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2-15. [뉴질랜드] 키 작은 블루 펭귄의 도시, Oamaru
아서스 패스에서 출발했던 우리는 예상에 없었던 Cave Stream Scenic Reserve에서의 동굴 탐험을 즐기고, 다시 목적지인 오아마루로 향했다.
아서스 패스의 산길과 이후에 만난 평야도 아름다웠지만, 가끔 만나는 작은 마을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이곳의 4인용 방은 약 17만 원으로 깔끔한 숙소였다. 거실에는 4인이 앉을 수 있는 식탁과 퀸사이즈 침대, 안쪽 방에는 싱글 베드 2개가 있다. 또한 차로 3분 거리에 Countdown이라는 대형 마트가 있어서 간만에 장도 볼 수 있었다.
블루 펭귄을 볼 수 있다는 Oamaru Blue Penguin Colony에는 저녁 7시에 도착했다. 블루 펭귄은 낮 동안 바다에서 머문 후 해가 지면 서식지로 오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펭귄을 볼 수 있는 펭귄 쇼도 저녁에 시작하는데, 실제 펭귄이 몇 시에 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는 남들에 비교해 늦게 도착한 편이라 펭귄을 2~3m에서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좌석은 이미 매진이었다. 남아있던 일반 좌석은 선착순으로 앉게 되어 있고 프리미엄 석보다 뒤에 위치해서 펭귄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국 우린 그곳에서 보기를 포기하고 오는 길에 봤던 선착장 위의 블루 펭귄이나 보자며 밖으로 나갔다.
멀리 보이는 선착장 위에 조그만 까만 새들이 보였기에 우리는 그 새가 블루 펭귄이라고 생각했다. 얼른 해가 져서 블루 펭귄 무리가 바닷속으로 다이빙하길 기다리며 한참 사진을 찍다가 남편이 물었다.
남편 : "그런데 펭귄이 저길 어떻게 올라가지?"
나 : "계단이 있겠지~"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우리는 각자 웹서핑을 시작했고 저 새는 가마우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블루 펭귄 행사장에 들어가지 않고도 블루 펭귄을 봤다는 블로그를 찾았는데, 마침 거기에 나온 사진이 우리 옆에 있던 'Charlotte Rose'라는 배 사진이었다. 그렇게 우린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블루 펭귄을 기다렸다.
1월 1일의 뉴질랜드는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해가 지기 시작했다. 1시간 넘게 보던 풍경이었지만 해가 지는 동안 주위의 색이 계속 변해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가 'Golden Hour'라는 것은 올해 스팀잇에서 알게 되었다. 같은 풍경이라도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 그것이 사진의 묘미인 듯하다.
우리는 해가 지자마자 펭귄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펭귄은 밤 9시가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꿋꿋이 기다렸는데 그 이유는 야광 조끼를 입고 차량을 통제하려 나타나신 동네 할머니 두 분과 아까 봤던 펭귄 표지 때문이었다. 차량이 볼 수 있도록 설치된 펭귄 표지는 왠지 많든 적든 펭귄이 이 길을 지나간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았다.
기다린 지 3시간쯤 되었던 밤 9시 55분. 갑자기 바다에서 엄청 빠른 물체가 헤엄쳐왔다. 그러더니 엄청 조그맣고 귀여운 펭귄(최대 크기가 30cm)이 육지로 나와서 물을 털었고, 곧이어 다른 펭귄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플래시는 펭귄 눈에 치명적이라는 행사장의 문구가 있어 사진은 대충 찍고 눈으로 구경하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플래시를 터트리는 관광객이 있어 화가 났다. 그깟 사진 몇 장 얻어서 뭐가 남는다는 건지. 제발 에티켓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뒤뚱거리는 펭귄을 상상하며 왔는데, 얘네는 엄청 귀엽게 발발거리며 돌아다녔다. 10cm 높이나 되는 계단도 잘 뛰어오르고, 옆의 무리가 자기 식구라고 착각했다가 잘못 서 있었음을 깨닫고 식구를 찾아 돌아다니는 펭귄들까지, 상상도 못 한 귀여움이 있었다.
펭귄들도 사람과의 삶에 적응했는지, 각 무리의 대장 펭귄은 길을 건너기 전에 차가 오는지 두리번거렸다. 또한 펭귄도 조심하지만 아까 봤던 할머니 두 분께서 펭귄이 길을 건널 때마다 차량을 통제하셨다. 덕분에 모든 펭귄은 무사히 길을 건널 수 있었고, 주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보호되는 이곳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날 저녁엔 사슴고기 스테이크에 도전했다. 소금, 후추, 와인, 오렌지 제스트와 함께 구웠는데 평소에 요리하던 고기가 아니라 손질법을 잘 몰라서였을까? 다른 고기에 비교해 질긴 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슴은 지방이 별로 없어 요리할 때 기름이나 버터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
다음 날 아침엔 Yellow Eyed Penguin Colony에 갔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아 펭귄은 볼 수 없었다. 대신 숙소에서 요리한 아침 식사를 그곳 해변에서 먹고 한참을 누워있었는데, 파도 소리, 자글자글 몽돌이 부딪히는 소리에 계속 그곳에 머물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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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봐도... 멋진 곳이네요. 사실 텍스트도 읽기는 하지만 저는 사진 위주로 많이 보거든요. ^^
ㅎㅎ 뭐 그렇죠. 저도 첫 뉴질랜드 여행 때 원랜 다른 친구 이야기 듣고 북섬 여행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구글에서 멋진 사진을 클릭하면 죄다 남섬이라 전면 수정했었거든요.
아, 저도 작년에 포르투갈 여행갈 때... 그 나라에 대해서 잘 몰라서 구글링으로 사진보고 여행지 선정하고 그 근처 숙소 정하고 그랬어요. 렌트카로 쭉~ 이동할 경로를 대략적으로 선택하고... 구글에서 찾아보던 사진을 막상 제 눈으로 보니... 정말 그 감동이... 포르투갈도 대자연을 볼 수 있는 환경이더라고요. 전 기회되면 다시 또 가려고요. 역시 저는 도시도 도시지만 대자연이 함께하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오오 포르투칼!! 저는 대항해시대 덕후라.. 리스본과 포르투에 가고싶어요. ㅋㅋㅋ
저는... 남쪽에서 리스본까지 쭉 올라갔어요. 아마 10일 여행인가 그랬던 것 같아요. 아, 감동입니다. 진짜. 꼭 가보세요. 저도 대항해시대 게임으로 몇달을 하며 보내기도 하고... 아무래도 제가 읍읍읍... 지난 번에 말씀드렸듯이 배에서 태풍도 보낸 사람이라서... 읍읍읍... ^^;
펭귄들 너무 귀엽습니다. 저는 시드니 살때 뉴질랜드 여행 한번 했었는데 그게 20년도 넘은 얘기네요. 잘 보고 갑니다. 그리고 펭귄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에 엄치 척 듭니다.^^
20년 전에 시드니에 사셨다니.. 갑자기 엄청 부럽습니다. 그 때의 뉴질랜드는 지금보다 더 깨끗했을까요? 상상이 되질 않아요.
네. 그때는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Korea 를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88올림픽을 한국에서 했다는것도 주변에서는 잘 몰랐죠. 93년부터 97년 초인가... 기억도 잘 안납니다. 그때 한국으로 돌아가서는 다시 나와 99년부터 방콕에서 살았지요.^^
심쿵이요. 상상만해도 너무 귀여워요.
동물과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 이상적인거같아요. 인간만 사는 지구가 아니거늘 ㅠㅠ
ㅋㅋㅋ 쪼끄만 애들 중에 대장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다 똑같이 생겼는데 자기들끼리 팀이 있는 것도 신기하더라구요. 완전 귀여웠어요.
조 펭귄이 30cm 라는 말씀이시죠...ㅋㅋ
깨물고 싶다는...
ㅋㅋㅋㅋㅋㅋㅋ 완전 귀엽죠. 까불까불 돌아다니는거 보면 진짜 완전 귀여워요!!! 어두워서 동영상으로 못찍은게 넘 아쉽습니다.
와 대단하세요. 5개월에 걸려 연재하다니 놀라운 집념입니다.
계속 다른 주제의 글을 쓰다보니 여행기가 좀처럼 끝나지 않더라구요. 아무래도 일기가 사진이 많은 여행기보다 간편해서 그런 것 같아요.
노을진 하늘이 너무 멋지네요^^
도로를 건너는 펭귄이라 참 재미있습니다. ㅎㅎㅎ
ㅎㅎ 예전에는 펭귄만 살던 동네였을테니까요. 여튼 완전 귀여웠어요.
펭귄들이 무사하게 길을 건널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마음 이 참 아름답습니다.그래서 팽귄들도 안전하게 살아갈수있고.. 펭귄들이 귀엽네요.
뉴질랜드는 어디를 찍어도 작품이 되는것 같아요
참 깨끗하고 아름답네요
아름다운 곳에 여행을 다녀 오신것 같아요^^
네 그래서 여행기 쓰면서 또 가고싶어졌어요. :)
이럴수가!!!!!!!! 극강의 귀여움이예요 ㅠㅠㅠㅠ
사슴고기는 지방이 별로 없어서 구울 때 기름이나 버터를 많이 써야한다고 하더라구요!
펭귄은 진짜 예상 밖이었어요 ㅋㅋ 사슴고기는 그런거였군요! 오일에 굽고 마지막에 버터로 마무리하면 좋았겠네요. 제 알러지 범위가 Red meat 전체일지 소, 돼지, 양에 국한된 것인지 모르겠으니 다음에 어디서 사슴이 보이면 테스트 한 번 해봐야겠어요.
써니님의 알러지가 소/돼지/양에 한정된 알러지였으면 좋겠습니다 ....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상할수도 없이 괴롭겠지만 ㅠㅠㅠㅠㅠ
다행히 원래 해산물을 더 선호했어서 덜 힘들어요. 하지만 기존엔 남편이랑 1주일에 한번은 소고기 1kg씩 먹고, 돼지고기도 ㅜㅜ 역시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였던거라 생각해요 ㅋㅋㅋㅋㅋ
고기를 못 먹어서 힘든 것 보다는 알러지 때문에 한국 생활이 피곤한 것과 여행지에서 유명한 음식 못먹는게 아쉬울 뿐입니다.