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짝] 하늘이 맺어준 남자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플로리다 달팽이 @floridasnail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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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 포니테일을 한 남자
지난 글 - 테니스 치는 미대 나온 남자
지난 글 - 기도하는 남자
지난 글 - 천년을 사랑하고픈 남자


시나브로 그렇게 가까와졌다. 각자의 집을 잠깐씩 드나들 일이 생기고, 결국엔 새벽기도 가기가 힘들다는 말같지 않은 핑계로 가까운 나의 아파트에서 자고 가는 경우도 생기고. 그렇게 친구인 듯, 연인인듯, 데이트인 듯, 동거인듯. (우리는 30이 훌쩍 넘은 나이였고, 자유로운 미국에 살고 있는 싱글들이었다. 용서하시라.)

얼마 후, 교회에서 수련회가 있었다. 3박 4일의 일정으로.
가정목장의 권유도 있었고 나 자신도 한번 거듭나볼 수 있을까 싶어 참가했다. 예전에 참가해보았던 그는 아무 이야기도 해주지 않는다, 가서 직접 겪어보라고.

엘에이에서 한 두시간 정도 떨어진 외곽 산중에 기도원이 있었다.
첫날은 침묵의 시간으로 시작한다. 난 침묵의 시간이 참 좋다. 하루종일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는 직업이다 보니 평소에는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또, 같이 있을 때 아무 말 하지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진짜 편한 사람이다.

3박 4일 동안 이런 저런 종교적인 활동들도 꽉 채워진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활동이다. 저녁마다 엄청난 피곤함으로 잠자리에 들곤 했다.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이른 아침 첫 순서는 참가자들 아무도 몰랐던 깜짝 방문 프로그램이었다.
미리 알리지 않고 몰래 온 가족, 친척, 친구들이 무대에서 찬양을 해주어 우리 모두를 놀래켰다.
평일 이른 아침에 다들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축복해주는구나 싶어 감동에 젖어있을 때, 그 가운데 서있는 그의 눈과 마주쳤다.
나를 위해서 누군가가 왔으리라고는 1도 생각못했었는데. (나는 내 행복의 비결이 무심함에 있다고 항상 생각한다. 기대하지 않는 것, 바라지 않는 것.)
전혀, 절대, 한치도 기대하지 않았던 그 곳에서, 나를 위해 그 먼길을 와준 그를 보고, 떨어졌던 엄마를 보자마자 서러워 우는 아이처럼 하염없는 눈물이 흘렀다.

그날 밤늦게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들 교회에 도착했을 때에도 그는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으로 데려다 주고 꽃다발과 카드를 건네 주고는 잘자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가버린다.

갈색 종이의 카드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나랑 결혼해줘요!

너무 피곤했었는지 긴장이 풀렸는지 주말을 내내 앓아누었다.
월요일이 되서도 울렁거림이나 어지러움은 가시지 않았다.
결국은 수요일이 되어서야 깜빡깜빡 늦게 켜지는 형광등처럼 뭔가를 눈치챘다.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역시나...
나는 아직 프로포즈에 대답하지 않았는데...

하늘이 보내준 사람.
하늘이가 맺어준(結) 인연(婚).

다음 편은?


P.S. 이 사진으로 관심을 돌려 글 내용에 대한 비난을 막아보고자 한다^^
벌써 몇년 전 사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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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floridasnail님, 인연이 맞으신 듯 합니다 ㅎㅎ 저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인연을 만났거든요.. 사진 정말 멋지시네요^^

감사합니다. 인연이란 따로 있는 듯 합니다. @kimsungmin 님의 인연도 풀어놓아 주세요~^^

아 네 ㅎㅎ 반 정도는 예전에 풀었는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 풀 듯 하네요 ㅋㅋ 감사합니다^^

우..우와.. 안주인님에게 보여주면 절대 안될 글 같습니다. ㅋㅋ
앞으로도 저만 보는 걸로..

다음엔 안주인님에게 지금도 사용하실 수 있는 멘트 모음을 올리겠습니다. ㅎㅎ

기대하지않는 것. 좋네요..^^
담담한 문체로 풀어내는 로맨스
재밌어요..!

칭찬 감사합니다~^^ 좋은 연휴 되세요~

이런 글 너무 좋아요...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여자친구가 설명했던, 받고싶은 프로포즈 방법과 매우 비슷합니다.
저도 언젠가 해야 하는데... 선배(?)님들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ㅎㅎㅎ

그 분을 아주 잘 알면 맞는 방법을 잘 찾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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