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짝] 포니테일을 한 남자

in #kr-writing7 years ago

안녕하세요, 플로리다 달팽이 @floridasnail 입니다.
floridasanillogo.png

TK 를 처음 만난 건 대학 선배 덕분에 다니게 되었던 한인 교회에서였다.
메인 예배후 각 목장별로 나뉘기 전 마당에서 다들 서성거리고 있을 때 우리 목장 형제님이 그를 인사시켜 주었다.

TK에 대한 내 첫 인상은 '뭐야, 저 사람~' 이었다.

다른 형제님들에 비해 나이도 적지 않아보이는데 무슨 남자가 포니테일이람...

난 어렸을 적부터 젤 싫어하는 남자가 바로 머리 긴 남자였다. 빗이랑 가위라 가져다니면서 잘라주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으니, 돌이켜보면 참 난 편협하면서 깐깐한 범생이었다. 아마 아주 어릴 적 장발 단속이 있던 시절(아, 정~말 옛날이다) 외삼촌 머리를 실랑이하면 억지로 깍아주던 엄마의 모습을 봐서일까? ㅎㅎ
옛날 흑백 사진 보면 엄마도 미니스커트 입고 다녔던데? ㅎㅎ

어쨌든 TK와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그 뒤로 한달여 동안 교회 앞마당에서 그렇게 가다오다 눈 인사만 두세번.

역사는 역시 부활절에 이루어졌다.
기독교인들 모두 축제를 즐기는 부활절, 마침 우리 목자님은 미션트립을 위해 외국에 나가셔서 우리 목장 식구들은 공중분해될 처지였다. 그때 우리 목장을 구제해주신 청년부 부목사님이 바로 TK 의 목자님이셨다. 덕분에 두 목장이 함께 부활절 저녁 만찬을 즐기게 된것이다.

부목사님은 그와 나를 마주보고 앉게 하셨다. 가장 연장자라는 이유로 저녁 준비도 시키지 않으시고. TK 나 나나 청년부라고 하기엔 사실 좀 많은 나이였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 뿐이지 애가 둘 셋은 있어도 좋을 나이...
부목사님이 우리 둘 사이에서 나에게 이런 저런 걸 물어보신다, 중매쟁이처럼. 대답하면서도 TK 의 눈길이 느껴진다. 사람 무안하게 계속 쳐다본다. 빤히도 꾸준히도 나만 쳐다본다.
그래도 몇마디 질문과 호응만 할 뿐 말은 많지 않다. 다행이다. 나는 말 많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지, 이게 다행일 이유가 나에겐 아직 없지, 내가 이 남자와 무슨 상관이관데 ...

저녁을 마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다른 형제자매님들은 2차로 볼링장에 갔다고 했다.
그날 밤에 우리 목장 형제님께 전화가 왔다. TK가 내 전화번호를 알고 싶어하는데, 나한테 알려줘도 되는지 물어본 다음 알려달라고.
그냥 물어보고 그냥 알려줘도 아무렇지 않았던 교회 분위기에서 이건 아주 대단한 매너? 아님 내가 OK 하는지 떠보고 싶은 거?
약에 대해 물어볼 게 있다는데 알려주지 말라고 하는 것도 괜히 오버이고 웃기지 않겠어?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화번호 알려주는 것을 허락(?)하고.
그 뒤 일주일 동안 그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난 절대 기다린 거 아님...

다음 편에...

Screen Shot 2017-09-15 at 8.45.44 AM.png

Sort:  

@보팅주사위2

Loading...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꺄악! 달달하고 두근두근합니다>. < 다음편 기다리고 있을게요오-!

사실 별거 없습니다 ㅎㅎ 감사해요~

러브스토리인것 같은 느낌은 드는건 왜 일까요? 잘 읽고 갑니다. 뭔가 두근거리는걸요

누구나 설레는 시절이 있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헐...남편분과의 러브스토리인가요???!!!!
무튼...ㄷㅏ음편 기대하겠습니다+_+

감사합니다. 멋진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룸메이트 이야기시군요^^ 흥미진진~다음편도 엄청 기대하며 기다릴께요^----^

네 ^^ 다들 이런 시절이 있으셨잖아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ㅎㅎ

결말은 다음 편에...^^

감사합니다. 결말은 없습니다, ㅎㅎ 아직 현재 진행형이니까요. 앞으로 계속 쭉~~

오오~이거이거 두근두든 막 기대가 됩니다ㅎㅎㅎ

ㅎㅎ 별 거 아닌데요, 실망하실라~

난 절대 기다린 거 아님...

ㅎㅎㅎㅎㅎ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전 기다리겠습니다. ㅎㅎㅎ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큽니다 ㅎㅎ 그저 평범해요

어? 너무 절묘할때 끝내버리시네요. ㅎㅎ 어우~ 궁금해~

그런가요? 궁금하면 500원~ ㅋㅋ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4
BTC 63475.77
ETH 3117.23
USDT 1.00
SBD 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