걸요.ㅋㅋㅋㅋㅋㅋ

제 삶도 누군가 보는 한 편의 드라마일까요?
누가 재밌게 보려고, 제 인생을 다이나믹하게 만든건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쪽으로 드라마틱한 삶은 더할나위 없지만
힘든 쪽으로 드라마틱한 삶은 꼭 누군가 일부러 이렇게 만든 것처럼
버겁게 다가올때가 있더군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헤어짐에 이르렀을 때
그 마침표는 각자가 각자의 행인으로 남았을 때 찍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와 같았던 존재가 '행인'이 되는 순간... 참 묘하더군요.

잘은 모르지만 드미님의 삶도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이지 않을까요?
(작은 드라마도 많잖아요. ㅋㅋ 병원 시험과 논문을 동시에 처리하시며 고군분투하시고 영혼까지 털리셨던 때를 생각해 보시면... ^^;; )
힘든 쪽으로 드라마틱한 삶은 정말 누가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거 같다는 생각 저도 많이 했어요. 저는 마치 짜여진 꼬여진 각본이 있고 저만 모른채 살아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고요.
참 묘한 순간의 삶을 살아가는 영화 같은 삶 ^^;;
한 참 지나 그 영화를 보며 그래도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더 할나위 없이 좋겠어요. :)
행복한 영화 만드세요~ 드미님~ :)
드미님만의 영화는 아주 멋지고 감동일거라고 믿어요~^^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그 수많은 사연들중에 주인공이 나이기 때문에 인생이 빛나는게 아닌가 싶어요. 비록 사연이 마냥 좋은것만 있을순 없지만 그래서 더욱 재밌는 드라마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저는 스팀잇에서 빛나는 별중 하나인 해피써클님을 만나게 되서 기쁜 거구요 ^^

@lanaboe 님 안녕하세요?
그런가 봐요. ^^ 여러가지 일들이 다양하게 일어나야 재미도 있죠. :) 저도요~ 스팀잇에서 아름다운 빛이 나는 라나님 별을 만나서 너무 좋아요. :)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내일은 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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