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짝] 기도하는 남자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플로리다 달팽이 @floridasnail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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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 포니테일을 한 남자

지난 글 - 테니스 치는 미대 나온 남자


그와 내가 다니던 교회는 남가주에서 손꼽히는 대형 한인교회였다.
내가 살고 있는 엘에이 한인타운에서는 프리웨이로 한 시간 반이나 떨어진 곳.
매일 새벽 기도를 다니기에는 너무 멀기 때문에 엘에이에 살고 계신 장로님 한 분이 마련하신 기도처소에서 한인타운에 사는 신도들이 소규모로 모여 매일 아침 새벽기도와 수요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그날, 내 등 뒤에서 남자의 화장품 냄새를 맡은 그날, 나의 기도가 채 끝나기 전에 밖에서는 소곤대는 말소리들이 들려왔다.

"어머, 형제님, 여기 웬일이세요? 이제부터 새벽기도 오시는 거예요?"
"사시는 곳이 멀지 않아요? 그 근처에도 기도 처소 있는데..."

그냥 두리뭉실 넘어가는 건 그의 특기이다. 무심하게 넘기는 것은 나의 천성이다.

그 다음날도, 그 뒤로도 계속 그는 새벽기도를 나왔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우리 사이나 다른 분들의 시선이나.
아침마다 몇몇 분들과 기도 끝나고 잠깐 차 한잔과 나누는 담소가 전부였던 나날들.
다들 하루의 소망과 소명을 안고 아침 출근 준비를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거나 직장으로 향했다..

한 번은 월요일 저녁에 데이트 비슷한 걸 한 듯하다.
베버리 센터에서 저녁을 먹고 영화를보고.
별 특별한 기억이 없는 걸로 보아 나는 그에게 안 빠져들었었던 걸로 친다 ㅎㅎ.

꽉 짜여진 생활에 서로 만날 시간이 없다보니, 그는 이제 수요 예배까지 따라 나오기 시작한다.
수요 예배 후에는 권사님들께서 저녁식사를 준비해주셔서 다들 저녁을 같이 하곤 했다. 그때 권사님께서 자주 끓여주시던 콩나물국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는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우리는 자주 말하곤 한다.
그렇게 그는 신앙생활 열심히(?) 하는 청년으로 장로님들과 권사님들의 예쁨을 받는다.

그 다음 단계는 금요 철야 예배이다. 이제 금요일 밤도 매주 그를 보게 된다.
금요예배는 엘에이 다운타운 근처에 있는 다른 대형 한인교회로 다녔었다. 하지만 단 둘은 아니었다.
청년부 형제 자매님들과 항상 함께였다. 새벽기도, 수요예배, 금요철야예배 동지들 ㅎㅎ
아무래도 금요일 밤이고 토요일은 쉬는 날이다 보니 끝나고는 다같이 야식을 먹으러 가게 된다.
엘에이 한인타운은 진짜 한국이나 다름이 없고, 우리도 호칭만 형제, 자매일뿐 모두 좋은 친구들이었다.

하루는 다같이 분식집에서 떡볶기와 라면을 먹으며 금요일 밤을 보내고 있었다.
형제, 자매님들이 놀리듯 묻는다.

"형제님은 새벽 기도마다 자매님 뒤에 딱 붙어서 매일 도대체 무슨 기도하세요?"
"자매님이 형제님 좋아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세요?"

어묵 하나씩 입에 넣어가며 아무도 진지한 대답을 기대하지 않은 듯 한데...

아니, 내가 이 사람을 천년동안 사랑하게 해달라고

일동 잠시 정적......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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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남자인 제가 그 문장 읽고 심쿵 할 정돕니다.
정말 멋진데요~ ^^ 어우...내 심장...

그런 사랑을 해보셨나 보네요 ^^

멋짐 강조의 글?ㅎㅎㅎ 잘보고 가요 ㅋㅋㅋㅋ

네, ㅎㅎ 다 제 멋으로 사는 거죠 ㅋㅋㅋ

세번째이야기도 흥미진진하네요^^ 두리뭉실 넘어가시는 특기는 안맞는듯해요ㅎㅎ 천년동안 사랑하게 해달라는 아주 딱부러지는 ~이건 프로포즈??^----^

역시 정곡을~ ^^

와우 ㅎㅎ 정말 멋진 말씀이시군요 ㅋㅋㅋㅋ 설레임을 느끼고 가네요^^

설레임은 참 좋은 느낌이죠 ㅎㅎ 감사합니다

네 ㅎㅎ 맞습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느껴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t.t

꺄악!!!!!!!!! 대박 입니다!!!!! 완전 심쿵!!!!!! 의 말씀을 하셨네요. ^^
다음편 너무 기다려져요. :)
아 그리고 여기부분 ^^

나는 그에게 안 빠져들었었던 걸로 친다 ㅎㅎ.

달팽이님~ 너무 귀엽습니다.

ㅎㅎ 제게 어울리지 않는 칭찬이지만, 감사합니다 ㅎㅎ

어머...천년동안 사랑하게 해달라니.......세기의 로맨티스트 적인 말씀 캬

그런가요? ㅎㅎ 꾼일수도... ㅎㅎ

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냥 아무말도 못하겠네요ㅋㅋㅋㅋ

보팅주사위 당첨 축하드립니다. tip! 0.299

은혜 아님 사랑 인가유?
아녀 시간반이니까 더 먼데?
그나저나 어묵들 드시다가 왠 날벼락 이래유...

ㅋㅋㅋ 이러다 아는 분들 만나겠네요~ 스팀잇에서 익명성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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